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교사 사망사건 두고 ‘샅바싸움?’...진상조사 권한, 양분된 제주교육계
제주교육청 '진상조사반' 구성에 제주교총-전교조 등 "독립 위원회 필요" 반발
제주지역 한 중학교 교사가 사망하며 충격을 안긴 사건과 관련, 제주교육계가 양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라는 목표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를 누가, 어떻게 주도해야 하는지를 두고 뚜렷한 이견을 보이면서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지난달 30일 제주 교사 사망사건의 진상 파악을 위해 경찰조사와는 별개의 조사반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했다. 조사반은 도교육청 감사관이 반장을 맡고, 고인의 유족이 지정한 유족대표와 제주교사노동조합 각 1인, 본청 감사관, 정서회복과, 중등교육과, 제주시교육지원청 교수학습지원과 담당자 등 9명으로 구성됐다.
경찰 수사 분야를 제외하고 민원처리 과정 등 유족 측이 제기한 내용에 대해 사실관계를 자체 조사하고, 도교육청 차원의 후속 대응방안을 강구하는게 목적이다. 무엇보다 진상조사반은 숨진 교사 유족들의 직접 요청으로 구성된 조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진상조사반에는 유족 측 대표와 제주교사노조의 대표자가 직접 참여한다.
그러나, 불과 하루만에 제주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제주지부 등 도내 6개 교원 및 학부모단체는 별도의 기자회견을 통해 교사 사망사건과 관련 독립된 진상조사위원회 운영을 촉구했다. 도교육청이 발표한 진상조사반은 독립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못해 교육청 내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우려의 발로다.
현경윤 전교조 제주지부장은 "현재 구성된 진상조사반은 실무를 담당할 뿐 교육청과 교육부의 책임을 명확히 규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교육감의 지휘·결재를 받는 조직은 본질적으로 독립적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칫 특정 대상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꼬리 자르기'식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다고 직설하기도 했다.
현 지부장은 "조사반의 결과만으로는 숨진 교사의 순직 인정이나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전교조가 참여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교육청과 교육부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조사단을 통제·감독할 수 있는 위원회 형태의 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반면 제주교사노조 측은 진상조사위원회가 오히려 사안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정우 제주교사노조 위원장은 "이번 진상조사단은 유족이 직접 요청하고, 유족들의 희망이 반영된 방식"이라며 자칫 교육계 내부 갈등으로 비쳐질 것을 경계했다.
특히 한 위원장은 진상조사위원회 형식으로 운영된 인천의 전례는 내부갈등으로 최종 보고서조차 채택되지 못한 반면, 대전에서의 조사단 운영 사례에서는 교사의 순직 인정까지 이뤄낸 선례가 있다며 실효성 측면에서 조사반 방식의 우위를 강조했다.
제주 교사 사망 사건은 최초 발생일로부터 한 달이 넘어가는 현 시점까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해당 교사는 밤낮을 가리지 않은 민원에 홀로 맞서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진상규명은 미뤄져왔다. 특히 제주경찰이 12명의 경력을 투입한 전담팀까지 꾸려가며 입건 전 내사를 진행했지만, 추가적인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숨진 교사의 휴대전화와 컴퓨터에 대한 포렌식을 비롯해 대면조사까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피의자 입건 소식조차 전해지지 않으면서 혐의 적용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만큼 도교육청 차원의 진상조사의 중요성도 증대될 전망이지만, 교육청을 중심으로 이해당사자라 일컬어지는 교원단체 간 입장차가 생기며 힘을 얻지 못하는 모양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지금은 조속히 사건의 원인과 구조적 문제를 파악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