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재심 인력 충원 필요” 검사들 ‘건강’ 걱정하는 제주4.3 유족들
직권재심 업무를 도맡게 된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렇다 할 인력 보강이 없어 군사재판 직권재심이 끝난 뒤에야 일반재판 4.3피해자의 명예회복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2일 광주고검 산하 합동수행단과 제주지검은 ‘제주4.3사건 자문위원회’ 3차 회의를 열어 모든 직권재심 업무를 합동수행단이 담당하기로 결정했다.
이전까지 합동수행단은 군사재판 4.3 피해자를 대상으로, 제주지검은 일반재판 4.3 피해자를 대상으로 직권재심 업무를 담당해 왔다.
검찰 내부적으로 이원화된 직권재심 업무를 일원화해야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공감에서다.
671명 명예회복 합동수행단, 남은 피해자 3000명 육박
지난 2021년 11월 출범한 합동수행단은 오늘(24일) 기준 군사재판 피해자 791명에 대한 직권재심을 청구했으며, 이중 671명의 명예가 회복됐다.
제주지검은 지난해 12월 일반재판 4.3 희생자 10명에 대한 1차 직권재심을 청구한 바 있다.
제주4.3특별법 전면 개정에 따른 특별재심·직권재심 도입으로 검찰과 법원이 업무 과중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합동수행단의 경우 단장(고검검사급)과 검사(2명), 검찰수사관(2명), 파견 경찰(2명), 실무관(1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돼 격주마다 직권재심 30명 청구가 최대 속도라고 밝힌 바 있는데, 최근 검찰수사관 1명이 추가돼 인원이 9명으로 늘면서 일반재판 업무까지 맡게 됐다.
1·2차 군법회의에 회부돼 수형인명부에 기재된 제주4.3 피해자는 총 2530명이다. 합동수행단은 출범 이전에 명예가 회복된 피해자 등 437명을 제외한 2093명을 대상으로 직권재심을 청구해 왔고, 앞으로 1300여명이 남았다. 명예회복이 필요한 일반재판 4.3 희생자도 약 1600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3000명에 육박한 4.3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합동수행단이 전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똑같은 4.3 피해자인데…, 형평성 문제
합동수행단은 격주마다 군사재판 4.3 피해자 30명씩 직권재심을 청구해 왔다. 검사 1명, 검찰 수사관 1명, 경찰 1명이 한팀이 돼 총 2팀이 각각 한달에 한차례씩 직권재심을 청구하는 구조다.
합동수행단으로서는 업무 효율성을 위해 업무를 일원화함에 따라 4.3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재심 청구에 속도를 내야 하지만, 문제는 인력이다.
일반재판을 받은 4.3 피해자보다 군사재판을 받은 4.3 피해자들이 더 가혹한 형벌에 처해진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계엄령 등에 의해 군인들이 받아야 하는 군사재판을 애꿎은 민간인들이 받은 사실만으로도 이 같은 사실을 방증한다.
군사재판 4.3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회복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일반재판 4.3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회복을 뒤로 미루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직권재심 일원화, 합동수행단은 성과낼 수 있나
군사재판 피해자와 일반재판 피해자는 모두 국가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4.3 피해자다.
결국 합동수행단은 군사재판 직권재심 청구 업무 속도를 유지하면서 일반재판 직권재심이 준비되는대로 청구해야 한다. 합동수행단도 현재 인력으로 가능한 최선의 방안을 고민중이지만,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업무 과부하로 이어지면 이미 정상궤도에 오른 군사재판 직권재심에도 부적절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력이 충원되지 않으면 인권보장과 정의 실현이라는 검찰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일반재판까지 직권재심을 확대하겠다는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결정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4.3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재심 법정을 꾸준히 찾고 있는 양성홍 제주4.3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 회장도 “4.3 유족들도 같은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제주의소리]와 전화에서 “군사재판 직권재심은 정상궤도에 올랐다. 유족 중 한명으로서 감사하다. 또 일반재판까지 직권재심을 확대한 법무부와 검찰의 결정도 너무 감사하다. 하지만,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력 충원이 없으면 업무 과중 우려가 있다. 업무에 시달리다보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건강도 나빠진다”며 “이미 정상궤도에 오른 직권재심 업무에 영향이 미칠 수도 있다. 합동수행단의 인력 보강 필요성에 대해서는 유족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회장은 “대검에 합동수행단의 인력을 증원해달라는 유족들의 목소리도 전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인력 부족에 따른 직권재심 업무 차질 우려에 대해 강종헌 합동수행단 단장은 “유족과 도민사회가 우려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다.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