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겠다” 협박에 경호원까지…학부모, 집단 고소에 제주교육계 ‘고통’
[단독] 자녀 1~6학년 담임 전부 고소한 학부모, 되레 ‘협박’ 혐의로 입건 전화 응대 교직원 등 20명 민원 제기…경찰, 협박 혐의 인지 수사 ‘반전’
제주 고(故) 현승준 교사 사망 등 사건으로 교권 추락을 비롯해 민원에 대한 교직원 보호 부실 등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제주에서 학부모가 “죽이겠다”는 발언과 함께 다수의 교직원을 고소한 사건이 추가로 드러났다.
학부모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담임 교사를 비롯해 학교장, 행정실장 등을 한꺼번에 ‘아동학대’로 고소했지만, 지속적으로 찾아가거나 연락하면서 협박한 혐의로 되레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28일 교육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학부모 A씨가 아동학대 혐의로 교직원 10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지난해 4월부터 이미 초등학교를 졸업해 중학생이 된 자녀가 초등학생 시절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해 왔다.
같은 해 5월 교육당국 관계자와 면담 자리에서도 ‘교사들이 아이를 따돌림시켰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죽이려고 했는데 법으로 처리하려 한다” 등의 위협적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장이 접수되면서 수사에 나선 경찰은 ‘혐의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며, 현재는 보완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아동학대 사건은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하더라도 검찰에 사건을 넘겨야 한다. 수사 종결 여부는 검찰이 최종적으로 판단한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조만간 보완 수사를 마쳐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며 “자세한 내용은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A씨의 행위로 인해 교사들은 심리 상담을 받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한 교사가 신변에 큰 위협을 느끼면서 교육당국은 해당 교사에게 경호원까지 지원했다. A씨는 당시 결혼을 앞둔 교사에게 “결혼식장에 찾아가 깽판 치겠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A씨는 제주도교육청, 제주시교육지원청에 근무지를 옮긴 교사들의 소속 학교를 알려달라고 민원을 넣고, 소속을 알려주지 않으면 응대한 교직원을 상대로도 민원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A씨로부터 민원을 제기받은 교직원만 약 20명에 이른다.
경찰은 아동학대 고소 건을 수사하던 중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선제적으로 A씨를 협박 등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악성 민원에 대해서는 기관이 주도해 담당 교원을 보호하고 있다”며 “교원들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수사 의뢰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故 현승준 교사 사망 일주일도 안돼 제주에서는 고등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 데다, A씨의 사례까지 더해지면서 추락하는 교권과 악성 민원에 대한 교직원 보호 문제가 일선 교육계뿐만 아니라 도민사회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