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도민 무상 대중교통 얘기하는데…” 제주 수소트램 재정 가능할까

8일 의회 환도위, 제주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수소트램) 의견 엇갈려

2025-08-08     이동건 기자
제주도가 도입하려는 수소트램. 

초등학생과 청소년 무상 대중교통이 실현되면서 5300억원이 투입되는 수소트램 제주 도입·운영의 재정성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주도는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을 통해 수소트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국제공항과 제주항을 연결하고, 렌터카 배반차하우스를 도심 외곽에 설치해 제주공항 일대 교통체증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노선은 총 1~3호선으로 계획됐으며, 당장 추진되는 노선은 1호선뿐이다. 2~3호선은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고급화 사업 구간과 같은 동·서광로와 연삼로다. 

2~3호선의 경우, BRT와 동시에 운영되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소트램 수요가 커지면 BRT를 대체해 수소트램이 들어서는 방식으로 예정돼 있다. 

1호선은 다양한 노선이 검토됐지만, 2안이 가장 적절한 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2안은 제주항~제주공항~제주도청~메종글래드 제주~노형오거리~1100로까지 12.91km 구간이다. 

2안의 경제적 타당성(B/C)은 0.79로, 1안(B/C 0.82)보다는 다소 낮지만 하루 이용객이 5만3841명으로 가장 많다고 예측돼 1순위에 올랐다. 

1호선은 2035년 도입 예정으로 추진되며, 제주도는 빠르면 2031년 운행 시작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주도의회의 의견을 수렴해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안을 국토교통부로부터 승인 받아야 하고 이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등의 절차를 거쳐야 실현된다. 

수소트램에 대한 의회 의견 수렴은 8일 제441회 임시회 환경도시위원회에서 이뤄졌다. 이날 환도위에서는 ‘혈세 낭비’ 논란의 용인 경전철 사례가 언급되면서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용인시는 하루 평균 이용객 13만9000명이 예상된다는 한국교통연구원의 예측을 토대로 2013년 경전철을 도입했지만, 개통 당시 평균 이용객이 9000명에 머물러 매년 400억원 수준의 적자를 떠안았다. 

혈세 낭비 논란이 커지면서 용인시민들이 소송단을 꾸려 교통연구원 측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7월 대법원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도입이 예정된 수소트램 1호선 2안 노선. 

양경호(더불어민주당, 노형동 갑) 의원은 “도민들은 수소트램 노선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한다. 2~3호선이 BRT 노선과 겹치는데, 함께 운영되지 않는 점 등도 소개돼야 한다. 용인 경전철 사례를 잊지 말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도민 설득 과정이 충분해야 하고, 우려도 해소해야 한다. 제주에 수소트램을 도입할만하다는 의견이 모아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수소트램에 찬성, 추진 과정에서 도민 설득을 주문했다. 

한동수(민주당, 이도2동 을) 의원은 삼화지구와 신제주권을 잇는 노선으로 변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현재 추진되는 1호선 2안은 관광객 위주로 준비되고 있다. 도민들이 이용하기 편한 대중교통을 관광객들이 이용한다고 생각한다. 제주시 원도심을 잇는 현행 2안보다는 제주시 동·서를 잇는 노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는 1~3호선 전부 도입돼야 도민들이 수소트램 편의성을 체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교통은 수익사업이 아니라 적자 사업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찬성 의견을 보였다. 

김황국(국민의힘, 용담1·2동) 의원은 “수소트램 이용객 예측이 틀렸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65세 이상 제주도민은 대중교통 무료다. 또 지난 1일부터 초등학생과 청소년 무료 대중교통이 실현됐다. 재정 건정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용역수행기관인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이준 본부장은 “수소트램 1호선 운영에 연간 150억원이 들고, 180억원 정도의 수익이 예상돼 초창기에는 20~30억원의 수익이 예측된다. 다만, 대체투자비로 인해 도입 몇 년 후부터 20~30억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대답했다. 

김 의원은 “수요가 과하게 예측됐다고 생각한다. 제주 방문 관광객 대다수가 렌터카를 이용하는데, 관광객들이 수소트램을 이용할 것이라고 예상이 가능한가 싶다. 기존 버스와의 연계, 트램 도입에 따른 교통체증 등 정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제주도가 계획중인 수소트램 1~3호선 노선도. 2~3호선은 BRT 구간과 겹치는데, 제주도는 수요가 있으면 BRT를 수소트램으로 대체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2~3호선 자체가 도입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정민구(민주당, 삼도1·2동) 환도위원장은 수소트램 도입 ‘결사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정 위원장은 “제주에서 전 도민 대중교통 무료 얘기가 나오는 시기다. 현재 대중교통 이용요금을 내는 연령대는 도내 20~64세 뿐이다. 해당 연령대는 자가용을 많이 이용해 대중교통 이용율이 낮다. 그래서 전 도민 대중교통 무료 얘기도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소트램도 20~64세만 요금을 낼텐데 재정적으로 건전할 수 있겠나. 수소트램보다는 전 도민 무상 대중교통 고민이 더 낫지 않겠나. 시내 관통보다는 차라리 관광형으로 주요 관광지라면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반대 의견에 대해 김영길 제주도 교통항공국장은 “지하철과 트램은 가장 좋은 대중교통 수단이다. 대량 이동 수단이 없는 제주는 대중교통 정책을 바꿔 나가야 한다. 수소트램은 장기 계획이고, BRT 사업과도 맞물려 있다. 도시 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트램 도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고, 지금 추진을 시작해야 후세대가 최종 결정을 내릴 때 도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국장은 “국토부와 기재부와의 협의 절차를 거쳐야 국비가 확보된다. 쉽지 않은 절차고, 협의 과정에서 수소트램 제주 도입에 대한 적정성이 판단되지 않겠나”라며 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제주도는 441회 임시회에서 수소트램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국토부에 제출할 자료에 각 의원들의 발언과 의견, 우려, 주장도 첨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