“종합병원은 육지로 가라?” 제주 감염병-상급병원 언제쯤
[윤석열 정부 제주공약] ⑦ 의료안전망 강화
| 윤석열 정부 출범이 어느덧 해를 넘겼다. 당락을 가른 득표율 격차는 불과 0.73%p. 역대 최소인 24만표의 초박빙 승부였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합리주의와 지성주의를 강조했다. 후보 시절에는 제주와 광주를 잇달아 찾아 화해와 상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취임 이후 통합과 협치에 대한 기대와 달리 보복과 사정당국의 이미지가 부각 되면서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여야간 정쟁으로 국민들에게 보고한 110대 국정과제와 민생법안은 뒤로 밀렸다. [제주의소리]는 신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가 약속한 제주지역 7대 핵심공약을 되짚고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 [편집자 주] |
‘병원은 육지로 가야한다’
제주 의료에 대한 도민들의 불신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공공의료의 중요성까지 부각됐지만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지원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의료계에서는 연간 도내 병원 이용자의 15.6% 가량이 서울 등 다른 지역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른 의료비 유출만 연간 1500억원으로 추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같은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제주지역 의료안전망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중에서 상급종합원병원 지정과 감염병 전문병원 설치는 핵심 공약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의료법 제3조의4(상급종합병원 지정)에서 명시한 국내 최상위 의료기관이다.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전문적인 종합병원 중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할 수 있다.
‘상급종합병원의 지정 및 평가에 관한 규칙’에 따라 20개 이상의 진료과목을 갖추고 응급의료센터와 연평균 1일 입원환자 10명당 의사 1명과 입원환자 2.3명당 간호사 1명을 둬야한다.
복지부는 3년마다 평가를 거쳐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한다. 2023년까지 지정된 제4기 의료기관은 45곳이다. 제주는 유명 병원이 즐비한 서울권역에 편재돼 있어 경쟁 자체가 어렵다.
이에 제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앞두고 제주를 단일 권역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경우 2001년 종합병원으로 개원한 제주대학교병원의 지정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를 위해서는 보건복지부 고시인 ‘상급종합병원의 지정 및 평가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 제주를 강원도처럼 단일 권역으로 분리하면 전체 권역은 11개에서 12개로 늘어난다.
제주대병원이 승격하기 위해서는 중증 응급질환 진료를 강화하고 응급실과 집중치료실을 확장해야 한다. 전문의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 충원도 뒤따라야 한다.
제5기(2024~2026)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평가는 8월부터 시작된다. 전문가 심사를 거쳐 12월 최종 의료기관을 선정하게 된다. 제주대병원은 이미 전담부서(TF)를 꾸려 대응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약속한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치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제주는 섬지역 특성상 외부로의 감염병 대응이 취약하고 팬데믹 발생시 다른 지역으로 환자 이송도 곤란하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 전문병원 설치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에 제주는 2020년부터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지정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조의4에 따라 질병관리청장이 고시하는 종합병원 또는 상급종합병원이다.
‘권역별 감염병전문병원 지정 등에 관한 고시’에 따라 지정된 의료기관은 모두 5곳이다.
대상은 호남권(조선대학교병원)과 충청권(순천향대학교부속천안병원), 경남권(양산부산대학교병원), 경북권(칠곡경북대학교병원), 수도권(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다.
제주는 인천과 함께 2개 권역 추가 지정을 추진했지만 정부는 기존 병원들의 시설 구축이 먼저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새해 예산안에 관련 사업비도 편성하지 않았다.
이에 제주와 인천은 국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구축 사업비 22억6800만원 증액에 힘을 합쳤지만 이마저 성과를 얻지 못했다.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구축은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제주를 찾아 약속한 공약이다. 민선 8기 오영훈 도지사의 보건복지분야 핵심 공약에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예산 미확보로 질병관리청의 추가 공모도 어려워졌다. 상급종합병원 지정과 감염병 전문병원 설치는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연내 대통령 공약 이행이 가능한 사안들이다.
제주의 의료 시스템을 막대한 자본과 인력이 집중된 수도권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윤 대통령의 약속인 ‘제주 의료안전망 강화’를 위해서는 섬이라는 지역 특수성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