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가로변-섬식 뒤섞인 도로...제주 버스전용차로 ‘시험대’
[제주의 교통정책] ⑧버스전용차로 대중교통 유입 저조 8년만에 고도화
제주는 1990년대 본격적인 마이카시대를 맞아 차량이 급증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각종 택지개발로 인구도 늘었다. 2010년대에는 관광객까지 밀려들면서 교통인프라가 포화 상태에 놓였다. 주요 도로는 막히고 도심지 곳곳에서 주차 전쟁이 벌어졌다. 교통량을 분산하기 위해 2017년 버스준공영제가 도입됐다. 렌터카총량제와 차고지증명제 등 각종 정책도 쏟아졌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수송 분담률은 제자리걸음이다. 갖은 교통정책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창간 21주년을 맞아 제주 교통정책의 현주소를 순차적으로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 [편집자 주]
우선차로제(전용차로)는 버스준공영제 도입과 함께 제주지역 대중교통체계를 뒤흔든 변곡점이었다. 파격적인 정책은 도입 초기부터 혼선과 법적 논쟁이 휘말렸다.
제주도는 2017년 8월 신제주 입구 교차로에서 제주국제공항으로 이어지는 800m 구간 양방향에 중앙우선차로를 설치하고 첫 시범 운영에 나섰다.
우선차로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의 운행제한 특례와 도시교통정비 특례를 활용해 제주에만 도입된 도로였다.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버스전용차로와는 개념이 달랐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택시와 전세버스도 우선차로 이용이 가능했다. 이에 경찰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단속할 수 없었다.
공교롭게도 당시 국회의원이던 오영훈 제주도지사도 ‘우선차로는 법적 근거 없이 추진되고 있다’며 반발했다. 당시 원희룡 도지사는 도시교통정비촉진법상 가능하다며 맞섰다.
실험은 계속됐다. 제주도는 광양사거리에서 아라초로 이어지는 2.7km 구간에도 중앙우선차로를 만들었다. 국립제주박물관에서 무수천 사이 11.8km는 가로변우선차로를 도입했다.
버스가 중앙으로 달리는 중앙우선차로와 달리 가로변우선차로는 도로의 마지막 차로를 이용하도록 설계됐다. 이에 차로 명칭과 운행방식, 운영시간, 단속시간도 제각각이었다.
제주도는 혼선을 줄이기 위해 가로변우선차로를 중앙우선차로로 전환하는 계획을 세웠다. 아라초에서 달무교차로까지 1.8km 신설계획도 마련했지만 예산 문제로 사업은 멈춰섰다.
당시 제주도는 대중교통에 대한 편리성 증대로 버스 수송분담률이 17%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가로변우선차로 구간에는 하루 기준 승용차 1만3852대가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2016년 14.7%였던 버스 수송분담률은 2023년 11.6%로 오히려 떨어졌다. 같은 기간 도내 등록 자동차는 23만대에서 41만대로 폭증했다. 기업민원차량을 포함하면 70만대다.
지지부진하던 우선차로 사업은 2022년 국토교통부의 ‘간선급행체계 종합계획 수정계획’ 반영으로 변화를 맞았다. 국비 159억원을 확보하면서 서광로 중앙우선차로 전환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차로 확보를 위한 가로수 제거와 인도 축소 논란이 불거졌다. 여론 악화를 우려한 오 지사는 2022년 공사를 중단시키고 전면적인 설계 재검토를 주문했다.
2년 가까이 멈춰선 사업은 2024년 BRT(간선급행버스체계) 고급화라는 명칭을 달고 재추진됐다. 섬식정류장과 양문형 버스를 도입하는 전국 최초의 S-BRT 구축사업이다.
제주도는 우선차로 운영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해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 전용차로 운영 조례안’을 제정했다. 이에 기존 우선차로 명칭을 ‘버스전용차로’로 명문화했다.
섬식정류장을 갖춘 버스전용차로는 향후 3단계에 걸쳐 조성된다. 1단계는 국립제주박물관에서 도로교통공단으로 이어지는 10.6km 구간이다. 318억원을 투입해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2단계는 노형로에서 연삼로를 거쳐 일주동로로 연결되는 18.6km 구간이다. 2029년까지 744억원을 투입한다. 3단계는 연북로에서 번영로까지 11.3km, 공사비는 452억원이다.
섬식정류장 조성에 맞춰 해당 노선을 지나는 버스는 모두 양문형 차량으로 교체해야 한다. 제주도는 682대 중 489대를 순차적으로 양문형 저상버스로 전환하기로 했다.
1대당 3억8000만원 적용시 구입비는 1858억원이다. 이중 3분의 2가량은 혈세로 충당한다. 1~3단계 공사비 1514억원을 더하면 총사업비는 200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계획대로 추진되면 중앙 버스전용차로 구간이 현행 3.5km에서 44.0km로 대폭 확대된다. 제주도는 사업이 완료되면 버스 이용 편의성과 정시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우선 막대한 사업비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비 확보가 절실하다. 제주는 이미 버스준공영제에 매해 100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더 큰 고민은 실질적인 버스 이용률 제고다. 제주도는 버스전용차로 도입 당시 외곽환승센터와 도심지 주차요금 인상, 주차단속을 병행하는 수용관리 측면에서 접근했다.
2019년 ‘도시교통정비 중기계획’에서는 이 경우 버스 분담률이 19.1%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동시에 해당 노선에서 하루 7만7300대의 승용차 통행량 감소를 예측했다.
반면 거점환승센터 설치 계획이 줄줄이 무산되고 승용차 억제 정책인 차고지증명 제도까지 대폭 후퇴하면서 도심지 차량 통행량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