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왜곡 도넘어도 처벌 어려워…“4.3특별법 개정안 통과 시급”

오영훈 도지사·4.3유족회 등 4.3특별법 개정안 국회 통과 촉구

2023-03-22     원소정 기자

보수정부 출범 이후 제주4.3을 흔들려는 시도가 잇따르면서 4.3 왜곡 시 형사 처벌하는 내용의 제주4.3특별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주에서는 지난 21일 ‘제주4.3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하며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곳곳에 게시돼 도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현수막을 설치한 주체는 우리공화당과 자유당, 자유민주당, 자유통일당 등 보수 정당들로, 이전부터 줄곧 4.3을 왜곡해왔다.

지난달 제주를 찾아 “제주4.3은 명백히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는 망언을 뱉은 국민의힘 태영호 국회의원(서울 강남 갑)도 4.3유족회 등 관련 단체의 거센 항의에도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도민사회에 깊은 생채기를 낸 바 있다.

현행 4.3특별법은 ‘누구든지 공공연하게 희생자나 유족을 비방할 목적으로 제주4.3사건의 진상조사 결과 및 제주4.3사건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여 희생자, 유족 또는 유족회 등 제주4.3사건 관련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따랐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국회의원(제주시갑·행안위)은 지난 9일 제주4.3 진상조사 결과와 희생자, 유족, 관련 단체를 모욕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 4.3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제주4.3사건의 진상조사 결과를 부인 또는 왜곡하거나’라는 내용과 함께 ‘희생자, 유족 또는 유족회 등 제주4.3사건 관련 단체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명시됐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도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는 4.3진상조사 결과와 희생자, 유족, 관련 단체를 모욕·비방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을 신속하게 처리해 달라”고 밝혔다.

오 지사는 “최근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4.3 망언에 이어 일부 보수정당까지 4.3을 폄훼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현수막을 도내 곳곳에 설치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며 “전 국민이 합의하고 동의한 4.3의 진실과 가치가 무참히 공격받는 만행들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이번 4.3추념식에 꼭 참석해 4.3의 완전한 해결과 4.3만행의 종결을 선포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4.3 왜곡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도민과 유족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유족회는 “국가배상, 희생자 명예회복 등 정의로운 해결의 길로 접어든 4.3을 뒤흔들고 구태의연한 왜곡 행위를 하는 극우 망동에 우리 10만 유족은 제주도민과 함께 규탄하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삼킬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제주4.3은 이미 진상조사보고서를 통해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확인됐으며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추념식에 참석해 ‘희생자들의 아픔과 힘든 시간을 이겨내 온 유가족들의 삶과 아픔도 국가가 책임있게 어루만지는 것이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한 바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을 앞둔 시점에서 왜곡과 폄훼로 희생자의 명예를 더럽히고 유족의 가슴에 대못질하는 행위는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며 “3만 4.3영령님과 10만 유족을 모독하는 현수막을 당장 철거하고 도민과 유족에게 무릎 꿇고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쏘아붙였다.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윤석열 정권은 4.3특별법 개정안 처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노총 제주본부는 “4.3민중항쟁 75주년을 앞둔 시기 도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괴현수막’이 곳곳에 나부끼고 있다”며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의 4.3왜곡 발언이 유족과 도민에게 가한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4.3항쟁을 북과 연결짓는 역사 왜곡, 극우적 망언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공화당을 비롯한 극우단체는 4·3의 역사적 진실을 올바르게 직시하고, 왜곡과 악의로 점철된 현수막을 즉각 철거하고 유족과 도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윤석열 정권이 진정 4.3희생자와 유족의 아픔을 보듬고자 한다면 극우단체의 잇따른 역사왜곡 망언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4.3에 대한 악의적 왜곡, 비방에 대한 처벌규정을 담은 4.3특별법 개정안 처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