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선포 우원식 의장, 역사적 순간 ‘동백꽃 배지’ 착용 눈길
제주4.3 상징 동백꽃 배지 달고 탄핵 의사봉 두드려 윤석열 ‘제주폭동’ 명시 방첩사령부 계엄문건 비교돼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은 총투표수 300표 중 가 204표, 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써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힘차게 내려친 의사봉 소리가 울려 퍼지며 12.3 내란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역사적 순간, 우원식 국회의장 왼쪽 가슴에 달린 ‘동백꽃 배지’가 눈길을 끌었다.
계엄문건에 제주4.3을 ‘폭동’이라고 명시하며 도민 가슴에 또다시 생채기를 낸 내란 피의자와 다르게 대한민국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순간 4.3을 상징하는 배지를 달고 나온 것.
특히 의사봉을 두드린 순간 생중계 화면 속 우 의장 모습이 강조되면서 배지는 두드러졌다.
우 의장과 가까운 한 인사에 따르면 그가 제주4.3 상징인 동백꽃 배지를 국회의원 배지와 함께 단 채 탄핵안 가결을 선포한 것은 ‘민주주의의 상징’이라는 이유 때문으로 전해진다.
앞서 추미애 국회의원이 공개한 방첩사령부 계엄 관련 문건에는 제주4.3을 제주폭동으로 명시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지난해 11월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건에는 여수순천사건과 부마항쟁도 각각 여수순천반란, 부산소요사태로 정의, 윤석열 정부의 편향된 역사 인식을 드러냈다.
이와 비교되는 우 의장의 배지는 지난 2018년 제70주년 4.3희생자추념식에서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그는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로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영령들을 추모했다.
우 의장이 제주4.3 관련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 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4월에는 같은 당 위성곤 국회의원(서귀포시)의 지목을 받아 ‘제주4.3동백발화평화챌린지’에 참여키도 했다.
당시 우 의장은 “여전히 제주4.3의 아픔은 아물지 않았다. 제주만의 아픔이 아닌 대한민국의 가장 아픈 기억이고,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아야 하는 비극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에 진정한 봄이 올 수 있도록 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이후로도 우 의원은 국회나 정당 차원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이나 국회 예산안 수정안 제안 설명, 심지어 지역구 의정보고회에서도 동백꽃 배지를 달았다.
올해 4월 3일에는 제22대 총선에 출마, 유세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면서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족께도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만물이 잠들어도 꿋꿋이 꽃망울을 터트리는 동백처럼, 끝까지 기억하고 싸우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우 의장은 지난 2020년 9월, 명예제주도민이 됐다. 차량운행 제한 및 렌터카, 전세버스 수급조절권 이양과 제주도의회 의원정수 증원 등 제주특별법 국회 통과에 힘을 보탠 공로다. 또 4.3특별법 개정안 신속 처리 노력도 인정받았다.
관련해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제주의소리]와 통화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퇴보하느냐, 진보하느냐를 가르는 중요한 순간에 동백꽃 배지를 달고 나왔다는 사실에 유족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뭉클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이번 방첩사령부 계엄문건에 4.3이 제주폭동으로 기재되고 여수순천사건도 반란으로 명시되는 등 과거사 아픈 상처가 또 벌어졌다”며 “이 가운데 과거사 해결 모범 사례로 많은 것들을 해결하고 있는 4.3을 통해 그 상처를 달래준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픈 역사를 잘 치유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민주국가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해 동백꽃 배지를 달고 나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4.3의 아픔을 가진 유족으로 다시 한번 감사하다. 정의롭게 나아가 국민들만 바라보며 정치와 민주주의 발전을 이뤄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