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못보고 돌아가신 엄마, 관리 소홀 제주시 책임 물어야”

7월 구좌읍 문화재 발굴조사 사망사고 기자회견...유족 “재발방지대책 촉구”

2024-09-25     한형진 기자
지난 7월 제주시 구좌읍에서 발생한 문화재 발굴조사 사망사고의 유족(가운데)이 25일 기자회견에 참여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엄마는 내년이 칠순입니다. 평생 자기 집을 가져본 적이 없는 엄마는 내년이면 자기 집을 가질 수 있겠다고 기대했지만,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떠났습니다. 고생만 하고 말 한 마디 없이 떠난 엄마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지난 7월 제주시 구좌읍에서 발생한 문화재 발굴조사 사망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딸은 흐르는 눈물을 쉽게 멈추지 못했다. 유족은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조사 업체와 제주시 담당부서를 포함한 책임자를 철저히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5일 전국민주노총조합총연맹 제주지역본부(이하 민주노총 제주)는 구좌 문화재 발굴현장 사망사고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민주노총 제주에 따르면, 지난 7월 2일 구좌읍 상도리 일대에서 진행한 상도공원 건설 사업의 문화재 표본조사 과정에서 노동자 매몰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60대 여성 노동자가 심정지 상태로 구출됐지만 닷새 만에 사망했다. 하반신까지 매몰된 노동자는 생존했다. 경찰은 9월 10일 발굴조사를 주관한 모 연구소 관계자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민주노총 제주는 “지난 11월에는 경기도 화성의 문화재 발굴 현장에서 2명이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제주 구좌읍 사고와 같은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현장. ⓒ제주의소리

그러면서 “붕괴위험이 높은 발굴현장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에게 안전조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붕괴 위험에 대비해 지반과 토사의 상태를 확인하고, 굴착 깊이는 1.5m가 넘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경사면을 수직이 아닌 사선으로 유지하며, 흙막이 공사 등을 통해 붕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안전의무를 부여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보공개청구 결과, 발굴 현장은 2.5m 깊이로 수직굴착을 시행했다. 무엇보다 안전관리계획서 없이 수의계약 및 발굴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제주는 “이번 사고는 제주시청이 구좌읍 상도공원을 추진하면서 문화재 조사업체와 용역계약을 맺고 진행하던 중 발생한 중대산업재해다.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지방자치단체를 원청으로 하는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라며 “검찰,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어느 때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철저한 진상조사와 원청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제주는 검찰, 경찰, 고용노동부를 향해 “이 사건을 단순 산업재해로 축소 수사하지 말고, 중대재해사망사고로 엄중히 인식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제주시, 제주도, 국가유산청에도 “반복되는 사고에 대해 사업주로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지금 당장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라”고 피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유족으로 딸이 참여해 입장을 밝혔다. 유족은 “이 사업은 제주시가 진행하는 노인일자리사업으로서, 노인 대상인 사업인 만큼 안전이 보장될 줄 알았다”며 “발주처인 제주시에 어떤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비슷한 공사가 안전 통제 없이 행해지고, 엄마와 같은 사고는 반드시 또 일어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사고 이후 경찰 조사에서 시청 담당자는 빠진 것으로 안다. 입건은커녕 참고인 조사도 없는 것 같다”고 분개하며 “소극적인 수사 과정을 생각하면 막막함이 이루 말 할 수 없다. 다시는 엄마와 같은 사례가 없어야 한다”며 제주시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기자회견 현장. ⓒ제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