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조된 ‘제주형 차 없는 거리’ 수의계약 대행사, ‘오영훈 캠프 참여’ 이력?

[단독] 한 달새 급물살 탄 연북로 '차없는 거리' 행사, 보은성 일감 주기 논란

2024-09-24     박성우 기자

제주도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차 없는 거리' 행사 대행사가 지난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오영훈 제주도지사 후보 캠프에 참여한 이력이 확인되면서 '보은성 일감 주기' 논란이 예상된다.

제주도는 오는 28일 오전 제주시 연북로 2km 구간에서 '걷는 즐거움, 숨 쉬는 제주!' 행사를 개최한다. '제주형 시클로비아'를 표방한 이 행사는 행사구간 6차선 차량운행을 통제하고 3개 차선은 걷기 전용, 2개 차선은 자전거 전용으로 개방하는 내용이다.

'도민 건강지표 개선'과 '탄소배출 억제'를 목표로 관련 행사를 기획한 제주도는 지난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고, 4840만원에 A사와 행사 대행 용역 수의계약을 맺었다.

일련의 과정은 상당히 신속하게 진행됐다. '차 없는 거리 행사 대행 용역' 계약요청 시기는 9월 2일이었다. 이날은 오 지사가 '9월 소통과 공감의 날' 행사를 주재한 자리에서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논란을 동력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행사 개최 의지를 처음 밝힌 날이다.

A사와의 계약이 체결된 날짜는 9월 4일이다. 제주시내권 주요 도로를 통제하는 행사를 발표한 시점이 불과 한 달도 남기지 않았고, 관련 용역계약이 체결되기까지는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A사의 대표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오영훈 캠프 홍보팀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 A사 대표의 개인 SNS 계정에는 지방선거 당시의 캠프 활동과 투표 독려 게시글이 남아있다.

공교롭게도 A사가 설립된 시기는 2022년 6월 1일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인 같은달 13일이었다. A사는 도정 출범 직후에 진행된 오영훈 지사 취임식 영상을 제작했고, 2023년 한글날 경축식, 2024년 제주도 시무식 행사대행을 맡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A사 대표는 "캠프에 참여했던 것은 맞지만, 혜택을 받았거나 한 경우는 일절 없다"며 "지난 20년간 행사 대행 관련 업무를 해왔고, 여성기업이기 때문에 정당하게 의뢰받아 업무를 수행해 왔다. 이번 행사도 좋은 취지여서 참여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제주도 역시 절차상의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5000만원 이하의 수의계약건과 관련 여성기업이라면 계약을 맺을 수 있다"며 "처음 진행하는 행사이다보니 행사를 잘 수행할 수 있는 곳, 경험이 있는 곳을 판단했을 뿐, 캠프 참여 이력 등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정이 밝힌 행사 취지와는 별개로 '차 없는 거리' 행사에 대한 우려는 다방면으로 표출되고 있다. 

아무리 차량 통행량이 적은 주말 오전 시간대라 하더라도, 굳이 차량 통행량이 많은 연북로를 행사장소로 선정해야 했는지, 한 달도 안되는 시점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만큼 화급을 다툴만한 사안이었는지에 대해 뒷말이 오간다.

행사 참여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당일 500면 가량의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계획이 '차량 운행 감소'라는 본 취지를 퇴색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에는 제주도, 각 행정시, 산하 출자·출연기관 등에 참여를 독려하는 수요조사를 실시한 것이 [제주의소리] 보도를 통해 드러나면서 '공무원 동원령'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