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소송 패소에 제주시 ‘난감’...단속 무력화 제도개선 불가피
[초점] 악취간섭-재량권 일탈 첫 인정 시료채취 기준 마련-조례 개정 ‘과제’
제주시가 축산악취 관련 소송에서 최종 패소하면서 단속 근거에 구멍이 뚫렸다. 제재의 범위도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서 제도 개선이 불가피해졌다.
4일 제주시에 따르면 도내 양돈농가 3곳이 제기한 과징금 부과 처분취소 소송에서 대법원이 농가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곧바로 행정처분의 효력을 상실했다.
소송의 발단은 2021년 6월 제주시가 악취배출 허용기준을 초과했다며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양돈장을 상대로 무더기 영업정지 처분(과징금 처분 대체 가능)을 내리면서 불거졌다.
현행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4항에 따라 배출시설 설치·운영자 또는 처리시설 설치·운영자는 관리기준에 따라 배출시설 및 처리시설을 운영해야 한다.
배출허가 기준은 악취방지법 제7조에 따른 배출허용기준을 준수하도록 돼 있다. 이를 어기면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15조에 따라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
제주는 처분 기준을 도 조례에서 정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가축분뇨의 관리에 관한 조례’ 제7조에 따라 개선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곧바로 2개월의 사용중지 처분을 할 수 있다.
2억원에 가까운 과징금 처분을 받은 농가 3곳은 곧바로 행정심판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2021년 제주시를 상대로 과징금 부과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밀집된 양돈단지의 특성상 인근 농가에서 발생하는 악취 등 간섭요인을 배제할 수 없다며 악취간섭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이에 채취 시료는 처분근거로 활용할 수 없게 됐다.
제주시는 지금껏 국립환경과학원 고시로 제정된 ‘악취공정시험기준’을 시료 채취에 활용해 왔다. 재판부는 이 역시 사무처리준칙에 불과해 대외적 구속력이 없다고 해석했다.
더 나아가 행정처분의 정도가 비례성을 상실해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른 제주시의 행정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단속 자체가 어려워졌다. 검사결과의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으면서 현 상황에서 시료 채취와 판정 요원들의 검사결과는 처분 기준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악취간섭을 피해 시설이 밀집되지 않은 양돈장을 대상으로 선별적 단속에 나설 수 있지만 이 경우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다. 밀집 시설만 단속에서 배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단속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악취간섭을 배제하고 보다 과학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제주시는 환경부를 상대로 시료 채취 기준과 관련 규정 개정을 요청하기로 했다.
제재의 범위가 지나치게 가혹한 조례 개정도 고민거리다. 처벌 기준이 강화된 현 조례는 2017년 숨골에 가축분뇨가 무단 배출되면서 당시 악화된 여론을 반영한 결과였다.
상위법에 근거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17조에 따르면 악취 기준 초과시 1차 경고, 2차 사용중지 1개월, 3차 사용중지 2개월, 4차 사용중지 3개월이다.
반면 제주 가축분뇨의 관리에 관한 조례에서는 시정명령 이후 곧바로 2개월 사용중지 명령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이를 대체하는 과징금은 1억원으로 전국에서 처분 수위가 가장 높다.
제주시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제도개선 없이는 단속 자체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다만 조례 개정은 의회 차원의 검토가 필요해 선뜻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