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제주 사랑 ‘52만 유튜버’ 황창연 신부, 명예도민 됐다!
[소리-人터뷰] “제주는 관광뿐만 아닌 역사와 문화의 섬” ‘아~ 제주!’ 4.3 강의부터 지역 활력 더할 생태마을 조성
제주에 연고가 없는 신부(神父)가 뜻을 함께하는 신도들에게 가슴 아픈 제주4.3에 대해 강의하고 서귀포시의 작은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생태마을을 조성하고 있어 주목된다.
4.3 당시 70명이 넘는 주민이 학살당한 천주교 중문성당 4.3 기념관 건립 사업을 위해 청국장 20억원어치를 봉헌하기도 한 수원교구 성필립보생태마을 원장 황창연 신부가 주인공이다.
황 신부의 별명은 ‘청국장 신부’, ‘인플루언서 신부’다. 그는 강원도 평창 성필립보생태마을에서 청국장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유튜브를 운영하며 52만여명의 구독자와 소통하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엔 제주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에 ‘순례자의 집’을 만들고 중문성당 4.3기념관 건립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 신의 뜻을 받아서 한다거나 천주교도를 늘리기 위한 선교 활동을 위한 일이 아니었다. 그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제주도를 너무너무 사랑하니까”다.
“가는 곳마다 감동스럽고 아름다운, 우리나라에서 가장 빛이 나는 곳이 제주”라고 강조한 ‘명예제주도민’ 황창연 신부를 [제주의소리]가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황 신부는 “제주도민이 돼 너무 좋다”고 말문을 열었다. 왜 그러시냐 물으니 “제주도를 너무, 굉장히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와이나 괌, 사이판 등 세계 곳곳의 섬을 다녀봤지만 제주도만큼 아름다운 곳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섬으로는 제일 아름다운 것 같다. 이야깃거리도 많고 볼 것도 많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섬”이라며 “한라산을 중심으로 숲과 해변이 어우러진 너무나도 아름다운 섬이다. 정말 대한민국 보물이라고 생각하는데 명예도민이 된다고 하니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 신부가 본격적으로 제주와 인연을 맺은 것은 중문성당을 찾으면서다. 물론 이전에도 제주를 자주 찾았지만, 그는 ‘4.3 기념성당’인 중문성당의 열악한 환경을 보고 8억원을 들여 사제관과 화장실을 새롭게 지어 봉헌했다.
그는 “성당을 가보니 신부님이 반지하에 살며 지네에 물리고 신도들이 이용하는 화장실은 창문이 깨져 패널로 덧대있는 등 열악했다”며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사제관과 화장실을 지어 봉헌했다. 또 최근에는 4.3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해 청국장을 봉헌했다”고 웃어 보였다.
황 신부가 봉헌한 청국장은 약 20억원어치다. 성필립보생태마을의 청국장을 중문성당에서 판매하도록 해 수익금을 프로젝트에 사용할 수 있게 한 것. 고병수 중문성당 주임신부가 추진 중인 프로젝트는 4.3학살터였던 중문성당을 기념관으로 만들고 성전을 다시 짓는 것이다.
프로젝트 이름은 ‘치유와 평화성당’으로 내년 2월 착공 예정이다. 고 신부는 황 신부가 봉헌한 청국장을 열심히 팔며 건축기금을 모으고 있다. 청국장을 제공한 황 신부와 이를 구입하는 제주도민들이 힘을 더하는 셈이다. 건축이 끝난다면 중요한 4.3 역사 탐방지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중문성당은 4.3 당시 중문리에서 가장 참혹한 학살극이 벌어진 곳이다. 중문성당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중문·강정·대포·도순·상예·상천·색달·하예·하원·회수 등 주민 총 71명이 희생됐다. 80대 노인부터 2살 난 아기까지 다양했으며, 일가족이 집단 총살당한 사례도 있다.
이에 천주교 제주교구(당시 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2018년 10월 11일 제주교구 묵주기도의 밤 행사에서 중문성당을 ‘4.3 기념성당’으로 선포하고 4.3 기념 십자가를 제작, 설치했다.
