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갈 시간은 있고?...“尹정부 다를것” 호언 무색한 도로 반쪽 4.3추념식

제75주년 4.3추념식, 3일 4.3평화공원서 엄수...문화행사 비중 키워 전날 프로야구 시구한 대통령 불참...輿대표 불참 국가의례 격상후 처음

2023-04-02     박성우 기자
제주4.3희생자유족청년회는 지난달 31일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 위령제단 앞에서 4.3 왜곡 행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제주의소리​

제75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이 4월 3일 봉행된다.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명예회복과 실질적인 피해보상 등이 큰 의미를 더하고 있지만, 정작 추념식장에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불참하며 짙은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가 주관하는 '제75주년 4.3희생자추념식'이 오는 3일 오전 10시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추념광장에서 엄수된다.

올해 추념식은 '제주4.3, 견뎌냈으니 / 75년, 딛고 섰노라'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3년만에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운 행사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오전 9시20분 식전행사를 거쳐 오전 10시에는 제주도 전역에 1분간 묵념 사이렌이 울리면서 본행사가 시작된다. 헌화 및 분향, 주요 참석자의 인사말에 이어 경과보고와 추모공연, 추념사 등의 순으로 이어진다.

추념식장에는 정부 대표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하고, 한창섭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등이 참석한다. 제주 출신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일찌감치 참가 의사를 밝혔다.

그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추념식에 고령 유족의 참석이 제한돼 아쉬움이 컸던 만큼 이번 추념식에는 주요 내빈의 50% 이상을 고령 유족과 생존희생자 중심으로 마련한다.

올해 추념식은 '문화 행사'에 비중을 뒀다. 특히 추념식 봉행 최초로 국가 차원의 문화제가 진행될 예정이다.

◇ '외교일정' 핑계로 불참 통보한 尹...여당 대표 불참도 국가추념일 이후 첫 사례

올해 추념식은 여느해보다 풍성하게 구성됐지만, 정작 대통령의 참석이 무산되고, 심지어 여당 대표 역시 불참을 통보하면서 도로 '반 쪽 짜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남겼다.

대통령실은 일찌감치 제주도에 윤석열 대통령의 4.3추념식 불참을 통보해 왔다. 3~4월 한일-한미 방문 일정 등 외교 일정으로 인해 추념식 참석이 어렵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아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에 나서고, 대구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까지 참석하는 일정을 소화해 4.3추념식 불참과 매우 대비되는 행보를 보였다. 국가추념일인 4.3추념식의 위상을 정부가 스스로 격하시킨 꼴이 됐다.

지난 1일 대구삼성아이온즈파크에서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대선 후보 시절 제주 유세전에서 "제주 4.3은 대한민국이 인권을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냐 아니냐를 결정짓는 문제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격과 헌법정신을 위해서도 과감하게 검토할 것"이라며 "유가족과 도민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윤석열 정부는 정말 다르구나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던 다짐도 무색케 됐다.

윤 대통령의 불참 통보로 보수정권 최초의 대통령 참석에 대한 도민사회의 기대감 역시 무너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제74주년 4.3.추념식에 참석하긴 했지만, 당시는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다.

4.3추념식은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처음으로 참석해 국가폭력에 대해 사과하며 전기를 이뤘지만,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9년 2개월 동안엔 사실상 방임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 세 차례나 4.3추념식에 참석하며 4.3의 해결에 진전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이번 추념식에는 여당인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대거 불참을 통보했다. 국민의힘은 김기현 당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가 불참하는 대신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과 김병민 최고위원 등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4.3추념식이 국가의례로 격상된 2014년 이후 거대양당 대표·원내대표의 동시 불참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코로나19로 인해 참석 인원을 100여명으로 제한해 진행되던 해에도 각 정당 대표들은 자리를 지켰다.

이에 반해 더불어민주당은 당 지도부가 총출동하며 추념식 당일 4.3평화공원 현장에서 최고위원회를 갖고, 추념식 이후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참석이 예상돼 극명히 대조되는 모습을 보이게 됐다.

◇ 4.3역사왜곡 극우단체 평화공원 앞 집회 예고, 돌발행동 우려

4.3역사를 왜곡하는 현수막에 이어 추념식 당일에도 4.3을 폄훼하는 세력의 준동이 예고된 점도 빈축을 사고 있다.

앞서 극우 성향의 정당·단체들이 제주4.3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하며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다’라는 4.3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현수막을 도내 곳곳에 내걸며 도민사회의 거센 공분을 산 바 있다. 해당 현수막은 각 행정시에 의해 철거됐지만,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더해 서북청년단이라는 이름을 내건 한 극우 단체가 4.3평화공원 앞에서 집회 신고를 하며 '평화와 상생'으로 나아가는 4.3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해당 단체의 참가 인원 수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집회 참가자들이 예상치 못한 돌발행동을 할 우려가 여전하다.

이미 제주 지역사회 내부에서는 이들의 행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등 20개 단체는 "서북청년단 이름을 이어받은 단체가 4.3평화공원에 한 발 짝이라도 들여놓는 시도를 할 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이들 단체는 "4.3추념식은 4.3 광풍의 과정에서 동백처럼 스러져간 3만 영령의 넋을 기리고 10만 유족들의 아픔을 함께 달래는 날"이라며 "그러나 4.3 당시 학살의 주범 중 하나인 '서북청년단'의 이름을 내건 일부의 무리들이 추념식이 열리는 4.3평화공원 앞에서 뻔뻔하게도 집회라는 형식으로 망동행위를 준비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우리는 4.3유족과 도민들이 추념식 당일 평화적으로 추념식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는데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서북청년단 집단들이 이날 집회를 빌미로 4.3을 왜곡·폄훼하는 행동을 끝내 자행한다면 70만 도민의 이름으로 이에 대해서도 반드시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