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램’ 향한 제주의 짝사랑...추진-중단 21년 변천사
[제주의 교통정책] ⑤신교통수단 경전철 도입 반복 ‘산적한 과제’
제주는 1990년대 본격적인 마이카시대를 맞아 차량이 급증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각종 택지개발로 인구도 늘었다. 2010년대에는 관광객까지 밀려들면서 교통인프라가 포화 상태에 놓였다. 주요 도로는 막히고 도심지 곳곳에서 주차 전쟁이 벌어졌다. 교통량을 분산하기 위해 2017년 버스준공영제가 도입됐다. 렌터카총량제와 차고지증명제 등 각종 정책도 쏟아졌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수송 분담률은 제자리걸음이다. 갖은 교통정책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창간 21주년을 맞아 제주 교통정책의 현주소를 순차적으로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 [편집자 주]
2004년 제주도지사 재보궐선거에서 경전철 도입을 두고 당시 열린우리당 진철훈 후보와 한나라당 김태환 후보 간 설전이 벌어졌다.
진 후보는 제주 해안도로를 순환하는 경량전철(경전철) 가설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제자유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교통정책 중 하나라며 외자 유치까지 내걸었다.
이에 맞선 김 후보는 기존 운수업계의 타격을 우려하며 무모한 공약이라고 몰아세웠다. 토지 확보와 인프라 구축에만 8조원이 소요된다며 실현 가능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김태환 도정이 출범하면서 경전철은 민선 3~4기 정책구상에서 철저히 외면받았다. 2010년 우근민 도지사가 당선되면서 경전철 도입이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바이모달(Bi-modality)과 저상트램(TRAM), 모노레일, 궤도승용차(PRT)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타당성 검토 결과,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되면서 공약은 폐기 수순을 밟았다.
4년 뒤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이 출범하면서 신교통수단이 재등장했다. 제주에서 무가선 트램 도입을 위한 품평회도 열렸다. 이마저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장기 과제로 넘어갔다.
추진과 중단을 반복한 트램은 민선 8기 도정에서도 어김없이 모습을 보였다. 오영훈 도지사는 취임과 동시에 5억원을 들여 ‘트램 도입 사전 타당성 검토용역’을 진행했다.
20년이 지나면서 신교통수단은 수소트램으로 진화했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제주시 노형동에서 제주공항을 거쳐 제주항으로 이어지는 노선에 7대의 수소트램 도입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서는 제주 트램이 국가철도망 계획에 포함돼야 한다. 타당성이 확인되면 국비 절충이 뒤따라야 한다. 노형~제주항(11.74㎞) 구간 소요 예산만 4391억원에 달한다.
새로운 도정마다 신교통수단을 내세운 이유는 대중교통의 한계성 때문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철도와 지하철이 모두 없는 제주는 버스가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이다.
해마다 1000억원의 혈세를 투입하고 있지만 버스 분담률은 12.7%(2023년 기준)로 제자리걸음이다. 그사이 자가용 등록이 급증하면서 교통체증과 주차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트램은 대중교통 수단을 다양화하고 관광도시의 매력도를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력적이다. 4명의 도지사를 거치면서 단골 공약이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경제성이다.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통분담률을 높이고 기존 대중교통과 연계한 편의성까지 확보해야 한다. 기존 도로 사용과 환승 체계 등 과제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가칭 제주교통공사 설립과 제주형 마스(MaaS/Mobility as a Service) 도입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 역시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 한다.
교통공사와 마스는 제4차 제주특별자치도 대중교통계획(2022~2026)에 이미 포함됐다. 마스는 제주의 항공과 해상, 육상교통을 원스톱으로 검색-예약-결제하는 시스템이다.
제주도는 더 나아가 도심항공교통(UAM) 도입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제주 도시교통정비 중기계획(2024-2028)에 수소트램과 UAM, 교통공사, 스마트환승허브를 포함시켰다.
신교통수단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해 적격성을 인정받고 국가교통계획에 반영시켜야 한다. 더 큰 과제는 도민들의 공감대 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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