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그물에 갇힌 바다거북 구조해낸 제주 비양도 주민들
[독자의소리] 멸종위기 붉은바다거북 무사히 바다로 돌려보내
비양도 비양리마을회 차은경 사무장은 지난 18일 오후 7시쯤 주민들과 함께 섬 동쪽 해안가에서 플로깅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섬 비양도에는 해양쓰레기들이 자주 밀려와 섬의 경관을 해치고는 합니다.
이날 해안을 덮은 것은 거대한 초록색 그물. 얼른 처리해야겠다는 맘에 발걸음을 옮기던 차 씨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물 속에 있던 커다란 거북.
그물에 몸이 엉킨 채 꼼짝달싹 할 수 없던 거북은 눈만 반복해서 깜빡이고 있었습니다. 차씨는 서둘러 주민들을 불러 구조에 나섰습니다. 조심스럽게 그물을 절단하고 플라스틱 패널을 이용해 몸을 조금씩 들어 물 앞으로 옮겼습니다.
물 속에 들어가자 곧 거북은 유유히 헤엄쳐 멀리 사라졌습니다. 그제야 주민들은 한숨을 놓았습니다. 주민들의 따스한 마음과 빠른 행동력이 한 생명을 살린 겁니다.
차 사무장은 “이전에 상괭이가 죽은 채 발견된 적은 있었지만 살아있는 거북이를 발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거북이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힘을 모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이 구조해낸 거북은 국제적멸종위기종이자 보호대상해양생물인 붉은바다거북.
장수진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 대표는 “붉은바다거북은 일본과 우리나라 중위도에 분포하고 있으며 일부 개체는 제주를 겨울을 나거나 서식지로도 활용하고 있다”며 “버려진 그물은 거북뿐 아니라 모든 해양생물에게 치명적이다. 자력으로 빠져나오기 힘들고 추가적인 신체 손상을 입히는 경우도 있어서 굉장히 위험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주에서는 바다거북이 그물에 걸려 구조되거나, 해안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해양쓰레기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바다거북들. 비양도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반가운 한편 바다거북들이 일상적으로 큰 위험에 시달린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인 것 같아 마음이 무겁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