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후유증 아버지와 물질로 먹여살린 어머니, 그리고 제주4.3”

[4.3재심, 역사의 기록] (112) 58차 군사재판 직권재심 30명 명예회복

2025-02-11     이동건 기자

부산에서 태어나 몸이 편찮은 아버지가 별다른 생계활동조차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중년 여성이 아버지의 제주4.3 피해 사실에 통곡했다. 

11일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는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단장 강종헌,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제58차 군사재판 직권재심 대상자 30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30명 중 12명은 1948년 1차 군법회의에 회부돼 내란죄에 휘말렸고, 나머지 18명은 1949년 2차 군법회에서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를 받은 받은 4.3피해자들이다.  

이날 명예가 회복된 고(故) 임영호는 1949년 2차 군법회의에서 억울하게 옥살이한 뒤 고향 제주를 떠나 부산에서 살다 1980년대 생을 마감했다. 

임영호는 슬하에 3남1녀를 뒀고, 그의 아내가 부산에서 물질을 하면서 가족들의 생계를 꾸렸다. 

임영호의 딸(57)은 아버지가 제주4.3 피해를 겪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다가 몇 년전 친척에 의해 4.3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직접 제주지방법원을 찾은 딸 임씨는 “부산에서 태어나 제주를 잘 모르고 살았다. 초등학생 때 한번씩 경찰이 집으로 와 아버지를 찾았던 기억이 있다. 아버지는 몸이 불편해 항상 집에만 계셨고, 어머니가 물질로 우리 식구를 먹여 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가족끼리 힘들게 생계를 꾸려 나갔고, 2015년에 어머니마저 돌아가셨다. 부모님 두분 모두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제주4.3 피해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셨다”며 울먹였다. 

임씨는 “어머니 장례식 때 친척들이 모였는데, 어머니쪽 사촌이 저에게 제주4.3에 대해 얘기했다. 아버지가 4.3 피해를 겪은 사실을 알고 있느냐며 희생자 결정 등 절차를 알아보라고 했고, 친인척들에게 피해 사실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살다가 아버지가 형무소에 수감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버지가 왜 살아계실 때 정신적으로 힘들어하셨는지 알겠더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1949년 2차 군법회의 피해자 고 문자언의 딸 문모씨는 고문 후유증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증언했다. 

문씨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결혼한지 얼마 안된 상황에서 아버지가 행방불명됐다. 주변에서는 어머니에게 재혼을 권했지만, 어머니는 물질을 하면서 아버지를 기다렸다. 10년만에 아버지가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고문과 협박을 당한 뒤 교도소에 수감됐다 하더라”고 운을 뗐다. 

이어 “어릴 때 경찰들이 자주 집을 찾아왔고, 아버지는 고문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했다. 또 뒤에서 나는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앞에서 얘기하면 사람의 입 모양으로 대화를 하셨다. 어머니가 물질로 생계를 꾸리셨고, 오빠와 언니는 연좌제로 공직생활을 하지 못했다”고 기억했다.

문씨는 “아버지가 60세의 나이로 돌아가셨다. 청각이 좋지 않아 인도로만 다니셨는데, 차도를 벗어나 인도를 달리던 화물차에 치여 돌아가셨다. 화물차가 경적을 크게 울렸다고 하는데, 청각이 좋지 않은 아버지가 뒤에서 나는 소리를 듣지 못하신 것 같다”고 울먹였다. 

이전 직권재심 사건들처럼 이날 58차도 합동수행단 검사들의 무죄 구형, 변호인의 무죄 변호, 재판부의 무죄 선고까지 한꺼번에 이뤄졌다. 

직권재심으로 명예가 회복된 군사재판 피해자는 누적 1692명으로 늘었으며, 59차 군사재판 직권재심부터 격주마다 청구가 멈췄다. 청구하고 싶어도 신원이 확인되지 않거나 불명확한 사례로, 합동수행단은 신원이 확인되는 차례대로 군사재판 직권재심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다음은 직권재심 명예회복 명단(최근 10개 사건)

12~14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4년 9월3일)
김두석, 김백연, 김택수, 김희경, 송재규, 양두옥, 박정운, 양상보, 진재선, 차행삼, 양치명, 현천오, 김홍언, 양남보, 임재삼, 김병수, 김광호, 현명하, 김천석, 양창구, 고문옥, 양성익, 백순희, 김창운, 김대운, 양학선, 양성옥, 임태권, 이성규, 김창생

