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뒤틀린 가족관계 ‘복원’ 제주4·3특별법 개정안 발의

혼인신고-입양신고 특례 규정 신설 송재호 의원 대표발의 ‘82명 서명’

2023-03-30     김정호 기자

제75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을 앞두고 75년의 모진 세월 뒤엉킨 가족관계를 바로 잡기 위한 법령 개정이 추진된다.

30일 송재호 국회의원(제주시갑)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82명의 서명을 받은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2021년 2월 4·3특별법 전부개정 과정에서 누락된 출생연월일 정정과 인지청구 특례, 혼인신고 특례, 입양신고 특례 등 가족관계를 바로 잡기 위한 내용이 담겼다.

제주는 4·3을 겪으면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친척의 호적에 오르고 혼인신고와 사망신고가 뒤틀리면서 지금껏 잘못된 가족관계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개정안은 가족관계등록부의 변경 사유 발생시 관할법원의 허가를 받아 정정 신청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현행법 상에는 위법이나 무효인 행위에 한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민법에도 불구하고 희생자의 사실상 배우자나 직계비속이 4·3중앙위원회에 사실혼 관계를 증명하고 혼인신고에 대한 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 조항도 포함돼 있다.

현행 민법 제812조에 따르면 혼인은 당사자 쌍방의 서면을 통해서 효력이 발생한다. 상속 등을 이유로 죽은 자와의 혼인신고는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개정안은 사실상의 배우자가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실체적인 혼인관계 없이 제3자와 혼인신고를 한 경우 이를 무효로 보고 실제 배우자간 혼인신고를 인정하는 특례도 담겼다.

민법 제815조에는 당사자간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 8촌 이내 혈족과 결혼할 때, 당사자간 직계인척관계일 때, 양부모계의 직계혈족관계가 있었던 때에만 결혼을 무효로 하고 있다.

희생자가 사실상 사망 또는 행방불명된 이후 희생자의 자녀로 입양신고 하려는 경우 양자관계가 존재함을 증명하고 입양신고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는 특례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현행법상 입양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입양을 승낙한 법정 대리인의 신고나 가정법원의 심판이 있어야 가능하다.

송 의원은 제도가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혼인신고와 입양신고를 거짓으로 신청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벌칙조항도 신설했다.

이와 관련해 송 의원은 “제주는 4·3 당시 사실혼 관계에도 불구하고, 혼인신고를 하지 못한 채 희생되거나 행방불명되어 법적으로 혼인 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운 유족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족보상 입양이 됐지만 양부모가 4·3으로 사망하거나, 1990년 민법 개정 이전에 존재한 사후양자로 입양된 경우는 유족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은 그동안 외면 받았던 분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라며 “많은 유족이 국가로부터 보호받고 4·3의 가치도 온전히 지켜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4·3특별법 개정안에 동의한 국회의원 명단(이하 82명)

송재호ㆍ위성곤ㆍ김한규ㆍ이재명ㆍ고민정ㆍ박찬대ㆍ서영교ㆍ송갑석ㆍ장경태ㆍ박홍근ㆍ강민정ㆍ강준현ㆍ강훈식ㆍ고용진ㆍ김남국ㆍ김민기ㆍ김상희ㆍ김성환ㆍ김성주ㆍ김수흥ㆍ김영주ㆍ김원이ㆍ김의겸ㆍ김정호ㆍ김철민ㆍ김한정ㆍ김회재ㆍ노웅래ㆍ민병덕ㆍ민홍철ㆍ박광온ㆍ박상혁ㆍ박용진ㆍ박정ㆍ서동용ㆍ서삼석ㆍ서영석ㆍ양이원영ㆍ어기구ㆍ오영환ㆍ유정주ㆍ윤건영ㆍ윤영덕ㆍ윤준병ㆍ윤호중ㆍ윤후덕ㆍ이병훈ㆍ이상헌ㆍ이성만ㆍ이용선ㆍ이소영ㆍ이수진ㆍ이수진ㆍ이원욱ㆍ이장섭ㆍ이탄희ㆍ이학영ㆍ이해식ㆍ인재근ㆍ임오경ㆍ임종성ㆍ임호선ㆍ전재수ㆍ전해철ㆍ정태호ㆍ정필모ㆍ조오섭ㆍ주철현ㆍ최강욱ㆍ최종윤ㆍ홍기원ㆍ홍익표ㆍ홍정민ㆍ황희ㆍ류호정ㆍ심상정ㆍ용혜인ㆍ김홍걸ㆍ양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