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는 거리 행사’ 더 많은 논쟁을 기대하면서…

[기고] 양덕순 제주연구원장

2024-10-16     양덕순
지난 9월 28일 제주시 연북로에서 진행된 제주형 '차 없는 거리' 행사.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 연북로는 구제주시와 신제주를 연결하는 중요한 도로로, 평일 출퇴근 시간 이외에도 교통체증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이러한 바쁜 도로를 차량 없이, 오직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채운다는 생각은 한 번쯤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그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진 이번 ‘차 없는 거리’ 행사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사람 중심의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의식 전환을 목표로 진행되었다. 

제주연구원 임직원들과 함께 직접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행사에서 느낀 바를 나누고자 한다.

첫째, 차 없는 거리에서 느낀 해방감이다. 처음 도로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해방감이었다. 평소에는 끊임없이 차량이 오가는 이곳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걷는 모습은 매우 신선하고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자동차 소음이 없는 거리에서 느껴지는 사람 소리와 상쾌한 공기는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느낌이었다. 일상에서 벗어난 그 순간은 오롯이 ‘사람’이 중심이 된 공간임을 실감했다. 도로를 걸으며 주변 풍경을 느긋하게 즐기고, 차를 타고는 미처 보지 못했던 제주의 아름다움을 새삼스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경험은 도시 공간이 얼마나 사람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하는지를 실감케 해주었다.

둘째, 이 행사는 단순히 거리를 걷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통의 장이기도 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평소 자주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을 거리에서 만났다는 점이다. 바쁜 일상에 묻혀 소홀했던 관계를 다시금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걷는 동안 오랜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는 그 자체는 매우 큰 즐거움이었다. 또, 옆집 삼촌, 동네 사람, 친구와 나란히 걸으며 했던 얘기는 그간 희미해져 가던 제주 공동체 의식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특히 많은 참여자가 아이들과 함께 행사를 즐겼는데, 이 아이들에게는 차 없는 거리에서 걷고 뛰는 경험이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제주의 미래를 밝게 만드는 소중한 추억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 경험은 제주사회를 책임질 미래세대에게 자연과 사람 중심의 삶의 가치를 심어주는 소중한 교육적 기회가 될 것이다.

셋째, 향후 과제에 대한 정책적 관심도 가져야 한다. 이번 차 없는 거리 행사에는 약 1만2000명의 도민과 관광객이 참여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지역 업체들은 건강을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이로인해 도민들은 건강을 챙기고 업체들은 자신들의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도 얻었다. 하지만 몇 가지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먼저, 참여하지 않은 도민들의 우회로 인한 교통체증에 따른 불편함이다. 대도로에서 진행된 첫 행사였던 만큼, 우회도로 안내와 주차 대책에 대한 나름의 준비가 있었지만 충분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우회도로와 대체 교통편 홍보는 더욱 세밀하게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걷는 것 자체만으로도 매우 즐거웠지만, 다양한 즐길 거리와 먹거리 등 부가적인 프로그램 등이 더욱 풍성했으면 한다.

앞으로 이 행사를 더욱 지속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도민과 관광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프로그램 기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차 없는 거리’ 행사는 제주를 상징하는 대표 축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정례화하고,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행사가 행정 주도로 이루어졌다면, 앞으로는 민간이 주도하고 행정이 지원하는 형태로 전환하여, 지역사회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중고등·대학생 그리고 청년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과 인센티브를 마련해 세대 간 공감의 장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양덕순 제주연구원장. ⓒ제주의소리

무엇보다 행사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이번 행사에서 발생한 불편 사항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설문조사 등을 통해 도민과 관광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행사로 발전시킬 수 있는 구체적 방안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번 차 없는 거리 행사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사람과 자연 중심의 삶을 지향하는 제주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행사였다. 제주의 도로가 잠시나마 사람들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며, 도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특별한 추억을 안겨주었다.

앞으로 이 행사가 더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더 많은 논쟁을 통해 개선과 발전을 이룬다면 제주는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더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 양덕순(제주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