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에 뒤틀린 가족관계 회복 결실...‘사실혼 배우자-양자’ 법적인정 길 열렸다

'제주4.3특별법 시행령' 국무회의 의결...4.3위원회 결정범위 규정 인우보증 활용 근거 마련...배상금 지급 권리 '이해관계인' 구체화

2024-07-23     박성우 기자

[제주의소리] 최초 보도로 촉발된 제주4.3사건 당시 뒤틀렸던 가족관계를 정정할 수 있는 특례가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이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1월 4.3사건 희생자의 사실혼 배우자 및 양자가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의 결정을 받아 혼인·입양신고가 가능하도록 특례 규정을 신설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희생자와 유족의 실효적인 구제가 이뤄지도록 법에서 위임된 사항과 그 시행 등에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을 규정하기 위함이다. 그간 관계기관 협의, 입법예고, 제주4.3유족회 설명 등을 거쳐 '4·3사건법 시행령' 개정안을 확정했다.

주요 개정 내용은 먼저 가족관계등록부 작성 또는 정정 등과 관련한 제주4.3위원회의 결정범위를 명확히 했다. 

4.3위원회의 결정범위는 △제적부 및 가족관계등록부가 없는 희생자의 가족관계등록부 작성 △희생자의 사망사실 기록이나 정정 △희생자의 생부 또는 생모 및 희생자가 아닌 생부 또는 생모와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이나 인지 결정 사항 △사실상 혼인관계에 대한 위원회의 결정과 관련된 사항 △사실상 양친자관계에 대한 위원회의 결정과 관련된 사항 등이다.

또 기존에 가족관계를 입증하기 곤란한 경우 희생자의 친족 또는 제주4.3사건 피해로 인해 가족관계등록부가 작성돼 있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기록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람 2명이 작성한 보증서, 이른바 '인우보증'을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와 함께 입양신고 관련 이해관계인을 4.3위원회의 사실상 양친자관계 결정에 따라 제주4.3보상금, 형사보상금 또는 국가배상금을 지급받을 권리가 변동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입양은 상속 등 권리관계에 변동이 발생할 수 있어 4.3위원회에서 사실상 양친자관계를 결정하려는 경우 이해관계인을 구체화 한 규정이다.

제주도는 이번 개정으로 4.3사건 희생자와 사실혼 관계에 있던 사람이나 사실상 양친자관계에 있던 사람들도 위원회 결정으로 혼인·입양신고가 가능해짐에 따라 희생자와 유족의 실효적인 구제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이번 시행령 개정은 2022년 4월 당시 자연인 신분이었던 김종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의 [김명수 대법원장님께 드리는 편지…4‧3유족 호적 정정 가로막는 대법원 규칙] 특별기고가 [제주의소리]를 통해 최초 보도되며 촉발됐다.

4.3특별법의 호적 정정 특례 규정이 대법원 규칙으로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으로, 도민사회가 한 목소리를 내자 대법원도 관련 규칙을 개정하며 호적정정 신청권자를 기존 희생자에서 유족까지 확대했다.

이후 가족관계 불일치 사례조사, 실무협의 및 의견제출 등의 절차를 거쳐 지난 1월 제21대 국회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가족관계 정정 특례가 담긴 제주4.3특별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제주도는 추후 행정안전부의 위원회 운영세칙 및 실무지침이 마련되면, 담당직원 교육, 사전 홍보 등 준비작업을 거치고, 9월 1일부터 제주도, 각 행정시, 읍면동주민센터를 통해 접수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기존에 신청 받고 있던 희생자의 사망사실 기록·정정, 제적부 없는 희생자의 가족관계등록부 작성, 희생자와의 친생자관계존재 확인 등에 대해서도 7월 31일부터는 개정된 시행령에 따라 신청해야 한다.

새로운 신청 서식은 각 읍면동주민센터에 비치되고, 4.3종합정보시스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제주4.3으로 인해 70년이 넘게 희생자와 유가족의 숙원이자 바람이 차질없이 해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뒤틀렸던 가족관계로 고통받았던 희생자와 유족들의 회복과 적법한 권리 회복을 위해 단 한 분도 소외되지 않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