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 예상돼도 간다”...도지사 의지에 ‘연북로 통제’ 걷기행사 뚝딱

제주도, 9월28일 '연북로 차없는 거리' 행사 갑작스런 발표 차량정체-상권 반발 우려

2024-09-02     박성우 기자
9월 28일 열리는 '차 없는 거리 걷기 - 걷는 줄거움 숨쉬는 제주' 행사 구간. 빨간 선의 도로 5차선 통행이 통제된다. ⓒ제주의소리

제주도가 도민 걷기실천율 등 건강지표 향상을 위해 연북로 구간을 '차 없는 거리'로 내어주는 행사를 추진한다. 서구권의 성공 모델에 착안한 기획이지만, 갑작스런 절차에 따른 반발도 예상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오는 28일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제주시 연북로 일부 구간에서 '차 없는 거리 걷기 - 걷는 즐거움 숨쉬는 제주!' 행사를 개최한다고 2일 밝혔다.

제주시 연북로 제주문학관에서 메가박스 영화관에 이르는 2km 구간에서 진행되는 이날 행사를 위해 왕복 6차선 도로 중 5개 차선을 전면 통제하고, 1개 차선은 긴급 상황에 대비해 비상차량 전용으로 개방한다.

제주도는 행사 당일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도록 자전거·인라인스케이트 타기, 건강체험, 저탄소·친환경체험, 플리마켓 등 부대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업비는 올해 추경을 통해 8000만원을 확보했다.

행사 계획은 오영훈 도지사가 이날 오전 주재한 '9월 소통과 공감의 날' 발언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오 지사는 '걷기의 일상화'를 강조하며 "15분 도시와 탄소중립 정책의 전면적 확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계기로, 차 없는 거리 행사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며 공직사회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이 행사는 콜롬비아 보고타의 '시클로비아(Ciclovía)'를 모티브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클로비아'는 보고타시에서 매주 일요일과 공휴일, 126.29km 도로의 차량을 통제해 보행자와 자전거·스케이트 이용자 등에게 레크레이션 공간을 제공하는 정부 주도 프로젝트다.

한 해에 70회 가량 진행되는 시클로비아에는 하루 평균 170만명의 시민들이 참여하며 걷기 문화를 확산하고, 매 주말마다 보고타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6% 가량 감소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보고타의 성공에 착안해 영미권에서도 오픈 스트리트(Open Streets)라는 네이밍으로 뉴욕, LA, 멕시코시티 등도 앞다퉈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중에 있다.

제주도는 이번 행사가 전국 최하위권인 주요 건강지표 개선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제주의 걷기실천율은 41.1%로 16위(전국 평균 47.4%)에 그쳤고, 건강생활실천율도 29.2%로 전국 16위(전국 평균 35.2%)다. 반면, 비만율은 36.1%로 전국 1위(전국 평균 33.2%)라는 불명예를 떠안고 있다.

문제는 제주시내권 주요 도로를 전면 통제하는 행사를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갑작스럽게 발표했다는 점이다. 아무리 차량 통행량이 적은 주말 오전 시간대라 하더라도 차량 통행의 불편은 피할 길이 없다.

상권의 피해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행사 구간에는 대형 식료품 매장을 비롯해 제주에서 이용자가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히는 장례식장, 단체관광객이 대형버스로 드나드는 토산품점, 자동차공업사 등이 위치해 있다. 

사업의 취지와는 별개로, 걷기 운동을 장려하는 행사가 화급을 다툴만큼 시급한 사안이었는지는 의문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제주에서도 차량 통행량이 많은 곳으로 손꼽히는 연북로를 행사 장소로 선정했는지에 대해서도 뚜렷한 근거가 없다.

오영훈 지사는 반발이 예상됨에도 관련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오 지사는 "도내 등록차량이 70만 대에 달하는 상황에서, 불편을 감수하고 함께 공유하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며 이번 걷기 행사의 핵심 메시지를 제시했다.

오 지사는 연북로를 통제하고 이뤄지는 행사인 만큼 여러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그 논란을 동력으로 전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관계 부서에 주문했다.

제주도는 관련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지역상권과의 협의를 이어왔고, 지난달 초 연북로를 행사 대상지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우회도로를 확보할 수 있고,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담보할 수 있는 곳이라는게 제주도의 설명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일부 반발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제주의 걷기실천율, 비만율 등의 반등을 위해서는 강력한 정책 의지를 내비쳐야 한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걷기추진위원회와 도로교통 전문가 등의 자문을 거친 결정"이라며 "첫 시도에선 탐탁치 않을 수 있겠으나, 행사 취지를 적극 이해시키고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정례적인 행사로 이어진다면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