황 신부는 “이 뜻을 받든 열정 있는 고 신부의 영혼이 망가지지 않도록 돕고 싶었다”며 “그냥 성전을 새로 짓기 위한 일이 아니다. 4.3 학살을 기억할 수 있는 기념관을 만드는 것은 4.3평화공원과 쌍벽을 이룰 역사 탐방지를 조성하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황 신부는 52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상대로 ‘아~제주!’라는 이름으로 제주4.3 강의를 진행 중이다. 그는 “나는 4.3을 사건으로 표현하지 않고 항쟁, 학살이라고 표현하는데 예전부터 4.3에 대한 강의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때문에 강의를 못하다가 중문성당 프로젝트 소식을 듣고 지금 해야겠다 싶어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황 신부의 유튜브 강의는 4.3에 대한 진심을 느낄 수 있다. 중문성당뿐만 아니라 제주4.3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북초등학교와 관덕정, 중문경찰서, 천제연폭포 등 4.3 역사 현장 탐방기도 촬영할 계획이다. 유튜브 구독자들이 제주를 찾을 때 관광뿐만 아니라 제주의 역사를 탐방할 수 있도록 발자취를 남긴다는 의미다.
또 그는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공천포 일대 약 140억원을 들여 생태마을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순례자의 집’을 짓고 있다. 환경운동과 빈곤 퇴치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후원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도움을 되돌려주겠다는 취지다.
즉 ‘무상 숙소’를 제공해 후원자들이 공짜로 묵을 수 있게 해주는 것. 얼핏 보면 후원자들을 위한 일인 것 같지만, 사실은 지역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방문객들이 인근 식당을 이용하도록 해 활력을 불어넣고 또 지역 농산물을 구입하도록 연결하는 역할도 맡는다.
그가 운영 중인 평창 성필립보생태마을의 경우 투숙객들이 숙박한 뒤 고마운 마음에 자발적으로 지역 농산물을 구입하고 있다. 또 황 신부는 매일 300만원어치 농산물을 구입해 청국장 구매자들에게 사은품으로 보내는 등 지역 농가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황 신부는 “제주 순례자의 집에는 식당을 만들지 않았다. 방문객들이 지역에서 사 먹을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라며 “숙박비를 아낀 대신 지역 식당을 이용하고, 지역 농산물을 구입하는 데 쓸 수 있도록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천주교 사제인 그가 이 같은 사업을 펼치고 유튜브를 제작하는 것은 모두 기부와 후원을 위해서다. 황 신부는 청국장 판매 사업 등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을 토대로 활동비를 마련하고 기부금은 모두 후원하는 데 쓰고 있다.
그가 만든 생태마을은 평창과 경북 문경, 미국 샌버나디노시, 잠비아 무풀리라, 제주 등 5곳이다. 이 가운데 잠비아에서는 대통령으로부터 3000헥타르(ha)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카사리아 에코시티’를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단순히 선교를 다녀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육시설과 간호학교, 병원, 성당 등을 지어 그들에게 ‘변화’를 주는 것이다. 황 신부는 “선교를 다녀왔다고 자랑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 지역에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켰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 신부는 제주도민들에게 “제주도민이라는 자긍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도의 가치를 도민들이 알고 그 소중함을 알 수 있는 연구나 보존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제주도의 가치를 훨씬 더 잘 드러낼 수 있겠다는 말이다.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지하수 문제가 많아 보인다. 30년 전 환경공학 전공 당시 교수님으로부터 지하수가 고갈되면 제주도의 매력이 없어지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지하수와 용천수 등을 제대로 관리해 천연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해야할 것 같다”고 제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황 신부는 “지도를 뒤집어보면 제주도가 동아시아의 한 가운데에 있지 않나. 그만큼 귀한 제주에 대한 가치를 생각하면 함부로 팔거나 그러지 않을 것”이라며 “스스로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제주도민이 된 게 너무도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