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우리 어머니와 같은 비극이 없길 바랍니다”

[김경희의 노동세상] (107) 구좌읍 문화재 발굴현장 매몰사고, 재발 방지 대책 시급

2024-10-03     김경희
지난 7월 제주시 구좌읍에서 발생한 문화재 발굴조사 사망사고의 유족(가운데)이 25일 기자회견에 참여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지난 주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7월 2일, 제주시 구좌읍 상도공원 조성 현장에 대한 매장문화재 지표조사 중 발생한 69세 여성노동자의 사망사고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문화재 발굴 현장에서 작업 중 쏟아진 흙에 2명의 노동자가 매몰되었다. 하반신까지 매몰된 노동자는 자력으로 탈출했고, 60대 여성노동자는 구급대에 의해 구조되었지만, 심정지 상태로 이송되어 닷새만인 7월 6일 가족의 곁을 떠났다. 유족을 대표하여 유족 입장문을 읽어내던 막내딸은 끝내 울음을 감추지 못했다. 홀로 삼남매를 키우신 어머니. 내년 칠순을 앞두고 처음으로 가족 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터였다. 유족들은 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통한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자 그 자리에 섰다.  

여름철 호우 속에 강행된 수직 굴착 

올해 7, 8월은 제주 지역의 사망 사고가 급증하던 시기였다. 구좌 문화재발굴현장 매몰사고(7.2.)를 비롯하여 쿠팡 애월 물류센터 분류작업 중 사망사고(7.18.), 한림외항 컨테이너 해체작업 중 깔림 사망사고(7.28.), 조천읍 골프장 카트에 깔림 사망사고(8.6.), 제주대학교 회의실 공사현장 철거 중 마감재에 맞아 치료 중 사망한 사고(8.14.)등 8월 중순 기준으로 전년도 사망사고 건수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사고가 사전에 예방조치를 취했더라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문화재 발굴 현장의 사고도 마찬가지였다. 

해당 문화재 조사 사업은 제주시에서 구좌읍 상도리에 공원을 조성하면서 추진된 것이다. 제주시가 시행사인 관급 공사 현장이다. 또한 매장문화재와 관련된 조사이기 때문에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이 정하고 있는 지침에 따라 운영되어야 할 현장이다. 매장문화재 보호를 위해서 1999년부터 3만㎡이상의 모든 개발 사업에 문화재 지표조사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매장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해서 공사 시행자로 하여금 해당 개발 지역에 문화재가 매장․분포되어 있는지 확인하여 보고하도록 한 것이다. 

매장문화재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풍화 작용 등으로 쌓여있는 흙을 굴착하고 내부를 조사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이와 같이 붕괴 위험이 높은 발굴 현장에 대하여 사업주의 안전조치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붕괴 위험에 대비하여 지반과 토사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할 것과 굴착 시에 수직이 아닌 사선으로 경사를 두도록 하여 유사시에 경사로를 통해 사람이 빠져나올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하는 등의 의무다. 만약 수직으로 굴착을 해야 하는 현장의 경우에는 흙막이 공사 등 별도의 안전 장치를 두어 토사가 붕괴되는 것에 대비하여 작업자를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현장에 노동자에 대한 보호 대책은 보이지 않았다. 2.5m가 넘는 수직 굴착에 연일 호우가 집중되었지만, 지반과 토사의 상태는 점검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 작업이 감행되었다. 

문화재 조사가 노인 적합 직종 일자리?

유족과의 대화에서 어머니로부터 문화재 조사원이 노인일자리 사업이라고 들었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2010년부터 노인일자리지원센터 등에서 문화재 조사원이 노인 적합 직종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재 조사 과정에서 전문조사원이 아닌 현장보조원으로서 붓과 솔 등으로 조심스럽게 흙을 걷어내는 단순 업무여서 특별한 기술이나 힘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문화재 발굴 현장에서의 사망사고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기자회견 현장. ⓒ제주의소리

반복되는 문화재 발굴 현장 매몰 사고 

2023년 국회에 국가유산청이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총 9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그 중 6건의 사고가 구좌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발굴 현장 매몰 사고였다. 2023년에도 경기도 화성시에서 문화재 발굴 작업 중 2명의 노동자가 매몰되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반복되는 중대재해에 대하여 국가유산청이 2022년 ‘매장문화재 발굴조사 안전보건관리 안내서’를 만들어 현장에 배포했지만 실효성이 없는 것이다. 

특히나 구좌읍 조사사업의 발주처는 제주시다. 유족이 정보공개 청구 후에야 받아본 해당 공사 계획에는 발굴조사계획서 내에 있어야 할 안전관리계획서가 없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의 의무는 원청에게도 존재한다. 원청이 해당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가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면 당연히 중대재해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    

원청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재발방지대책 세워야 

다음 주면 사고가 발생한지 100일이 되어간다. 하지만 9월 중순에 용역업체 직원 2명을 검찰에 송치한 것 말고는 조사는 더디기만 하다. 경찰과 검찰, 그리고 고용노동부는 원청인 제주도와 제주시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와 그리고 국가유산청이 나서서 반복되는 문화재 발굴현장의 사고를 막을 수 있도록 재발방지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자체가 직접 발주하는 공사 뿐만 아니라 민간 영역까지 도내에서 진행되는 현장에서의 노동자 보호를 위해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점검해야 한다. 또한 해당 업체와 원·하청 안전보건협의체 등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책임인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운영해야 할 것이다. 

유족들은 이야기 한다. 바라는 건 단 하나라고. 

철저한 진상조사로 가족의 사망 원인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 무엇보다 다시는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 소중한 가족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김경희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