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도, 30대男도, 쉬고 싶은 노동자도 “윤석열 퇴진, 국민의힘 해체”
제8차 윤석열 즉각 퇴진 요구 제주도민대회, 12일 개최 “윤석열 퇴진은 끝이 아닌 시작, 새로운 세상 만들자”
수업을 마치고 온 고등학생부터 퇴근길에 발걸음을 돌린 노동자까지, 남녀노소 제주도민을 하나로 만든 외침이 있다. 바로 “윤석열 퇴진, 국민의힘 해체”다.
여덟 번째 ‘윤석열 즉각 퇴진 요구 제주도민대회’(이하 윤석열 퇴진대회)가 12일 제주시청 조형물 인근에서 열렸다. 평일에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작 시간인 오후 7시가 되자 행사장은 도민들로 가득 찼다. 제주비건은 비건 김밥을 준비했고, 전교조 제주지부는 핫팩을 배부했다. 한 쪽에서는 반려견 용품을 제공하는 등 나눔의 손길이 계속 이어졌다. 민중가수 김영태-오지은과 퓨전 밴드 ‘The 퐁낭’은 공연으로 힘을 보탰다.
이날 오전에는 윤석열의 대국민담화가 진행됐다. “지금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까? 과연 지금 대한민국에서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벌이고 있는 세력이 누구입니까?”라고 묻는 윤석열의 당돌한 질문 덕분일까. 윤석열 퇴진대회는 너도 나도 공개발언을 원하면서, 주최 측에 행복한 고민을 안겨줬다.
마이크를 잡은 제주도민들은 “광란의 칼춤”을 추며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벌이는 세력”이 바로 ‘국민의힘’과 ‘국민의힘 1호 당원인 윤석열’이라고 철퇴를 내렸다.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노동자’라고 밝힌 여성은 “오늘 윤석열은 대국민담화에서 ‘야당이 국가보안법을 폐기하려 한다’며 간첩을 어떻게 잡느냐고 말했다. 아마 간첩이 있긴 할 것이다. 미국이 대통령실을 도청한다는 것을 모두가 아는데 간첩이 없겠냐. 하지만 그게 게엄령이 필요한 일이냐. 대한민국의 정보력과 치안 유지 능력과 국력이 간첩이 있다고 나라를 멈추고 군사법원을 설치해야 할 정도 밖에 안되나. 그것이 대통령이라는 직무를 수행하는 자의 국가관이냐”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이어서 “그가 간첩이라고 지목한 사람들을 보라. 외국인, 노동조합, 야당 인사. 어찌나 독재정권과 똑같은지 유신시대 뉴스라고 해도 될 정도다. 2025년을 앞둔 대한민국에서 빨갱이 타령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언제적 빨갱이 타령이라고 말 할 수도 있겠다. ‘(윤석열이 지목한) 저 사람들은 빨갱이가 아니니 괜찮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모두 국가보안법에 길들여져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빨갱이가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진짜 빨갱이는 죽여도 된다는 뜻이다. 이 사고방식은 4.3을, 보도연맹 학살을, 그리고 무수한 의문사와 조작 간첩 법조 살인 사건을, 5.18을, 그리고 오늘의 사태를 불러들였다. 사상을 이유로 헌법 위에 군림하는 형법이 존재한다면 다른 이유로 누군가를 비인간으로 만들기 더욱 쉬울 것”이라고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자신을 30대 남성이라고 소개한 도민은 “계엄은 과거 시민들을 억압하고자 했던 것으로 역사책에서나 봤지, 지금 계엄을 저지르는 것을 보고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하루만 제외하고 매일 저녁마다 시청에 오고 있다”며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우리가 승리할 때까지 모여서 퇴진을 외치면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것을 이룰 것이다. 모두 힘내자”고 밝혔다.
구좌읍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송상훈 씨는 “과거 역사에서나 보던 계엄령을 지켜봤고, 총을 든 계엄군이 군홧발로 국회에 진입하는 장면을 우리는 보고 말았다”며 “많은 분들이 퇴진대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따뜻해진다”고 연대의 뜻을 보냈다.
고등학교 2학년이라고 밝힌 학생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대통령의 권한과 의무는 국민의 행복과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다. 계엄령을 내려서 우리에게 총구를 겨누는 것이 아니”라며 “제가 봐온 대통령은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 또한 본인의 정치세력을 위해서만 활동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명의 시민으로서 앞으로 대한민국 사회에서 살아갈 국민으로서, 대통령 자리에 윤석열이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그래서 저는 끝까지 싸울 것이고, 윤석열이 내란범으로 감옥에 들어가는 날까지 이곳에 나올 것”이라며 “제주 청소년들은 오후 7시보다 한 시간 일찍 모여서 우리 만의 목소리를 내는 행사를 진행한다”고 청소년들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제주가치 박찬식 대표는 “윤석열을 구속시키고 국민의힘을 해체하고 민주당으로 정권을 교체하면 전부일까? 아니다. 재벌이 나라를 주무르고, 10%도 안되는 사람이 전체 소득과 재산의 50%를 가지고 있고, 노동자와 농민들은 뼈 빠지게 일해도 죽을 때까지 적자 인생이고, 젊은이들은 마음 놓고 공부하지도 결혼하지도 애를 낳아 기르기도 쉽지 않은 이러한 불평등한 세상을 엎어야 하지 않겠냐”며 “윤석열의 퇴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윤석열을 끌어내리는 데서 그치지 말고 우리가 살만한 세상을 만들 때까지 끝까지 싸워 나가자”고 촉구했다.
윤석열 퇴진대회는 13일(금) 오후 7시에 이어, 국회에서 윤석열 탄핵소추안 처리가 예고된 14일(토요일)에는 오후 4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