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로 살려놨는데”...동물 없앤 동물테마파크 후속사업도 지지부진
새이름 내건 '스코리아필즈공원' 조성사업 만기 앞두고 기한만 연장
제주 중산간 마을 주민간 극심한 대립을 부추겼던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이 새이름을 내건 사업에서도 속도를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7일자로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사업 개발사업시행 변경 승인'을 공고했다.
이 공고는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4159번지 일대에 추진중인 제주동물테마파크의 사업 기한을 기존 2024년 12월 31일에서 2025년 연말까지 1년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은 명칭을 '스코리아필즈공원'으로 바꾸고 지난 3월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동물테마 프로그램 등을 삭제하고 자연·예술·힐링 콘셉트의 전면적 사업계획 재조정을 위한 각종 심의 등 이행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초 심의위는 사업 기간을 2029년 12월 31일까지 5년 연장하는 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러나, 심의위 결정과는 별개로 최종 승인권자인 제주도는 조건을 걸어 1년 단위로 사업 진행계획을 관리하고 있다. 기간이 5년으로 연장되면 그 기간 중 사업 속도가 지체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사업자 측은 3월 개발사업 심의를 득한 이후 진행돼야 할 교통영향평가나 재해영향평가, 도시계획위원회 등의 절차를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도 관계자는 "판단 권한을 지닌 개발사업심의위원회에서 5년으로 허가한 것을 제주도가 임의로 10년으로 늘리지는 못하겠지만, 5년 범위 안에서 사업 기간을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사업 독려 차원에서 기한을 1년간 연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수정된 토지 이용계획 등의 관련 위원회 심의를 받지 못해 사업 공식 명칭도 아직 '제주동물테마파크'로 남아있다"며 "사업자 측이 속도를 낼 수 있게 요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제주동물테마파크는 2003년 향토기업인 탐라사료 등 4곳을 주체로 제주마, 흑우, 흑돼지 등 재래가축과 토종식물을 내세운 축산관광 개발단지 '제주 애니멀 팜 테마파크'로 추진됐지만, 사업자의 자금난으로 2011년 1월 공사는 전면 중단됐다.
이후 사업자가 바뀌면서 2017년 12월 대명소노그룹 산하로 알려진 (주)제주동물테마파크가 넘겨받았고, 이때부터 사자와 호랑이, 코끼리 등 50여종의 동물을 들여오는 사파리 형태의 사업이 등장했다.
이를 두고 마을 주민들은 중산간 난개발 문제를 비롯해 사파리 시설이 생태계 교란을 불러올 수 있고, 사육 동물로부터 발생하는 분뇨 등의 오염 문제를 지적하며 찬반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와 마을 이장 간 부정청탁 사건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주민수용성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동물테마파크 사업은 결국 2021년 3월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원회에서 부결 처리됐고, 사업자는 사파리 계획을 철회하며 동물 테마를 원천 배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