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들 어리둥절’ 제주 디지털관광증 패스 보류 논란

관광공사 정책에 사업체들 ‘반발’ 첫 디지털관광증 반쪽짜리 운영

2025-08-04     김정호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가 새로운 제주 관광의 경험을 제공한다며 ‘디지털관광증’을 선보였지만 내부 불협화음으로 반쪽 운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제주도에 따르면 당초 7월부터 디지털관광증 ‘나우다(NOWDA)’에 대한 시범운영에 나서기로 했지만 업체의 반발로 핵심 프로모션을 보류하기로 했다.

디지털관광증은 제주를 찾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대체 불가 토큰(NFT·Non-Fungible Token·) 기반의 디지털 증명서다.

관광객은 발급 시 부여받은 큐알(QR) 코드를 통해 관광지 입장과 식음료 소비, 체험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용 횟수에 따라 멤버십도 제공된다. 

제주도는 7월 시범운영에 앞두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이를 통해 참여를 유도하고 자유이용가맹점과 할인가맹점을 통한 ‘나우다패스’(자유이용권) 운영계획도 알렸다.

나우다패스의 핵심은 렌터카 대여와 음식, 관광지, 숙박 등 제주관광공사에서 모집한 연계상품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관광공사는 상품 구성을 위해 6월 도내 관광 사업장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네이버페이 결제 서비스와의 접목을 위해 네이버파이낸셜㈜과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오영훈 도지사는 최근 열린 주간혁신성장회의에서 “나우다를 통해 MZ세대의 일상과 트렌드를 이해하고 반영해야 한다. 제주도의 정책 비전을 명확히 전달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반면 현장에서는 반발이 예상보다 컸다. 제주도관광협회 산하 분과위원회에서는 나우다패스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입장료를 절반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관광협회에서 이미 운영 중인 여행 공공 플랫폼 ‘탐나오’(tamnao.com)간 업무 중복 문제도 불거졌다. 탐나오에서는 이미 업종별 결합 상품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별관광객에 대한 여행상품이 이미 잘 구성돼 있는데 패스까지 도입하면 결국 추가 덤핑을 하라는 것”이라며 “업계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디지털관광증 자체는 찬성하지만 패스는 업계와의 사전 조율이 없었다”며 “사업 초기부터 우려를 전달했지만 일방적으로 사업이 추진됐다”고 주장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애초 관광지를 묶어 할인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준비했다”며 “업계의 반대가 있는 만큼 이를 일단 보류하고 다른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업을 주도한 관광공사는 일반 관광지를 대신해 자체 여행 플랫폼인 비짓제주(visitjeju.net)를 활용한 웰리스와 카름스테이(마을여행) 할인 제공을 검토 중이다. 

관광공사는 이미 나우다 패스를 홍보하며 3만명에 가까운 디지털관광증 사전 신청을 받았다. 정책이 변경될 경우 그에 따른 이미지 훼손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나우다 정식 서비스는 9월부터 시작된다. 이에 투입되는 예산은 16억원 가량이다. 제주도는 서비스 정착을 위해 1인당 최대 5만원의 여행지원금도 나우다를 통해 제공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