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라관광단지 사업자, 버진아일랜드 ‘페이퍼 컴퍼니’ 시인한 이유?

20대 때 550억원 규모 주식 취득한 오라단지 사업자 아들 가산세 취소 소송전

2024-05-29     이동건 기자

사실상 좌초된 제주 오라관광단지 사업자가 ‘페이퍼 컴퍼니’를 언급하면서 주식 등 변동에 따른 가산세를 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차이나테디(주)와 제이씨씨(주)가 제주세무서를 상대로 ‘법인세부과처분 취소’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차이나테디는 가산세 3억2400여만원, 제이씨씨는 가산세 7억7200여만원을 부과한 세무서의 처분이 위법하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5조2000억원 규모로 단일사업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추진된 오라단지는 2021년 사실상 좌초됐다. 

오라단지 추진 사업체 제이씨씨는 오라동 357만5000여㎡ 일대에 관광호텔 2300실, 휴양콘도 1270실, 명품빌리지와 같은 상업시설, 생태전시관, 워터파크, 18홀의 골프장 등을 계획했다. 

제주 중산간 한라산국립공원 바로 밑 해발 350~580m에 위치해 환경파괴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사업추진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 절차 위반 논란, 지하수 양도양수 과정의 편법특혜 논란, 환경·경관, 교통, 하수, 쓰레기, 카지노, 교육권 침해, 기존 상권 피해, 자본검증 문제, 관피아 논란 등 수많은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또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페이퍼 컴퍼니’가 얽혔다는 의혹으로 사업자에 대한 자본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2017년 제주도가 사업 추진을 위한 사업자 자본검증을 언급하자, 제이씨씨는 사업권 전부를 중국 화룽그룹에 넘기면서 ‘먹튀’ 논란도 커졌다.  

이후 화룽그룹 자회사 제이씨씨가 객실수를 줄이는 등 사업 계획을 변경해 추진을 시도했지만, 2021년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원회에서 최종 부결되면서 사실상 좌초됐다. 

이번 사건은 오라단지 사업이 추진되던 2015년에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제이씨씨와 차이나테디 주식 거래 과정에서 불거졌다. 

차이나테디는 2013년 설립 때부터 A씨가 대표이사며, 제이씨씨는 2014년 설립 때부터 2016년까지 A씨가 대표이사직을 수행했다. 제이씨씨 대표이사는 수차례 바뀌면서 현재는 중국인이 맡고 있다. 

A씨의 경우 조속한 오라단지 사업 추진 등을 요구하면서 기자회견 등도 수차례 가진 바 있다. 

A씨의 아들인 B씨는 2015년에 유상증자가 이뤄지던 회사 차이나테디 주식 약 160만주, 제이씨씨 주식 약 380만주를 인수했고, 2개 회사는 B씨의 주식 인수 등을 내용으로 주식 등 변동상황명세서를 세무당국에 제출했다.

세무당국은 2개 회사 유상증자로 주식을 소유한 B씨는 차명주주일 뿐 실제 소유자는 페이퍼컴퍼니로 보고, 2020년에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 제출 불성실로 가산세 부과 처분했다. 

한화 약 550억원에 이르는 B씨의 주식 취득 자금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소재 페이퍼 컴퍼니가 대납한 사실이 확인되고, 설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페이퍼컴퍼니는 대주주 A씨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차이나테디와 제이씨씨 측은 조세심판원에 부과 처분 취소 심판도 2022년 8월에 모두 기각되면서 같은해 11월 이번 소송에 뛰어들었다. 

2개 회사는 A씨와 B씨 부자(父子)의 개인 자금처와 다름 없는 명목상 회사(페이퍼 컴퍼니)에 불과하고, 아들 B씨가 실제 주식 소유자라는 주장 등을 내세웠다. 

오라단지 사업자가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로 꼽히는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소유했다고 법정에서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페이퍼 컴퍼니 자백에도 2개 회사는 지난해 12월 1심에서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B씨가 대학을 졸업한 뒤 주식을 취득할 때까지 이렇다 할 소득 활동이 없어 550억원 규모의 주식 인수 자금을 마련할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2024년 기준 B씨는 30대 중반으로, 주식 취득 당시 20대인 B씨는 차명주주일 뿐 주식의 실제 소유자는 페이퍼컴퍼니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결과에 불복한 차이나테디와 제이씨씨 측은 항소했으며, 지난달 항소심 첫 변론이 진행되는 등 법적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