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재심 사각지대 유족 애태운 검찰, 2년만에 ‘무죄’ 구형

광주지법, 1일 고 한상용 재심 심리 종결 오는 12월 선고공판 예정

2024-11-01     이동건 기자

제주4.3 재심 사각지대의 첫 사례인 고(故) 한상용의 명예가 올해 회복된다. 지속적인 반대로 유족들의 속을 애태운 검찰도 ‘무죄’를 구형한 것으로 파악됐다. 

1일 오전 광주지방법원 제12형사부는 한상용에 대한 재심 공판기일을 마무리, 오는 12월 선고공판을 예고했다. 

재심 준비 과정부터 함께한 변호인은 한상용이 4.3 때 억울하게 옥살이했다고 변호했고, 검찰은 한상용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검찰이 반대를 멈추고 오는 12월 선고공판이 예정되면서 한상용의 명예는 2022년 10월 재심 청구 이후 2년 2개월만에 회복될 전망이다. 

한상용은 올해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 4.3중앙위)’에서 4.3희생자로 결정됐지만, 이번 재심 사건은 희생자가 아닌 신분으로 진행되고 있다. 

검찰의 지속된 반대에도 유족들이 4.3 관련 재심 사각지대인 다른 지역에서 재판을 받은 희생자 미결정 일반재판 피해자의 첫 선례를 남길 예정으로, 추후 4.3 관려 재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927년 9월29일생인 한상용은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부모와 함께 농사를 짓다가 남로당을 도왔다는 혐의 등을 뒤집어써 1950년 광주지법에서 일반재판으로 징역 2년 실형에 처해진 피해자다. 

만기 출소한 한상용은 빨갱이라는 주홍글씨와 고문 후유증으로 별다른 사회생활도 하지 못하고 2017년 생을 마감했다. 

한상용의 유족은 술에 취한 날이면 한상용이 털어놓은 4.3 때의 고문, 거짓 자백 등을 토대로 2022년 10월 제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유족들은 다른 지역에 살아 4.3희생자 결정을 위한 별도의 절차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밝히면서 재심 진행 과정에 희생자 신청을 했다. 

제주지법의 재심 개시 결정에 검찰은 4.3희생자가 아닌 한상용에 대한 재심 개시를 반대했다. 한상용을 4.3 희생자로 볼 수 없고, 재판도 제주가 아닌 광주에서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고등법원과 대법원까지 이어진 다툼에서 법원은 한상용 재심 관할 법원은 제주가 아니라 1950년 재판을 받은 광주라고 판단했다. 

결국 사건은 광주지법으로 재배당됐고, 광주지법은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관할법원이 이송됐지만, 검찰은 반대를 멈추지 않았다.

희생자가 아닌 한상용에 대한 재심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광주고법에서 재심 개시 결정이 정당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비슷한 시기 4.3중앙위에서 한상용이 희생자로 결정되면서 검찰은 멋쩍은 상황이 됐다. 

4.3희생자 결정에도 유족들은 자신들과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희생자가 아닌 신분으로 청구한 재심 청구 취지를 유지했고, 검찰의 반대로 2년 넘게 이어진 속앓이 세월을 견뎌 올해 명예회복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