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팔려나간 제주 공동체 자산 ‘마을목장’, 남은 땅도 위태롭다!
공동기획-탐나는가치 맵핑(1)] 마을공동목장(33) / 서귀포시 중문공동목장 주민들 생태적 활용 및 보전 관리 긍정적, 그러나 세금 등 현실 문제 걸림돌
| 무심코 지나쳤던 제주의 숨은 가치를 찾아내고 지속 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지역 문제나 의제를 주민 스스로 발굴해 해결해가는 연대의 걸음이 시작됐다. 지역 주민이 발굴한 의제를 시민사회와 전문가집단이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한 뒤 문제해결까지 이뤄내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프로젝트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와 함께하는 ‘공동기획 - 탐나는가치 맵핑’은 풀뿌리 민주주의와 주민참여라는 측면에서 매우 유의미한 연대가 될 것이다. 이번 도민참여 솔루션이 잊히고 사라지는 제주의 가치를 발굴·공유하고 제주다움을 지켜내는 길이 될 수 있도록 도민의 참여와 관심을 당부드린다. [편집자 주] |
30만평, 신도시나 산업단지를 만들 수 있는 거대한 크기의 목장이 팔려나갔다. 공동체 자산이자 제주 특유 목축문화인 마을공동목장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녹하지오름 인근 서귀포시 중문공동목장은 대부분 부지가 골프장으로 변했다. 아름다운 바다가 눈 앞에 펼쳐진 천혜의 자연환경, 축산방식의 변화로 목축이 이뤄지지 않는 데다 수입이 없는 탓 등 이유로 팔려나갔다.
목장부지로 활용하던 땅은 얼마 안 남았다. 대신 예로부터 화전민들이 일궈온 땅, 지금은 산림이 우거진 한라산의 일부가 된 마을 소유 땅 45만여 평만 남은 상황이다.
활용할 수는 없지만, 자연 생태적 역할을 다하고 있는 땅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세금 감면제도의 변화와 함께 위태로운 처지에 놓였다. 활용방안에 대한 고민이나 마땅한 지원책이 없는 상황에서 세금 부담 증가는 곧 매각으로 이어진다.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달 30일 중문공동목장을 탐방, 이야기를 들었다.
김지환 중문마을회장은 “목장과 마을 땅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지금까지 세금을 감면해주니 버틸 수 있었지 본격적으로 세금이 부과되면 어떻게 관리할지 난감한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과거 중문공동목장은 1100도로 거린사슴전망대 서쪽, 산록남로 북쪽 녹하지오름(녹하지악) 일대에 있었다. 조선 후기에는 화전민 터로 활용되기도 했다.
이날 현장탐방에서 중문공동목장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설명한 한상봉 한라산인문학연구가에 따르면 녹하지오름 북쪽 일대는 말을 키우던 ‘몰마장’으로 활용됐다.
또 당시 중문공동목장은 소들끼리 싸움을 막기 위해 수소와 암소를 따로 방목했는데, 수소는 녹하지오름 남쪽, 현재 골프장이 들어선 자리에서 방목이 이뤄졌다. 암소는 중문천 건너 동쪽 부지와 북측 일부 초지에서 풀을 뜯었다.
중문공동목장에는 일제강점기 당시 중문천 냇가를 막아 소들에게 물을 먹인 ‘알통물’이 남아있다. 알통물은 수소가 주로 이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리유지였던 목장 토지는 1961년 지방자치제가 폐지되면서 군유지로 소유권이 넘어갔고 중문공동목장의 경우 1973년 주민들의 증여로 일부 토지만 목장조합 소유가 됐다.
이후 1990년대 조상 땅 되찾기 운동이 시작되면서 19대 중문마을 김유부 이장은 변정일 변호사를 선임, 화전을 했던 김씨 집안 화전민을 접촉하는 등 10년여 걸친 노력 끝에 산2번지를 겨우 돌려받았다.
중문공동목장은 소고기 파동으로 방목을 포기하는 목장이 늘어나던 1980년대, 방목을 포기하고 분할 매각되기 시작했다. 마땅한 활용방안이 없으면 매각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2001년에는 목장조합 소유 토지가 골프장 개발 목적으로 팔려나갔고 남은 부지는 방치된 끝에 산림으로 변했다. 마을회가 활용방안을 고민 중이지만 마땅치 않다.
김 마을회장과 고대지 부회장, 김성민 전직 마을회장은 “현재 목장과 마을 땅은 실질적으로 운영하지 않고 있다. 마을 자체적으로 무언 가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제주도가 땅을 산다고 하면 매각할 의사도 있다. 수익을 창출하면 재산세도 내고 하겠는데 아무것도 못하니 팔아버리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과거 낼 돈이 없어서 땅으로 가져가라고 한 적도 있다. 이후 경제성을 살려 우리가 수입을 거둘 수 있는 기반시설을 갖춰볼까 해도 법적으로 허용이 안 된다”며 “탐방이나 야영장을 만들려고 해도 제한이 걸려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토지 소유주 중 외지인도 있는데 재산세를 내라고 하니 마을에서 땅을 그냥 가져가라고 하는 형국”이라며 “그 사람들도 여기 와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연 생태적 가치를 살려 마을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고 있다. 공동체 의미를 살릴 수 있도록 마을 주민과 어울려 할 수 있는 것들도 고민 중”이라며 “우리도 생태 보전지역으로 관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제성을 따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탐나는가치 맵핑 프로젝트팀은 제주 고유 목축문화인 마을공동목장의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가치를 모색키 위해 지난 2021년 8월부터 이번 탐방에 이르기까지 총 24차례 현장을 찾아다녔다.
현장탐방 목장은 △2021년 금당-남원한남-하원-신례리-장전-상명-납읍 △2022년 성산수산-애월고성-하효-회수부흥-서광동리-아라-평대-청수-삼리 △2023년 가시리-덕천-하도리-도순-덕수리-회천-교래리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