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선 ‘제주 환경보전분담금’, 있는 예산도 못 썼으면서 왜 또?

‘입도세’ 낙인에 추진 동력 상실 “외국인 관광객 시범 도입” 제안

2024-11-19     박성우 기자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양경호 의원. ⓒ제주의소리

제주도정이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에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직접 '추진 불가' 입장을 밝힌 환경보전분담금 제도 관련 예산이 편성됨에 따라 제주도의회로부터 의문이 표출됐다. 녹록지 않은 경제 여건 속에서 국민정서에 부딪힌 환경보전분담금 제도를 재추진할 동력이 있겠냐는 지적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양경호 의원(더불어민주당, 노형동 갑)은 19일 제주도가 제출한 2025년도 예산안은 심의하는 과정에서 환경보전분담금 제도 도입과 관련한 예산 항목에 대해 질의했다.

환경보전분담금이란 제주를 찾는 관광객에게 생활폐기물, 하수 배출, 대기오염, 교통혼잡 등의 비용을 일부 분담시키자는 취지의 제도다. 제주 입도객이 급증하면서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자 제시된 대안으로, 지난 대선 당시 각 당 후보들의 공통된 공약 사항이기도 했다.

그러나, 관광객을 대상으로 금전지급 의무를 부과한다는 점에서 소위 '입도세'라는 낙인이 찍히며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국민의 재산권'과 '거주이전의 자유' 문제까지 불거지자 오영훈 지사는 지난 4월 도정질문에서 "내국인 관광객이 줄어드는 지역경제 위기 속에서 당분간 환경보전분담금 제도 도입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제주도는 새해 예산안에 '환경보전 분담금 제도 도입 관련 전문가 자문', '공감대 확산' 등의 항목으로 각 2000만원씩 4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제도 도입 관련 논의를 보류하겠다는 오 지사의 입장과 대치된 예산이다.

양 의원은 "제주 지역경제 생존 위기를 이야기하며 제도 도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내지 않았나"라며 "올해 4월 이후부터 관련된 추진 실적이 없어 관련 예산 집행률도 25% 정도에 불과한데, 이 예산을 다시 편성하는게 맞나"라고 물었다. 실제 올해 책정됐던 환경보전분담금 관련 예산의 75%는 제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반납될 예정이다.

답변에 나선 강애숙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지금 경기 전망이 의미있는 수준의 변화는 없기 때문에, 그때의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면서도 "환경보전분담금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논리 싸움과 국민 수용성 확보가 상당히 중요하다. 공무원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 자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문제는 내년도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은데, 환경보전분담금 도입 관련해 특별한 일을 진행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올해 예산 중 75%를 반납하겠다고 정리했으면서 이 사업비를 편성했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양 의원은 "읍면동 예산의 경우 줄줄이 감액 편성됐음에도 제주도 본청의 불용액이 연간 2000억원을 넘어서고 있지 않나. 이렇게 무분별하게 예산만 확보하고 집행을 하지 않다보니 피해를 보는 것은 읍면동 예산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강 국장은 "경제 상황이나 행정 환경이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며 "제주도가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예산은 편성해야 된다고 본다"고 답했다.

한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 갑)은 "이전에도 건의한 사안인데, 외국인을 대상으로 시범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한 의원은 "국내 관광객의 경우 환경보전분담금에 예민할 수 있어도, 외국인 관광객의 사정은 다르지 않나"라며 "큰 반발이 생기지 않으면서 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방법은 외국인 관광객 대상으로 추진하며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