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 예산 외쳤는데...제주 행정비용은 고공행진

[초점] 예산 의무지출↑ 재량지출↓  행정외주 늘고 사무관리비도 급증

2024-11-17     김정호 기자

집권 후반기를 달리는 민선 8기 제주도정이 새해 화두로 민생경제를 내걸었지만 정작 행정비용이 늘면서 위기 대응을 위한 재정 확보 노력이 절실해졌다.

17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새해 예산안은 올해 7조2104억원과 비교해 5.1% 늘어난 7조5783억원이다. 이중 일반회계는 6조1619억원, 특별회계는 1조4164억원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예산안과 관련해 “민생의 어려움을 풀어내고 지역경제에 활력이 돌 수 있도록 가용한 재정 역량을 모두 투입하겠다”며 적극적 재정운영을 시사했다.

반면 세수결손과 의무지출 비용 탓에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의무지출은 법적인 지급 의무가 명시돼 임의로 줄일 수 없는 예산이다. 조정이 가능한 재량지출과는 반대 개념이다.

오 도정이 출범하면서 2023년 4조4938억원이던 의무지출이 내년에는 처음 5조원을 넘어선다. 전체 예산 대비 비중도 65.0%에서 66.6%으로 올라간다.

같은 기간 재량지출은 35.0%에서 33.4%로 줄었다. 내년 편성 예산은 2조5346억원이다. 재량지출은 의무지출과 달리 정책적 의지에 따라 규모를 조정할 수 있는 예산이다.

의무지출 비중이 늘면 민생경제 지원 등 확장 재정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 여파로 재량 지출이 줄면 신규 사업 등 성장동력을 위한 예산 편성도 어려워진다.

지방재정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민선 8기 도정에서는 행정편의 예산이 되레 늘고 있다. 도청 예산이 늘어난 반면 민간보조금과 읍면동 예산은 줄줄이 삭감됐다.

실제 행정운영경비는 2023년 7741억원에서 2025년에는 8527억원으로 2년 사이 10.2%나 증가했다. 사무관리비는 1251억원에서 1521억원으로 21.6%나 급증했다.

반대로 도민 체감도가 높은 지방보조사업 비율은 14.1%에서 13.3%로 감소했다. 이중 민간행사사업보조는 266억원에서 183억원으로 대폭 삭감돼 읍면동마다 아우성이다.

민간사업을 줄이며 행정비용을 늘리고 있지만 정작 사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발생하는 불용액과 이월액, 국가보조반납액은 해마다 늘고 있다.

민선 8기 도정의 연평균 불용액만 2200억원을 넘어선다. 이는 읍면동을 포함한 제주시(1537억원)와 서귀포시(600억원)의 한 해 예산을 합친 금액보다 큰 규모다.

이에 의회에서도 ‘요즘 공무원들은 일을 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민간위탁과 공기관 대행, 용역 등 행정외주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하성용 제주도의원(안덕면)은 최근 행정자치위원회 심사에서 “예산안이 민생경제보다 도지사의 공약사업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많다”며 민생과 현안 해결을 위한 정책을 당부했다.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노형동을)도 예산안 심사 관련해 “시급한 민생경제를 해결하고 침체된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예산이 돼야 한다”며 철저한 점검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