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돌문화공원의 거대한 화룡점정, 미래세대에게 제주다움 전하다
[제주돌문화공원 개원 20년] ① 전국 최대 규모급 전시공간 ‘설문대할망전시관’
지난 6월 13일 제주돌문화공원 설문대할망전시관이 문을 열었다. 이로써 1998년 제주돌박물관으로 태동한 제주돌문화공원은 2006년 정식 개원 20년 만에 전체 시설이 비로소 완성됐다. [제주의소리]는 내년 제주돌문화공원 개원 20주년을 맞아, 설문대할망전시관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돌문화공원 앞에 주어진 향후 과제를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제주돌문화공원 설문대할망전시관 앞에 서면, 설문대할망이 섬과 하나가 된 전설 속의 물장오리오름 호수를 떠올리게 한다. 폭넓고 기다란 올레를 따라 거대한 원형 건축물 입구로 향하면, 흡사 천천히 물속으로 들어가는 설문대할망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설문대할망전시관은 규모로 보나 의미로 보나 제주돌문화공원의 ‘화룡점정’으로 부르기 충분하다.
국내 국공립 박물관 가운데 건축면적 규모를 살펴보면 국립중앙박물관(4만8644㎡), 독립기념관(2만5048㎡), 국립아시아문화전당(2만2478㎡) 등이 상위에 오른다. 설문대할망전시관은 2만4585㎡로 전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대규모 시설이다.
특별전시관, 제주전통초가마을, 오백장군갤러리에 이어 돌문화공원 2차 사업의 핵심이자 사업 전체를 완성하는 마침표가 바로 설문대할망전시관인 셈이다.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면 장엄한 석상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바로 제주 풍경을 대표하는 3선(초가지붕선, 오름선, 무덤선)과 3상(오백장군상, 돌하르방상, 동자석상)이다. 좌우, 정면에서 석상이 맞이하는 동시에 차분한 음향과 조명이 어우러진 분위기는 관람객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하다. 이러한 프롤로그는 제주의 민속, 돌문화역사, 신화를 아우르는 설문대할망전시관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프롤로그 마지막 양쪽에는 돌문화공원을 탄생시킨 신철주·백운철, 두 인물을 조명하는 공간과 함께 기증자의 방이 각각 마련돼 있다. 참고로 설문대할망전시관에 들어가기에 앞서, 진입로 끝에는 석상 다섯 개가 우뚝 세워져 있다. 마치 설문대할망전시관을 바라보듯 세워진 석상들은 돌문화공원을 기획한 백운철 선생이 본인의 모습을 형상화해 만든 작품이다. 돌문화공원에 대한 그의 깊은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단순 로비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기 충분한 약 730㎡(약 221평) 규모의 로비를 지나, 설문대할망전시관은 본격적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설문대할망전시관의 전체 주제는 ‘할망의 품, 제주를 걷다’이다. 제주 창조 여신인 설문대할망의 흔적을 따라 걸으면서 제주다움의 가치를 발견한다는 의미다. 전시관은 크게 볼 때 ▲민속관 ▲역사관 ▲신화1관 ▲신화2관 ▲어린이관으로 나뉜다.
민속관은 토기 및 목재를 주제로 한 수장형 전시실과 제주생활사를 보여준다. 역사관은 탐라의 해상 교류부터 고려의 돌문화, 조선의 돌문화, 그리고 제주의 옛 문화공간을 살핀다.
신화1관은 제주의 신화와 무속을 소개하고, 신화2관은 설문대할망의 창조설화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어린이관은 제주의 자연지형을 모티브로 삼은 그물 놀이와 체험기구로 꾸몄다.
이런 구성을 갖춘 설문대할망전시관은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향한다’는 느낌을 안겨준다. 현재는 눈높이를 맞춘 전시물 내용과 제주 예술인들의 유의미한 작품들에서, 미래는 체험형 전시 공간과 미래 세대를 위한 어린이관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전시관은 3선3상 프롤로그와 로비를 지나, 본격적으로 전시를 시작하는 위치에 대형 설치 작품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강태환 작가의 ‘관조(觀照) : 자연과 신화를 위한 컴퍼지션’이다. 이 작품은 광섬유 등을 주소재로 삼으며 청년에서 중견 작가의 길로 향하는 제주 출신 강태환 작가의 특징이 잘 담겨 있다. 백색의 조명 아래에는 정갈하게 조각된 제주 돌이 하나 놓여있다. 바로 등경돌이다. 등경돌은 연료를 담아 등불을 켜는 제주의 그릇을 의미한다. 등경돌 위에 밝고 화려하게 빛나는 조명 작품이 떠 있는 구조는, 제주 땅 위에서 피어나 전해 내려오는 제주 신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이은희·조윤득·김남호·김미희·송창훈 등 설문대할망을 비롯한 제주 여성신화 세계를 다룬 작가들의 작품이 신화2관에 집중 전시돼 있다. 현대미술적인 감각의 작품들은 신화·민속을 다루는 박물관의 성격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설문대할망전시관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눈높이를 맞춘 전시 구성 또한 주요 특징이다. 만지고 입어보고 그려보고 조작해보는 체험 전시들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여기에는 OLED 모니터, 미디어북, 터치모니터, 미라클글라스 등 고도화된 디지털 기술들이 적극 도입됐다.
눈높이를 맞춘 전시는 어린이관과 함께 미래 세대들에게 제주의 가치를 전달하는 역할을 톡톡히 담당한다. 2230.7㎡(674.8평) 규모의 어린이관은 설문대전시관 안에서 단일 시설로는 가장 크다. 3세 이하 영·유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놀이 공간인데, 걷고 뛰고 오르고 매달리고 쌓고 미끄러지는 등 여러 신체 활동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여기에 관람과 휴식을 고려한 동선 구성, 돌챙이를 비롯한 돌문화 조명, 세계 거인여성 신화 소개, 수장형 전시실, 드라마틱한 입체 영상 상영 공간, 탐라순력도 영상 등 곳곳에 인상적인 구성을 갖추고 있다. 보다 양질의 전시품 소개, 민속 기능 강화 등 확인된 과제들은 순차적으로 풀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설문대할망전시관 효과는 수치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6월 13일부터 8월 3일까지 돌문화공원을 찾은 관람객 수는 2만7992명인데, 올해 같은 기간은 5만9590명에 달한다. 2배 이상 증가했다. 현장에서 만난 관람객들도 설문대할망전시관의 가치와 가능성을 높이 평가 했다.
지난 15일, 9살 자녀와 함께 전시관을 둘러본 제주시 노형동 주민 김모씨는 “전시 내용이나 구성이 교육적인 부분과 놀이 시설까지 신경을 쓴 것 같다. 어린이들의 흥미나 시선을 고려해서 꾸민 것 같다. 제주에 있는 아이들이 오면 참 좋을 것 같고, 제주를 찾은 다른 지역 어린이들도 한 번 꼭 방문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설문대할망전시관이 없었을 때는 어린아이들 입장에서는 크게 흥미를 가지기 어려웠는데, 전시관이 생기고 나니 그런 점이 보강된 것 같다. 우리 아이도 다 보고나서 만족하면서 또 오고 싶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경북 울진군에서 온 김동환 씨는 “일단 석상들이 양쪽에 놓여있는 입구에 압도감을 받았다. 정말 인상적이었다. 탐라국이나 제주 전통문화에 대해 보여준 점도 좋았다”면서 “개인적인 느낌인데, 이 정도 규모라면 제주도에 있는 모든 전시 역량을 여기에 쏟아서, 제주 대표 명소로 만들어 더 많은 사람이 오게 만드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