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계 오영훈 제주지사 지지 주도한 증인 “자발적”…참여 인원은 ‘허위’ 추산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 세번째 공판서도 검찰-변호인 신경전

2023-05-10     이동건 기자

제주도지사 후보를 결정하는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보육교직원 이름으로 오영훈 제주도지사 지지 선언을 주도한 증인들이 자발적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지지를 선언한 인원수는 다소 과장돼 허위성도 드러났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진재경 부장)는 10일 오후 2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오영훈 지사와 정원태 제주도 서울본부장, 김태형 제주도 대외협력특보, 모 사단법인 대표 A씨에 대한 세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증인신문에 앞서 이뤄진 서증조사 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를 제시하려 하자 변호인 측은 “부동의한 증거를 제시하면 안된다”고 반발했다. 

논란의 증거는 김태형 특보 자택에서 압수된 문건으로, 지지 선언 관리팀 관련 내용이다.

검찰이 오영훈 지사의 측근인 김태형 특보 자택에서 압수된 문건이기에 오영훈 캠프가 각종 단체 지지선언에 적극 개입했다는 시각으로 접근하자, 변호인 측은 “누가, 어디서, 왜 작성했는지 몰라 이미 부동의한 증거”라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입증의 책임은 검찰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증인 4명에 대한 신문이 예정됐지만, 시간 문제로 3명에 대한 신문만 이뤄졌다. 
 
3명 중 1명은 오영훈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 출신으로, 오영훈 캠프에서도 일했다. 그는 검찰과 피고인 측 질문 대부분에 대해 “오래돼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대답했다. 

나머지 A씨 등 2명은 어린이집 원장으로, 이들은 2022년 4월16일 오영훈 캠프 사무실에서 진행된 보육교직원 3024명 지지 선언을 주도했다. 

보육교직원 지지선언문의 경우 초고에 3000명으로 기재됐다가 이후 A씨 외 3024명으로 수정됐고, 언론에 배포된 자료에는 3205명(3025명의 오기 추정)으로 제공됐다. 

또 2022년 4월16일에 당시 오영훈 후보 캠프에서 이뤄졌지만, 언론에 배포된 자료에는 4월17일로 기재됐다. 

검찰은 애초 3000명을 어떻게 추산했는지, 왜 인원수가 바뀌었는지, 배포 자료에 행사 일시가 변경된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2022년 4월17일 민주당 제주도지사 당내경선 후보로 등록한 당시 오영훈 국회의원 일정에 맞춰 언론에 배포된 보도자료 행사 날짜를 변경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A씨 등 2명이 주도한 보육교직원 오영훈 지지 선언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해 6월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과정에서 오영훈 캠프 자원봉사자 등으로 일했던 A씨 등 2명은 “보육교직원들을 위한 행동”이라며 자발적인 참여라고 강조했다. 

별도로 진행된 증인신문에서 A씨 등 2명은 “어린이집 원장으로서 피고인(오영훈)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보육계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보육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제주도지사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기에 지지 선언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A씨 등 2명은 제주시어린이집연합회 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이들은 “연합회 내부에도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연합회 이름이 아니라 보육교직원이라는 이름으로 피고인을 지지했다. 둘이 함께 이면지에 지지선언문 초안을 작성했고, 김태형 피고인에게 오탈자 등을 봐달라고 부탁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둘이 자주 오영훈 캠프를 방문했기에 자연스레 오영훈 캠프 사무실에서 지지 선언하자고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과거에도 특정 후보 선거운동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A씨 등 2명 모두 “원희룡 전 지사 때도 보육교직원들이 단합해 도움을 준 적이 있다. 보육 현실을 잘 아는 사람이 당선되면 도정 정책 등이 다르다. 전국적으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지지 선언문 초안 작성 당시 3000명을 어떻게 추산했느냐는 질문에 A씨 등 2명은 “어린이집 원장 등은 서로가 잘 안다. 누가 몇 명, 또 다른 누가 몇 명이라고 말해줘 추산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제주시어린이집연합회에서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나름 인원수를 파악해 왔고, 3000명 정도 되겠다고 추산했다. 정확히 3000명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지자 명단 등이 없는 추정치라고 진술했다. 

이에 검찰이 ‘지지 선언 숫자를 허위로 기재하면 처벌을 받는다’고 지적하자 A씨는 “몰랐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A씨 등 2명은 자신들의 지지 선언이 어떤 방식으로 언론에 보도됐는지는 잘 모른다고 얘기했다. 

A씨 등 2명은 “우리가 지지를 선언하는 것이 중요했다. 해당 선언문이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언론에 제공됐는지는 잘 모른다. 나중에 언론에 보도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보도자료에 날짜(16일→17일)가 바뀌어 나간 것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선거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오영훈 지사와 관련된 4번째 공판은 오는 17일 예정됐다. 

오 지사와 정원태 본부장, 김태형 특보, 사단법인 대표 A씨, 컨설팅업체 대표 B씨는 기업관계자 등을 동원해 지난해 5월16일 오영훈 당시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식을 개최해 언론에 보도되게 하는 방법으로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또 당내 경선 직전인 2022년 4월18일~22일 사이 121개 직능단체, 청년, 교수 등 각종 단체의 지지를 유도해 기자회견 후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방법으로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를 적용했다.  

A씨가 대표로 있는 단체는 법인 자금으로 상장기업 협약식 개최 비용(550여만원)을 B씨에게 지출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받으며, 피고인 5명 중 B씨만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