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사망 제주 모 중학교 수업 일정 조정, 애도 물결 잇따라
제주에서 숨진 채 발견된 모 중학교 교사를 애도하는 발걸음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2일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된 학교는 학생과 교직원 심리적 안정과 애도의 시간을 갖기 위해 23일 수업 일정을 기존 7교시에서 5교시로 조정했다.
제주도교육청은 이날 청사 앞마당에 마련한 추모 분향소를 25일까지 운영하며, 고인의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하는 발길도 계속되고 있다. 교복을 입고 빈소를 찾은 제자들도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전교조 제주)는 23일 애도 성명을 통해 “따뜻한 침묵과 함께할 자리가 필요하다”고 애도했다.
전교조는 “교사 사망사고 이후 적지 않은 교사들의 연락이 왔다. 대부분 짧고도 무거운 ‘내 얘기인줄 알았다’ 문장으로 시작됐다. 교사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으며, 언젠가는 나에게도 닥칠 수 있겠다고 느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도한 행정, 고립된 민원 대응, 마음을 다한 학생 관계에서조차 비난받는 구조. 선생님들은 늘 아이들 곁에 있으려 애썼지만, 애씀은 희생의 다른 이름”이라며 “선생님 한 분이 자리를 지키며 견딘 시간은 우리 모두가 견디고 있는 시간이다. 모두 ‘고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교조는 “전교조 제주지부 SNS에 올린 추모글이 평소와 달리 많이 공유되고, 댓글이 작성됐다. ‘선생님, 감사했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학교생활이 재밌었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이제 푹 쉬세요’, ‘중학교 생활 선생님 덕분에 좋았습니다. 그곳에선 편히 쉬세요’ 등 아이들은 선생님의 존재가 얼마나 깊은 상처를 품고 있었는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가 애도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 달라. 학생과 교사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추모 공간을 한교 안팎에 마련해달라. 무리적인 공간이 있어야 마음의 자리를 만들 수 있다. 누구나 조용히 다녀갈 수 있는 기억의 장소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전교조는 “추모는 하루로 끝나는 행사가 아니다. 충분히 애도하고 함께 견뎌야 한다. 감정을 덮는 일이 아니라 말하고 나누고 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들도 슬퍼할 권리가 있으며, 학생들에게 감정의 표현과 기억의 행위는 교육보다 더 중요한 인간다움의 수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정을 위한다’는 말을 하지 말라. 안정은 슬픔을 억누를 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울고, 충분히 이야기할 때 찾아오는 것이 진짜 안정이다. 학생과 교사들이 아직 울고 있으며, 따뜻한 침묵과 함께할 자리가 필요하다”고 거듭 요구했다.
전교조는 “한분의 죽음은, 수많은 마음을 흔들었다. 흔들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 돼야 한다. 고인의 삶이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를 향해 다가가는 교육의 자리는 그 누구도 홀로 두어선 안된다”며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