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으로 뒤틀린 가족관계 75년 만에 드디어 바로 잡는다
제주4·3특별법 시행령 국무회의 통과 4‧3희생자 실제 자녀 ‘법적으로 인정’
[제주의소리]가 지속적으로 보도한 ‘뒤틀린 제주4·3 가족관계’ 정정과 관련해 호적에 없는 사실상의 자녀가 법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범위를 ‘희생자 및 유족 등’으로 확대된다는 점이다. 이 경우 호적에 존재하지 않는 희생자의 실질적인 자녀도 법적 자녀로 인정받게 된다.
기존 시행령은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대상자를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4·3중앙위원회)에서 정한 ‘희생자’로 한정했다.
제주는 4·3을 겪으면서 부모가 행방불명돼 할아버지나 큰아버지의 자식으로 등재된 경우, 부모가 혼인했지만 족보에만 존재하고 실제 호적에는 없는 경우 사례가 즐비하다.
생모 사망후 계모의 자녀로 호적에 등재된 경우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지만 일가족이 몰살돼 희생자의 자녀를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도 여럿이다.
이에 가족관계등록부의 작성이나 정정이 필요한 실제 자녀는 희생자의 유족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희생자나 유족에서 제외될 경우 국가보상 대상에서도 빠지게 된다.
유족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행정안전부와 대법원은 민법상 친족과 상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제도 개선에 난색을 표해왔다.
이 과정에서 대법원이 이를 전격 수용해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의한 가족관계 등록사무처리규칙’을 손질하면서 시행령 개정에 탄력이 붙었다.
행정안전부는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용역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10월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에 착수했다.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희생자의 실제 자녀지만 희생자의 호적이 아닌 친척 등의 호적에 입적된 사실상의 자녀들은 희생자의 법적 자녀로 인정받는 길이 열렸다.
행정안전부는 실무지침을 마련해 담당 직원교육 등 준비 작업을 거쳐 관련 내용을 제주도에 통보할 예정이다.
내부 지침이 정리되면서 7월부터 거주지 행정시와 동주민센터, 읍·면사무소 등에서 가족관계 정정 신청이 가능해진다.
신청 대상자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실무위원회’의 사실조사를 거쳐 중앙위원회에서 의결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최훈 행정안전부 지방자치균형발전실장은 “4·3특별법 시행령 개정으로 잘못된 가족관계 기록으로 인해 고통받아 온 희생자와 유족들의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