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고유 마을공동목장, 축산-비축산 현실 고려한 보전·활용 방안 ‘윤곽’
10개월 걸친 ‘마을공동목장 보전과 지원방안 연구용역’ 마무리 실질 방목 지원부터 퇴역마 보호공원, 목장 축제 등 활용방안 제시 초지 탄소 흡수원 활용한 ‘탄소 배출권’ 판매 수익금 창출 ‘주목’
제주 공동체의 역사와 문화가 남아있는 마을공동목장을 보전하고 시대에 맞게 활용하기 위한 제도개선과 지원방안 윤곽이 잡혔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 맞닿은 방안들이 눈에 띈다.
제주 고유 목축 문화인 마을공동목장에 대한 지속적인 보전관리 지원방안을 찾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가 진행 중인 ‘마을공동목장 보전과 지원방안 연구용역’이 마무리됐다.
제주도는 3일 오후 2시 축산진흥원에서 10개월간 진행된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개최했다.
마을공동목장이 줄어들면 공동체 활동과 전통적 목축 문화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난개발로 이어져 초지 상실과 지하수 오염, 생태 다양성 축소 등 복합적 피해가 나타난다.
당초 마을공동목장은 일제강점기 143곳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77곳만 남은 상태다. 사라진 마을공동목장은 대규모 리조트나 골프장으로 변했다. 누군가 사유하게 된 공동체 자산이다.
연구용역을 맡은 제주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목장을 직접 탐방하고 정책 지원 사회적 논리를 개발하는 등 구슬땀을 흘려 왔다.
마을공동목장 현황 파악 및 여건 분석, 관련 정책 제도 평가, 공동체 보전관리를 위한 지원방안 모색 등 과업 목적에 따른 다양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용역은 지난 2021년부터 시민단체와 학계, 그리고 [제주의소리]가 마을공동목장 보전과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활동한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탐방 프로젝트와 맥을 같이 한다.
#위기 직면한 마을공동목장, 보전·활용 정당성 “차고 넘친다”
현재 도내 곳곳 마을공동목장은 축산 방목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수입 대비 세금과 관리비용, 국유지 임대료 등 지출이 많아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을공동목장은 국공유지와 사유지, 마을회 소유지, 목장조합 소유지 등 소유 관계가 복잡하다. 이 같은 복잡한 소유권과 조세제도는 마을공동목장 유지 운영의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또 법인이 아닌 기타단체로 분류된 곳들은 지원사업을 받기도 힘들다.
마을공동목장을 보전하고 지원해야 할 근거는 차고 넘친다. 제주 고유의 목축 문화가 남아있는 역사적 가치부터 공동체 유지, 기후위기 시대 대응 등 역할과 가치가 다양하다.
△전통적 농업 커먼즈(공동체) △문화적 가치 △지속가능한 축산 △치유 농업 토대 △탄소 저장원과 기후변화 대응 △생물 종다양성 유지 △지하수 함양 및 홍수 예방 △야생동식물 서식지 △국가 농업유산 △세대 전승을 위한 교육적 가치 △공공재 기능 △순환경제 토대 등이다.
하지만 현재 마을공동목장과 연관된 지원사업은 규모가 작거나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제주도에서 추진 중인 마을공동목장 특성화 사업비도 총 1억 9989만원에 그친다. 목장 77곳이 지원받기에는 턱없는 규모다.
이에 용역진은 △자연 기반 초지 이용 환경 마련 △방목지 회복 및 생태계 다양성 회복 △토지 이용 관리 거버넌스 구축 △방목 축산 경쟁력 확보 △순환 경제 등 부가가치 창출 △마을공동목장 권역별 지원사업 등 6가지를 중심으로 한 대책을 제시했다.
#많은 탄소 저장하는 ‘초지’…목장 보전 위한 탄소 배출권 거래 ‘주목’
용역 결과 기후위기 대응 및 순환경제 분야 초지 탄소 흡수원 기능을 활용한 탄소시장 창출 노력 방안이 주목된다. 탄소 배출권 판매 수익금을 목장 보전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이 초지 화산회토 유기탄소 기본계수를 개발, 정확한 온실가스 흡수량 산정이 가능하게 되면서 초지의 탄소 흡수원 기능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는 설명. 용역진은 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용역진은 자연 기반 초지 이용 환경 마련 분야에서 마을공동목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초지법 정의를 목초지 중심에서 방목 초지를 명시하는 등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지 이용 관리 거버넌스 구축 방안으로는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 개선’과 ‘초지/산지 개발권 매입 제도 도입’ 등을 제안했다. 개발권 매입 제도는 초지 전용을 억제, 보전 방안으로 지자체가 20~30년 동안 이용권을 사들여 생태계 서비스를 모두에게 제공하는 내용이다.
이어 용역진은 제주 고유 목축 문화와 마을공동목장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시켜 체계적인 지원체계를 갖추는 방법도 고안해냈다.
방목지 회복 및 생태계 다양성 회복 항목에서는 방목 축산을 위한 잡목제거 및 벌목 지원, 생물다양성 회복사업 추진, 경주 퇴역마 보호 공원 지정 및 지원 관리 등이 제시됐다.
또 제주특별법 개정을 통한 방목지 복원을 위한 입목 벌채 특례 도입, 공유재산관리조례 개정을 통한 공유재산(초지) 대부요율 감면, 방목축산 농가 공유재산 수의계약 적용, 지원 조례 및 초지관리조례 제·개정 등 방안을 내놨다.
#마을공동목장 세금 부담, 오직 ‘보전’ 목적 감면 제안도 나와
마을공동목장 관계자들이 한목소리로 호소하고 있는 세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초지/산지 비과세 및 면세 △보전을 위한 조건부 재산세 감면 제안도 나왔다. 이익이 아닌 ‘보전’을 위해서만 세금 부담을 줄여 공익적 가치를 살린다는 취지다.
이어 용역진은 축산과 비축산 부문을 나눈 권역별 지원사업을 제안했다. 보전과 활용 방향이 다른 두 부문을 다른 방식으로 지원할 방법이다. 축산의 경우 △초지/방목지 복원 및 관리 △축산환경개선 △목장조합 소득원 다양화 지원 등이다.
비축산은 △생물다양성 보전 및 증진 △공동체 정원조성 및 운영 △반려동물 놀이터 운영 △공동체 소득사업 발굴 등이 제시됐다. 이 밖에 △국립생태원 제주분원 유치 △마을공동목장 가치 인식 축제 △공동자원 관리지원센터 운영 등 의견도 나왔다.
강재섭 도 농축산식품국장은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마을공동목장 유형별 지원·활용방안을 마련하고 세금·임차료 관련 법 개정을 위한 사회적 논리를 발굴하는 등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종보고회가 끝이 아니라 이를 토대로 한 행정, 전문가, 목장 등이 모여 논의하고 꾸준히 연구하면서 마을공동목장 보전과 활용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책임을 맡은 김자경 박사는 “마을공동목장의 역사가 오래된만큼 복잡한 문제가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용역 결과를 토대로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며 “지사께서도 많은 관심을 보인 만큼 이후 조례와 법 제개정을 위한 다양한 자리를 마련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수행한 연구용역 중 가장 어려운 용역이었다”며 “그간 함께 답사를 다니며 많은 도움을 준 탐나는가치 맵핑 프로젝트팀과 관계 공무원분들께 감사를 표한다”고 소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