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민원 ‘개별→공식’ 표준화, 김광수 “교원, 가정교사 아냐”
개인 번호 공개금지 대신 교원 안심번호 서비스 확대 학교 방문 사전 예약제 운영, 교원 변호사 지원 추진
제주 중등교사 사망 사건 등으로 터져 나온 일선 교사들의 교권 보호 강화 요구에 대해 제주도교육청이 민원 접수 창구를 표준화하겠다고 밝혔다. 교원 개인 응대를 차단하는 방책이다.
김광수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은 28일 오전 10시 도교육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9월 1일부 시행 예정인 교육활동 보호 강화 방안 내용을 발표했다.
도교육청이 마련한 교육활동 보호 정책은 △사전 예방 체계 구축 △특이 민원 발생 시 책임 대응 △사후 회복 지원 및 제도개선 등 3단계다.
도교육청이 내세운 교육활동 보호 강화 방안의 핵심 중 하나는 ‘공식 민원 창구 표준화’다. 학부모와 지속 소통하되 교원 개인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개별 교원에게 민원을 접수할 수 있었던 기존 방식을 차단하고 학교 대표전화나 홈페이지, 이메일 등 지정된 창구에서만 신청·접수할 수 있도록 민원 창구를 표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도교육청은 모든 학교 홈페이지에 ‘민원신청’ 메뉴를 일괄적으로 추가하고 민원 접수 시 민원대응팀에게 알림 문자가 가도록 할 계획이다. 또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이 공동 개발 중인 ‘온라인 시스템’을 내달 시범 개통 방식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또 교원이 학부모에게 연락해야 할 경우를 위해 ‘교원 안심번호 서비스’ 지원 유형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관련해 김 교육감은 소통 플랫폼을 마련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비용 문제로 어렵지만, 투넘버 서비스를 지원하는 방법은 고민해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교원 개인 연락처 비공개 문제와 관련해 김 교육감은 “학교 선생님은 개인 가정교사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선생님 연락처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개인 가정교사가 아닌데 애 약 먹이는 것까지 봐줘야 하고 가정 상황을 다 돌봐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어 “선생님 역할은 교실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학교와 가정 교육을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권보호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분위기 때문에 개인 번호를 어쩔 수 없이 공개해야 했던 교원들이 거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금까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학교 방문 사전 예약제를 강화하겠다”며 “이와 함께 민원 상담실 공간 구성을 지원하고 학생 분리지도 시 교원에게 보결 수당에 준하는 금액을 수당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도교육청은 교육활동 관련 사안 발생 시 법률 자문, 분쟁조정, 행정 지원 등을 위해 제주지방변호사회 업무협약을 체결, ‘우리 학교 변호사’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권역별 학교마다의 변호사를 지정해 교육활동 관련 법률 자문이 필요하거나 관련 사안으로 경찰 및 검찰 수사를 받을 경우 동행을 지원하는 등 제도다. 교육활동과 관련이 없거나 교직원 간 또는 비위 사건은 제외다.
또 특이 민원에 대해서는 교육청 통합민원팀에 특이 민원을 전담할 수 있는 전문가를 추가 구성하고 특이 민원이 이관되면 장학사나 변호사가 신속하게 학교를 찾아 사안을 파악, 지원할 수 있는 교육청 주도 대응 조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지역교권보호위원회 교사 참여 비율 상향 △교원 심리상담 직통전화 1599-9179 개설 △심리상담 연 6회→12회 확대 및 휴직 교원 포함 △교육활동 보호 정책 지원단 상시 운영 등 방안을 내놨다.
김 교육감은 “현장에서 요구하는 대책이 있다면 보완해 교원이 안심하고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며 “교육활동 보호 정책이 학교 현장에서 정착된다면 교원을 안정적으로 보호할 수 있고 긍극적으로 우리 아이들 학습권도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프면 쉬고 일이 생기면 말해달라고 했는데 정말 이야기해달라. 모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선생님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동의하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 근무 여건 관련 소통에 나서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