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주의자라던 오영훈 제주지사 또 사과 ‘공직-정치권도 술렁’

이상봉 의장까지 “의회 폄하” 지적 국민의힘 “면박 주고 조롱” 맹비난

2024-09-04     김정호 기자
3일 제431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에서 김황국 도의원(오른쪽)의 도정질문이 끝난후 오영훈 제주도지사(왼쪽)가 다소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집행부석에 앉는 모습. [사진제공-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주도의원 출신인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의사당에서 또다시 감정조절에 실패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태도 문제가 반복되면서 정치권은 물론 공직에서도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오 지사는 3일 열린 제431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인 김황국 제주도의원(용담1동·용담2동)과 신경전을 벌였다. 

이날 김 의원은 오 지사를 향해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와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며 “찬성도 아니고, 반대도 아니면 정부에서 어떻게 판단하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오 지사는 이에 “고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해석하지도 못하면 지적 수준이 문제가 있는 것 아니겠나”며 상대 의원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김 의원이 곧바로 “제 귀를 의심하는 발언을 들었는데 뭐라고 한 것이냐”며 따지자, 오 지사는 “지적 수준에 대한 문제 제기는 사과드리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와 관련해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은 4일 열린 제3차 본회의에서 “도민과 대의기관인 도의회를 폄하한 실망스러운 발언이었다.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오 지사를 겨냥했다.

이 의장은 “최고 정책결정권자의 발언과 태도는 민주주의 척도를 나타낸다. 찬반은 있을 수 있으나 옳고 그름은 있을 수 없다. 품격 있는 정치를 보여야 한다”며 뼈있는 말을 건넸다.

국민의힘 제주도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본인의 감정 상태가 좋지 않더라도 도민의 대표에게 인격 모독 수준의 망발을 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의도적으로 망신 주기를 하고 싶어 자행한 폭언이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며 “견제받고 싶지 않고 독선과 오만의 질주를 하겠다고 선포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협치를 강조하던 도지사가 때만 되면 도의원들을 면박 주고 조롱하는 태도를 보인다”며 “이는 것은 도지사 스스로가 협치의 테이블을 뒤엎고 나가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논란이 커지자 오 지사는 이날 본회의에서 “답변 과정에서 적절치 못한 표현이 일부 있었고, 의회를 경시하는 듯한 해석이 가능한 측면이 있어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더불어 “절제되지 못하고 나온 점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말씀드린다. 개선해 나가겠다”면서도 “저의 명예와 관련한 발언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대응하겠다”며 뒤끝을 남겼다.

오 지사는 앞선 4월 열린 제426회 임시회 도정질문에서도 의원들과 질의응답 도중 언성을 높이며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이후 정치권에서 오 지사의 의회주의자 발언에 의문을 제기하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공직 내부에서도 정책논쟁을 넘어서 감정조절에 실패하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회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