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와 상생 외친 제주경찰, 4.3영웅-전사·순직 추모비 제막
청사 내 추모공원 조성, 4.3영웅 문형순 서장 동상 및 추모비 건립
노형동 신청사 시대를 연 제주경찰청이 11일 전사·순직한 경찰 추모비와 4.3영웅인 故 문형순 성산포경찰서장의 흉상 등을 이설한 열린 시민공원에서 추모비 제막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전사·순직경찰관 유가족을 비롯해 이상률 제주경찰청장, 김희현 제주도 정무부지사, 고정화 제주재향경우회장,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제주청은 열린 시민공원에 전사·순직경찰관 총 237위의 위패를 모신 추모비를 새롭게 건립하고 문 서장의 흉상과 4.3때 목숨을 잃은 경찰관 이름이 새겨진 1950년 제작된 충혼비를 이설 했다.
문 서장의 흉상은 기존 연동 청사 정문 서편에 있었으며, 1950년 충혼비는 공교롭게도 4.3 당시 초토화 작전에 불을 지핀 박진경 대령의 추도비 옆에 있던 비석이다.
문 서장은 4.3 당시 부당한 국가권력의 명령을 거부하고 민간인들의 목숨을 지켜낸 경찰 영웅이다. 예비 검속자들에 대한 총살 명령을 “부당함으로 불이행”하겠다며 학살을 막아냈다.
1949년 모슬포경찰서장 당시에는 좌익 혐의를 받던 주민 100여 명이 처형될 위기에 처하자 자수시킨 뒤 훈방해 목숨을 살렸다.
명령을 거부하면 본인도 총살당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도민을 살리기 위해 학살 명령을 거부한 그는 2018년 ‘올해의 경찰 영웅’에 선정돼 후배 경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반면, 1950년 추모비의 경우 4.3 당시 민간인 피해가 한창일 때 세워진 것이다. 추모비에는 4.3 당시 전사하거나 순직한 경찰관 명단이 새겨져 있다.
4.3유족회와 재향경우회는 이날 처음으로 함께 제주청을 방문, 화해와 상생의 의미를 되새겨 ‘경찰 영웅’ 문형순 서장을 참배했다. 그리고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지 않는 조건없는 화해를 위해 뜻을 모았다.
오임종 4.3유족회장은 “4.3의 의인인 문형순 서장님을 좋은 곳에 모셔준 데다 특히 경찰에서 영웅으로 추대해주셔서 감사하다”며 “70여 년 전 제주의 아픔인 4.3은 문 서장님과 같은 경찰들이 함께 해주었기 때문에 정의롭게 해결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4.3당시 순직한 경찰 영령님들도 4.3영령님들과 함께 제주의 미래를 위해 서로 손잡고 함께 하지 않겠나”라면서 “화해와 상생을 선언한 지 10년이 된다. 서로 손을 맞잡고 제주의 미래, 후세를 위해 인권과 평화의 소중함을 전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상률 제주청장은 “열린 시민공원으로 조성된 이 공간은 추모와 함께 모든 도민들이 와서 휴식하고 4.3의 의의를 되새기는 자리”라면서 “시민들에게 큰 위로를 주고 역사적인 교훈을 되새기는 자리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2003년, 모든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는 제주시 애월읍 하귀리 영모원(英慕園)에 새겨진 글귀를 낭송했다. 영모원 비석에는 모두가 희생자이기에 모두가 용서한다는 내용의 비문이 새겨졌다.
또 위령단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4.3희생자 위령비가, 왼쪽으로는 위국절사 영현비와 호국열사 충의비가 조성됐다.
이 청장은 “영모원에 새겨진 글귀, 그 마음을 다시 한번 새기고 제주의 발전과 영생을 위해 모두가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