52~53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4년 9월3일)
정생두, 박중돈, 박문재, 김항윤, 김정순, 김관성, 김태보, 김두휴, 이태권, 김영두, 김행문, 김창희, 안상보, 김용규, 김기종, 현치우, 김치옥, 김영필, 박효선, 현두삼, 정인호, 양봉언, 이덕삼, 고재규, 김상진, 김창수, 김성보, 고중호, 양지학, 홍남두, 김태봉, 양봉규, 오중흥, 이춘배(김춘배), 김용수, 양운백(양운주), 강시원(강시구), 한성태, 강순정, 강춘화, 김창홍, 백문수, 강인화, 강삼룡, 박문규(박동규), 박봉규, 이권일, 강태영, 김진납(김진필) 강권희, 송권만(송책삼), 이시우, 조여경(조여향), 김병규, 김정식, 김한보, 김언석(김원석), 신추정, 김두정, 양영백

15~16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4년 10월29일)
박중돈, 박문재, 김항윤, 김기종, 김영필, 김학봉, 강경생, 양항부, 오중효, 김세우, 한성태, 양봉규, 김월성, 김희부, 김봉주, 이덕순, 홍중봉, 한원경, 임경화, 박화진, 양덕순, 김태하, 양인하, 양원곤, 양재하, 고성협, 고성희, 고성아, 진경화, 현규호

54~55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4년 10월29일)
문광호, 강창수, 양두칠, 부윤희, 송두준, 송두선, 강재수, 송두억, 강창우, 양상진, 고승현, 이봉우, 강창권, 정팽종, 고찬옥, 오용남, 오기혁, 강애생, 홍승표, 오재건, 문달화, 고이만, 박자근, 소임송, 이기유, 현순심, 윤군일, 강현국, 김창하, 김병열, 강성진, 김일순, 송옥현, 안두원, 윤대윤, 오진호, 이순열, 임창빈, 채애훈, 현태정, 고원, 문재열, 한상섭, 윤세선, 강상호, 김덕률, 오민주, 한중원, 홍성태, 강만수, 한진섭, 강정순, 박인순, 양태화, 임헌수, 오태익, 오태희, 이원삼, 고선, 김학수

56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4년11월19일)
강창규, 고기숙, 이달순, 오봉춘, 김명선, 전생금, 문두현, 김영숙, 김여화, 양상진, 강남주, 강길수, 윤동혁, 문종담, 김영찬, 허림, 김순선, 강선여, 김희익, 고승화, 전학종, 김치영, 이정인, 김태호, 이완배, 고난향, 김태경, 강중석, 부덕현(부영진), 전인하

17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4년11월19일)
양상진, 고승현, 문달화, 양병기, 김원체, 오두석, 문상호, 김태석, 전봉주, 김형택, 김팔부, 장인관, 이을생, 이평규, 이인순, 백문수, 백문옥, 강세규, 진원택, 김영욱

57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4년 12월10일)
김묘생, 박생운, 김여선, 고영규, 김평후, 이창현, 양경하, 고정규, 정병오, 김선익, 김대규, 한만년, 좌중희, 고봉철, 김봉후, 김형인, 현채옥, 이승홍, 이군방, 문계현, 오병현, 윤공례, 이종주, 이종인, 정병하, 양을생, 김용승, 임성범, 진달근, 김영숙

18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4년 12월10일)
한상섭, 한진섭, 김태중, 김원준, 박성택, 양귀, 강중하, 문혁하, 백인명, 오인백, 오병문, 임정길, 오태문, 김갑순, 강재반, 김용숙, 양석보, 김상두, 현창식, 김지담

19~20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5년 2월11일)
김영주, 강병순, 김승림, 고석부, 현필현, 김용문, 양봉언, 이운경, 박달천, 고태붕, 고승호, 박중원, 김태봉, 강순교, 양창주, 김묘현, 고기백, 고창현, 고두선, 문상림, 김시화, 문창석, 박윤옥, 김호선, 양원민, 오용범, 강대형, 김관진, 김용원, 이승조, 정남흥, 안재흥, 김기석, 임록협, 한명석, 양태옥, 김진호, 김경호, 박기출, 김하균

58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5년 2월11일)
김장암, 현봉추, 현진옥, 김공현, 김여량, 양영구, 고성봉, 현진, 임영호, 정명순, 강윤부, 김두천, 문자언, 안한봉, 안해봉, 고점필, 홍찬효, 현병익, 강근택, 강위보, 정관휘, 김택환, 이하윤, 강성희, 이상호, 강순현, 오치홍, 이경수, 김진주, 문수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