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주에서 통일을 꿈꾼다! 

2025-11-07     강홍림

‘남한의 자본과 북한의 노동력으로 러시아 연해주에서 밀을 생산하고, 철도로 개성까지 운반한다. 개성의 제분소에서 밀가루를 남북한에 공급한다.’

어쩌다 빵에 미쳤다. 10년은 미쳤던 것 같다. 건강에 대해 깊숙이 들여다보면서, 대한민국 문화에서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식문화라고 생각했다. 그중에서도 ‘빵’을 가장 먼저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성경의 빵, 괴테의 ‘눈물 젖은 빵’, 프랑스 혁명의 빵···. 그러나 대한민국의 빵은 고귀함, 생명 정반대의 빵이었다. 돈을 벌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더 많이 먹도록 달달하고 고소하고 부드럽게, 게다가 보기 좋게! 왜? 많이 팔아야 하니까! 

주위를 둘러보면 ‘빵순이’ ‘빵돌이’가 많다. 식당 주인이 음식을 많이 팔기 위해 밥에 설탕 넣고 색을 입히고 부드럽게 하고 보기 좋게 해, 한 공기만 먹을 것을 두 공기, 세 공기 먹게 할까?

빵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첫 번째 원칙은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안전한 빵이었다. 아토피 자녀가 있는 가정, 항암치료 중인 분들, 밀가루 음식 먹으면 속이 좋지 않다는 분들이 충성고객이 되었다. 전국에서 빵 주문이 밀려왔다.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서 직접 밀 농사를 했다. 그러나 유월 말에서 칠월 초 밀 수확기에 비가 잦았다. 조선시대 황해도가 한반도 밀 주생산지였다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황해도에서 밀농사 하기 시작했다. 

DMZ에서 밀농사를 한 이유였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까지 연결되었다. 한반도에 적합한 빵용 밀종자를 받게 되었다. 다음 목표는 북한에 종자를 건네주는 것이었다. 북한 농민들이 밀농사 전문가가 되게 하는 것이었다.

경기도청이 관심을 보였다. DMZ에 정책적 관심이 많았다. 프레젠테이션하면서 ‘우리 민족 DreaM Zone’이라 제안했다. 내 목표도 이야기했다. 비선라인으로, 중국 텐진에서 북한과 접촉해 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비공식 접촉이라? 우리 현행법상 불법이었다. 1주일 고민 끝에 거절했다. 정부의 공식 채널이 아니면 문제가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목표는 멀어지기 시작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결정은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며칠 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 재개를 시도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그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한 자본이 북한 노동력을 활용해 돈을 버는 구조는 언제든 백지화될 수 있지 않을까? 

강홍림. ⓒ제주의소리

남북한 공동의 먹거리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것은 작은 통일이라 믿는다. 평화는 결국 같이 먹는 데서 출발하는 것 아닐까? 빵 만드는 것 관둔 배경은 돈을 벌 수는 있을지 몰라도 평생 빵 만들다 끝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봄이 시작되는 곳이지만 꿈이 시작되는 제주! 남쪽 제주에서 시작된 내 꿈 이어받아 진행하겠다는 분이 있으면 좋겠다. 그동안의 쌓아온 성과와 자료 네트워크 등을 기꺼이 주겠다. 그냥 덮기에는 아까운 꿈 같기 때문이다. / 강홍림 사단법인 사람과사람들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