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가 급한데…’ 제주4·3특별법 개정안 돌연 재입법예고

부처 의견수렴 후 입법예고안 손질 11월 국회 제출 ‘연내 처리 불투명’

2023-09-19     김정호 기자

뒤엉킨 가족관계를 바로 잡기 위한 정부의 제주4·3 법령 개정 작업이 늦춰지면서 연내 국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1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당초 9월 정기국회에 제출 예정이던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10월25일까지 재입법예고하기로 했다.

개정안은 2021년 2월 4·3특별법 전부개정 과정에서 누락된 인지청구 특례와 사후 혼인신고 특례, 사후 입양신고 특례 등 가족관계를 바로 잡기 위한 내용이 담겨 있다.

행안부는 앞선 6월 개정안을 공개하고 의견수렴을 마쳤지만 돌연 재입법예고를 결정했다. 부처간 회람 과정에서 개정안 수정 작업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재입법예고안에 따르면 당초 부칙에 포함된 효력의 불소급 규정이 통째로 빠졌다. 효력의 불소급은 법률 공표 이후에 발생한 사안에 대해서만 해당 법률을 적용하는 원칙이다.

최초 입법예고안에는 가족관계 정정의 소급효를 배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4·3특별법 제16조에 근거한 국가보상금 지급은 소급효를 인정하도록 했다.

사후 혼인신고 특례는 사실혼 배우자가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는 절차를 삭제했다. 대신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의 확인을 받아 혼인신고가 가능하도록 했다.

사실혼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 직계비속이 위원회의 확인을 받아 혼인신고할 수도 있다. 다만 혼선을 줄이기 위해 혼인신고를 위한 위원회의 신청 기간을 법시행일 2년 이내로 제한했다.

민법상 폐지된 사후 양자(입양) 신고 특례도 신청 기한을 2년으로 정했다. 혼인신고 특례와 같이 사실상의 양친자가 위원회 확인을 받아 입양신고를 할 수 있다. 

인지청구 특례도 일부 수정됐다. 인지청구는 자녀가 부모를 상대로 법률적 자식임을 인정받는 절차다. 민법상 자녀가 부모를 상대로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하도록 돼 있다.

현행 4·3특별법의 인지청구 특례에 따르면 인지청구 소 제기와 별도로 가족관계등록부상 부모와의 친자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을 병행해야 한다.

기존 개정안에는 인지판결 확정시 친생자관계부존재가 확인된 것으로 간주했지만 개정안은 인지청구와 함께 친생자관계부존재 소도 제기할 수 있도록 근거 마련에 그쳤다.

행안부 관계자는 “입법예고 과정에서 소관 부처별로 의견 제시가 있었다”며 “관련 내용을 반영하면서 법률안 수정이 이뤄졌고 불가피하게 재입법예고 절차를 거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법제처 심사가 유동적이지만 가능하면 11월 중 국회에 법안이 제출되도록 하겠다”며 “연내 법안 처리가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가족관계를 바로 잡기 위한 4·3특별법 개정안은 정부안과 별도로 의원 발의안으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올해 3월 송재호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했다. 

5월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정부안 제출이 이뤄질 경우 병합 심사 가능성도 있다. 연내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제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