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시험 끝나고 왔어요” 민중가요 부르며 ‘尹 탄핵’ 외치는 제주 청년들

제주시청 민원실 앞 1000여명 운집 102030세대 주류 이뤄 집회 이끌어

2024-12-11     원소정 기자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으로 구성된 ‘윤석열 정권 퇴진·한국사회대전환 제주행동’은 11일 오후 7시 제주시청 민원실 앞에서 ‘반헌법 계엄시도 윤석열 즉각퇴진 제주도민대회’를 이어갔다. ⓒ제주의소리

‘12.3 내란 사태’로 인한 초유의 정국 혼란 속 제주에서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다.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으로 구성된 ‘윤석열 정권 퇴진·한국사회대전환 제주행동’은 11일 오후 7시 제주시청 민원실 앞에서 ‘반헌법 계엄시도 윤석열 즉각 퇴진 제주도민대회’를 이어갔다.

전날보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가 부쩍 떨어졌음에도 주최측, 경찰 추산 1300여명의 시민이 참석해 힘을 보탰다.

집회 현장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탄핵 부결을 이끈 국민의힘을 향한 분노로 들끓으면서 동시에 민주주의와 평화를 향한 시민들의 단결된 힘이 뿜어져 나왔다.

마이크를 잡은 고등학생이 자유발언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개성있는 손팻말 등으로 집회 열기를 더하는 시민들. ⓒ제주의소리

이들은 K팝 아이돌 가수들의 형형색색 응원봉부터 손수 만들어 온 개성 있는 손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여했다.

이날은 교복과 체육복을 입은 학생들이 일찌감치 앞줄에 자리해 목청껏 ‘윤석열 탄핵’, ‘국민의힘 해산’을 외쳤다.

중년층과 102030세대의 화합도 눈에 띄었다. 중년층은 민중가요, 청년층은 K팝을 이끌어 부르며 세대 음악을 공유했다. 특히 젊은층은 스크린에 비춘 가사를 따라 부르며 생소했던 민중가요를 익혔다. N번째 참석자들은 이제 익숙한 듯 오른손을 어깨높이로 들고 위아래로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으로 구성된 ‘윤석열 정권 퇴진·한국사회대전환 제주행동’은 11일 오후 7시 제주시청 민원실 앞에서 ‘반헌법 계엄시도 윤석열 즉각퇴진 제주도민대회’를 이어갔다. ⓒ제주의소리
전교조 제주지부가 집회 참가 시민들을 위해 손난로를 나눠주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유발언 순서에서는 젊은층 여성들이 줄줄이 마이크를 잡고 저마다 집회 참석 배경을 밝혔다.

기말고사를 끝내고 친구들과 집회 현장을 찾았다는 임해리양(16)은 “역사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역사에서 어떤 것을 바꾸기 위해 앞장서있던 사람은 항상 학생들이었다’고 했다”며 “학생들은 절대 약하지 않고, 목소리 낼 수 있다. 탄핵이 이뤄질 때까지 친구들과 힘을 보태려 한다”고 말했다.

제주대학교 미술학과 졸업을 앞둔 한예진씨(22)는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아직도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국민의힘은 탄핵안을 부결시켜 놓고 지금도 투표를 하냐 마냐하며 기자들을 우롱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여론을 조작하면서 혐오를 조장하고 온갖 비리를 저지르면서도 떳떳한 낯짝을 보이는 게 정말 보기 싫다. 그들을 모두 끌어내릴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다음 주부터는 국회 앞으로 가서 민주시민의 이름으로 제주도민들과 함께하겠다”며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해도 헌법재판소가 남아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제주지역, 서울, 광주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들의 풍자 그림이 제주시청 민원실 벽면에 비춰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지역, 서울, 광주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들이 그린 풍자 그림. ⓒ제주의소리

제주시 연동에 사는 시민 A씨(36)도 “계엄령은 교과서에서나 배웠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 어른들이 얼마나 많은 희생으로 민주주의를 이끌었는지 알 수 있었다”며 “수많은 목숨으로 얻어낸 민주주의를 우리는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의 자격이 없고, 진보와 보수를 떠나 투표권조차 행사하지 않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 이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우리가 나서서 지켜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제주행동은 제주시청 민원실 앞에서 오는 13일까지 매일 오후 7시, 14일에는 국회의 윤석열 탄핵소추안 표결 시간에 맞춰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