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관광산업 이끈 택시...대중교통 경쟁 5316대의 딜레마
[제주의 교통정책] ③개인·법인택시 개인이동수단 강화 ‘감차도 무력화’
제주는 1990년대 본격적인 마이카시대를 맞아 차량이 급증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각종 택지개발로 인구도 늘었다. 2010년대에는 관광객까지 밀려들면서 교통인프라가 포화 상태에 놓였다. 주요 도로는 막히고 도심지 곳곳에서 주차 전쟁이 벌어졌다. 교통량을 분산하기 위해 2017년 버스준공영제가 도입됐다. 렌터카총량제와 차고지증명제 등 각종 정책도 쏟아졌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수송 분담률은 제자리걸음이다. 갖은 교통정책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창간 21주년을 맞아 제주 교통정책의 현주소를 순차적으로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 [편집자 주]
제주에 택시가 등장한 해는 1959년이다. 당시 미군이 두고 간 지프 엔진을 활용한 시발자동차가 주인공이다. 조흥택시가 이 차량 6대로 운행에 나선 것이 제주 택시의 시초다.
1963년 동방택시를 시작으로 1965년 성일택시, 1966년 한영택시 등 법인택시가 생겨나면서 제주에서도 버스와 함께 운송 수단에 대한 경쟁체제가 만들어졌다.
제주공항이 국제공항으로 승격되고 1970년대 관광객들이 밀려들면서 택시 수요는 갈수록 늘었다. 이에 무사고 모범운전자를 중심으로 개인택시 발급 민원이 등장했다.
정부는 이 같은 수요를 반영해 1979년 제주지역 10년 무사고 운전자 중 37명을 선발해 개인택시 사업면허를 발급했다. 이후 택시는 빠르게 중형화와 고급화의 길을 걸었다.
택시는 이동수단을 넘어 신혼부부와 사업가 등을 실어나르며 관광객 유치에도 큰 역할을 했다. 직접 고급 카메라를 구입해 사진 촬영까지 하는 운전기사들도 등장했다.
관광지는 물론 식당과 숙소, 골프장 등을 안내하며 가이드 역할까지 해냈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그랜저와 캐피탈, 콩코드, 아카디아 등 고급 세단이 택시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1980년 한해에만 180대의 무더기 신규면허가 나면서 1990년에는 도내 개인택시가 1000대를 넘어섰다. 현재는 3872대로 늘었다. 법인택시 1444대를 더하면 총 5316대에 이른다.
택시의 증가로 도민들의 이동 편의성도 덩달아 좋아졌다. 카카오 택시가 등장하기 전까지 동네마다 전화 한 통화로 택시가 집 앞으로 달려오는 콜택시가 보편화 됐다.
반면 대중교통 이용객을 흡수하면서 도로 혼잡과 교통 비용 상승을 야기했다. 상당수 도민들이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식하지만 현실은 탑승자가 제한적인 개인교통수단이다.
제주도의 통행 분석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도내 교통수단 이용률은 승용차가 56.9%로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택시는 6.5%, 대중교통인 버스는 12.7%에 불과하다.
제주도는 2030년 택시 분담률이 더 올라 7%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주공항에서는 이미 대중교통(7.9%)을 넘어 10%에 근접했다. 나머지는 렌터카(62.7%)가 차지하고 있다.
잘 나가던 택시업계에도 위기는 있었다. 2013년 세계적인 차량 호출 서비스인 우버(Uber)가 등장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반발로 2년 뒤 철수했다.
이듬해 카카오는 택시기사와 제휴를 맺어 승객을 연결해주는 새로운 형태의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선보였다. 제주에서도 반발이 심했지만 결국 택시기사들은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2018년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창업자인 이재웅 대표가 새로운 형태인 콜택시 ‘타다(TADA)를 선보이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에 택시업계는 또다시 반발했다.
정치권은 이른바 ‘타다금지법’으로 택시업계의 편에 섰다. 2020년 국회는 11∼15인승 승합차의 경우 렌터카 사업자의 알선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면서 타다 서비스를 사실상 금지했다.
논쟁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타다금지법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제주 출신인 김한규 의원 등 소장파를 중심으로 제도개선이 논의되고 있다.
관심은 기존 택시업계와 공생할 수 있는 제도 도입 여부다. 택시는 대중교통의 보완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기능이 강화되면 대중교통의 분담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 양날의 검인 셈이다.
제주도는 대중교통 활성화와 택시 공급과잉을 막기 위해 2011년부터 택시 감차 정책을 도입했다. 감차는 혈세를 투입해 과잉 물량인 택시면허를 사들이고 폐기하는 정책이다.
제주도는 2019년까지 순차적으로 택시면허를 사들여 말소시켰다. 하지만 2021년 개인택시 양수조건 완화로 면허가격이 치솟으면서 5년째 한 대의 택시도 감차하지 못했다.
실제 도내 개인택시 면허가격은 1억8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개인택시 면허는 그 자체로 사유재산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14조에 따라 양도양수는 물론 상속도 가능하다.
정해진 노선과 운행 기준도 없다. 제주도의 택시운행 실태분석에 따르면 개인택시의 하루 영업거리는 평균 109.4km다. 가동률도 절반에 해당하는 54.1%에 그치고 있다.
택시는 법령상 면허를 취득하면 자격이 영구적으로 유지된다. 신규 유입도 사실상 차단돼 건전한 경쟁이 불가능한 구조다. 이에 제도개선에도 한계가 뚜렷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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