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 꿈꾸는 제주시 봉개 매립장, 밑그림 어떻게?

30일 제주시, 봉개 매립장 활용방안 기본계획 수립 용역 보고회 개최 ‘혐오시설’→‘친환경 거점공간’ 계획…주민대표 “의견 더 수렴” 요구

2023-08-30     김찬우 기자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맡은 용역진이 제안한 봉개 매립장 사후 활용방안. ⓒ제주의소리

1992년부터 제주시민들의 각종 쓰레기를 처리해온 제주시 봉개 매립장이 복토 공사를 거쳐 도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거점공간’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제주시는 30일 봉개동 문화체육센터에서 관계부서와 주민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봉개 매립장 사후 활용방안 기본계획 수립 용역’ 보고회를 개최했다.

1992년 도내 최대 규모인 4개 공구, 231만9800㎡로 조성된 봉개 매립장은 2016년 3·4공구, 2018년 1공구, 2019년 2공구가 가득 차면서 이를 흙으로 뒤덮는 복토 공사가 진행 중이다. 

제주시는 2024년부 사용 종료되는 봉개 매립장과 주변 부지에 대한 활용방안을 찾기 위해 지난 3월 1억7000만원을 들여 기본계획 수립용역에 착수했다.

봉개 매립장 부지 가운데 공유재산 임대부지 등을 제외한 사업대상지는 47만9261㎡ 규모로 매립 지원시설과 소각장, 매립지 등으로 이뤄졌다.

이날 보고회에서 용역진은 봉개 매립장을 공원과 문화, 체육시설이 한데 모인 생활체육 문화 네트워크 거점으로 활용하는 등 밑그림을 제시했다. 

지원시설, 매립지, 소각장 등 구역별로 중심 주제를 정해 주민들이 건강한 여가생활과 전문체육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복합문화예술공간을 조성하는 등 방안이다. 

봉개 매립장은 번영로와 남조로, 애조로, 비자림로 등 주요 도로와 가까운 곳에 있어 입지여건이 나쁘지 않다. 더군다나 제주4.3평화공원, 절물자연휴양림이 있는 명림로 연결도로가 개설되면 연계 및 접근성은 더 나아진다. 

용역진 설명을 듣고 있는 봉개동 주민대표들. ⓒ제주의소리

봉개 매립장은 사용 종료 이후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통해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 그러나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최대 30년까지 용도가 제한될 수 있다. 침출수로 인한 환경적 문제나 지지력이 부족한 매립지 지반 침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타 지자체 역시 사용을 끝낸 매립장을 침출수 처리, 쓰레기 안정화 등 정비사업과 병행해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공원이나 체육시설로 활용 중이다.

서울의 경우 1993년 난지도 매립장을 폐쇄한 뒤 광장과 연못, 어린이놀이터, 운동장, 게이트볼장 등을 갖춘 대규모 공원을 조성했다. 같은 해 매립 종료한 포항 양덕 매립지에는 체육관과 축구장, 리틀야구장, 다목적공원 등이 마련됐다.

주민 건강이나 재산 등 주변 환경에 심각한 위해를 가져올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수목 식재 △초지 조성 △공원시설 △체육시설 △문화시설 △신재생에너지 설비 등 사업만 가능하다. 

용역 추진 과정에서 봉개동쓰레기매립장 주민대책위원회는 △축구장 △파크골프장 △실내체육관 △골프연습장 △매립지 경사면, 도로 상부 데크 설치 등을 요구했다. 또 제주도산북소각장 주민지원협의체는 소각장 시설을 리모델링해 복합문화예술공간을 조성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용역진은 이 같은 점들을 고려해 △지원시설 구역 ‘커뮤니티 플랫폼’ △매립지구역 ‘헬스 플랫폼’ △소각장 구역 ‘컬처 플랫폼’ 등 공원과 체육, 문화시설 활용방안을 제안했다.

봉개 매립장 사후 활용방안 기본계획 수립 용역 관련 설명 중인 용역진. ⓒ제주의소리

구체적으로 지원시설 구역의 경우 도시계획시설인 근린공원으로 변경한 뒤 대규모 광장이나 교육·연구·체험시설, 전지훈련센터, 실내체육시설 등을 설치하는 방향이다. 

지원시설 중 환경시설관리소나 교육센터, 침출수 저류지, 전처리시설 등 필수 존치 시설을 제외하고는 모두 폐쇄, 사후 활용방안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매립지구역은 도시계획시설인 체육시설로 변경해 파크골프장, 축구장, 풋살장, 배드민턴장, 실외체력단련시설, 다목적운동장, 클럽하우스 등 생활체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을 내놨다.

굴뚝을 비롯한 각종 건물이 남아있는 소각장의 경우 전시나 공연, 교육을 할 수 있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을 만들거나 청소년수련시설, 관광휴게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제안했다. 특히 소각장 굴뚝을 활용한 전망대와 스카이라운지 도입 등 방안도 냈다. 

용역진의 구역별 토지활용 제안 발표에 일부 주민들은 이미 활용방안을 정해놓고 발표하는 것이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체육과 공원시설에만 편중됐다며 어르신을 위한 노인건강증진센터를 세운다거나 비체육인을 위한 공간도 마련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이에 제주시 관계자는 “정답을 정해놓고 추진하는 용역이 아니라 법으로 규정된 범위 중 어떤 사업들이 가능한지 펼쳐놓고 보는 것이 오늘 용역 보고회 자리”라며 “활용방안에 대한 예시일 뿐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해진 틀로 가는 것은 전혀 아니며,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계획”이라며 “주민들과 긴밀히 접촉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신다면 또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제주시는 이날 용역 보고회에 이어 9월 중 1차 주민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용역 완료 시점은 11월 25일이며, 관련 보고는 10월 중간보고회 및 2차 주민설명회, 11월 최종보고회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봉개 매립장 사업대상지. ⓒ제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