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도 아닌데 셀프 결제...오영훈 제주지사 청탁금지법 조사

경찰, 청탁금지법 판단 제주도에 통보 직무 관련성 예외조항 적용 여부 쟁점

2025-02-11     김정호 기자

지난해 불거진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백통신원 식사 접대 논란과 관련해 제주도 차원의 조사가 이뤄지면서 처분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11일 제주도에 따르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오 지사를 포함해 공무원 9명을 조사하기로 했다.

이번 논란은 2024년 5월 27일 오 지사가 공직자들과 서귀포시 남원읍 중산간에 위치한 ㈜백통신원 소유의 제주기린빌라리조트를 방문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오 지사는 수영장이 있는 ‘로얄 프라이빗 풀’ 독채 콘도에 들어가 백통신원 관계자와 오찬을 즐겼다. 식사 인원은 오 지사를 포함해 공무원 9명과 백통신원 사장 등 10명이다.

제주도는 식사 직후 백통신원 소유 신용카드 단말기로 33만원을 결제했다. 현장에 공무원 11명이 방문했지만 실제 건물 안에서 음식을 먹은 인원은 9명이다.

이를 단순 적용하면 1인당 결제액은 3만6666원이다. 식사를 하지 않은 공무원까지 반영하면 1인당 결제액은 3만원이 된다. 공교롭게도 청탁금지법 한도액과 일치한다.

이른바 셀프 결제를 했지만 해당 리조트에서는 식당이 존재하지 않았다. 메뉴판도 없는 상황에서 결제까지 이뤄지자 해당 리조트는 졸지에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고발을 당했다.

다만 수사를 맡은 제주경찰청은 백통신원이 식품접객업 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음식 판매 행위를 이어갈 영업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해 형사처벌은 하지 않았다.

공직자에 대해서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처벌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청탁금지법 제8조 제1항에 따라 음식 제공 비용이 기준치인 100만원을 초과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청탁금지법 제8조 제2항에 따른 과태료 처분 대상 여부는 행정에서 판단하라며 관련 내용을 제주도에 통보했다.

청탁금지법 제8조 제2항에는 ‘공직자 등은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1회 100만원 이하의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된다’고 규정돼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부당이익을 환수하고 위반 행위와 관련된 금품 등 가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금액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다만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에 따라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음식물 등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돼 있다.

이에 제주도 조사에서도 예외 조항에 해당하는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 대한 판단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오 지사를 조사하기에 앞서 제주경찰청에 적용 법률 조항과 당시 음식물 제공에 따른 비용 산정 기준 등의 세부자료를 추가로 요청했다.

해당 자료가 제출되면 오 지사를 포함해 당시 관광정책과 및 평화국제교류과 소속 공무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오 지사는 지난해 6월 백통신원 방문 논란과 관련해 “사업자측으로부터 방문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도 없고, 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다녀온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해 9월에는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 관련 질의를 받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후 논란이 불거지자 “성숙하지 못한 표현으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공개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