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끝없는 자가용 사랑...꿈쩍 않는 버스 수송 분담률

[제주의 교통정책] ①대중교통 버스 자가용 급증에 준공영제도 속수무책

2025-02-28     김정호 기자

제주는 1990년대 본격적인 마이카시대를 맞아 차량이 급증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각종 택지개발로 인구도 늘었다. 2010년대에는 관광객까지 밀려들면서 교통인프라가 포화 상태에 놓였다. 주요 도로는 막히고 도심지 곳곳에서 주차 전쟁이 벌어졌다. 교통량을 분산하기 위해 2017년 버스준공영제가 도입됐다. 렌터카총량제와 차고지증명제 등 각종 정책도 쏟아졌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수송 분담률은 제자리걸음이다. 갖은 교통정책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창간 21주년을 맞아 제주 교통정책의 현 주소를 순차적으로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 [편집자 주]


1920년 제주서부자동차가 제주시내에서 모슬포를 오가는 버스를 처음 운행했다. 5년 뒤에는 제주동부자동차가 제주시에서 성산포로 향하는 버스를 선보였다.

1952년 영주운수가 35인승 버스를 도입하고 1970년 금남여객이 45인승을 투입하면서 제주에서도 대중교통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1978년에는 제주시 오라동에 제주종합터미널(현 제주시버스터미널)이 만들어졌다. 이에 제주시에서 서귀포시외버스터미널(서귀동 옛 터미널)까지 이동 시간이 40분대로 줄었다.

버스는 그 자체로 도민들의 듬직한 이동수단이었다. 덩치 큰 버스는 서민들의 발이 돼 제주 곳곳을 누볐다. 저렴한 요금에 남녀노소 부담 없이 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제주에도 마이카시대가 찾아오면서 자가용이 이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촘촘하지 못한 노선 탓에 자기 차를 몰고 밖으로 나서는 운전자들이 갈수록 늘었다.

실제 2000년 16만대에 불과했던 도내 자동차 등록 대수가 지난해에는 70만대를 넘어섰다. 다른 지역에서 운행하는 리스 차량을 제외한 실제 운행차량은 41만3290대다.

보급율이 치솟으면서 수많은 차량이 도로로 쏟아져 나왔다. 폭발적인 차량 증가는 교통체증을 야기했다. 렌터카와 택시까지 뒤섞이면서 혼잡도는 갈수록 심화됐다. 

기차나 지하철이 없는 제주는 대체 교통수단이 제한적이었다. 이에 버스는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으로 여겨졌다. 2017년 버스 준공영제가 도입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제주도는 7개 민간 버스회사의 적자를 보전해주는 대신 간선버스와 지선버스, 급행버스, 관광지순환버스 개념을 도입했다. 버스 노선에 대한 조정과 관리 권한도 가져왔다.

기존 시내·시외버스를 통폐합하고 기본요금도 1200원으로 일원화됐다.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하차 후 40분 이내 다른 버스를 무료로 이용하는 환승 제도까지 도입했다.

이에 버스업체에 대한 재정지원금이 2016년 110억원에서 2018년 965억원으로 치솟았다. 인건비와 유류비 등 보전액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2020년에는 1000억원을 넘어섰다.

반면 버스 수송분담률은 2017년 14.2%, 2018년 14.6%, 2019년 14.7%로 제자리를 걸었다. 같은 기간 버스 이용객은 15만명에서 14만명으로 오히려 역성장했다.

2023년 한국교통안전공단의 대중교통실태조사에서도 평일 제주지역 대중교통 이용량은 8만명에 그쳤다. 목적지까지 평균 통행 시간도 44.1분으로 상대적으로 길었다.

이에 제주도는 각종 교통정책에서 버스 분담률을 슬그머니 빼기 시작했다. 대신 중앙전용차로와 가로변전용차로를 활용한 정시성과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고급화로 시선을 돌렸다.

동시에 버스 준공영제에 대한 자체 평가도 진행했다. 그 결과 지속적인 자가용 증가로 버스 이용객 증가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비효율적인 노선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제주도는 이를 토대로 지난해부터 노선 개편과 수요 증대 방안을 마련했다. 핵심은 비효율 노선 통합과 도심 급행버스 도입, 수요맞춤형 버스 도입, 요금 인상 등이다.

지난해 8월 버스 노선을 개편했지만 불편이 잇따르면서 일주일 만에 보완이 이뤄졌다. 관광지순환버스는 폐지를 결정했지만 다른 노선에 투입되면서 정체성을 잃는 상황이 됐다.

올해는 주민들의 수요에 따라 버스를 호출하는 수요응답형(DRT) 버스 확대와 BRT 고급화에 집중하고 있다. BRT는 섬식정류장을 설치하고 양문형 버스를 도입하는 사업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말부터 양문형 저상버스를 순차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제주시청에서 도령마루(옛 해태동산)까지 서광로(3.1km) 구간에 섬식정류장 공사도 한창이다.

향후 동광로와 노형로 등으로 구간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171대의 양문형 버스가 필요한 상황이다.  1대당 3억8500만원의 구입가격을 적용하면 658억원의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버스요금 인상도 난항이다. 210개 노선에 버스 734대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예산은 1600억원을 넘어선다. 원가 대비 수입은 27% 수준이다. 결국 나머지는 혈세로 보전해야 한다.

해마다 물가와 인건비가 오르면서 보전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제주도는 일반인 기본요금을 12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 여론이 높아 추진 여부는 불투명하다. 더 나아가 버스 완전 공영화를 위한 시민연대까지 만들어지면서 도입 100년을 맞은 제주의 버스는 또 다른 도전과 마주하게 됐다.

기사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