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던 미국은 없다”…흔들리는 세계질서, 한미동맹 구조 딜레마

[남북소통아카데미] 공민석 교수 "미중 충돌 최전선, 동맹 연루위험 직시해야"

2025-11-13     박성우 기자

 

'트럼프 2.0 시대'로 불리는 국제정세 속에서 세계질서의 균열과 한반도 평화의 방향을 짚어보는 강연이 제주에서 열렸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의소리는 13일 오후 1시 제주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강의실에서 '2025년 남북소통공감아카데미' 특강을 진행했다.

13일 열린 2025남북소통공감아카데미 강사로 나선 공민석 제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이날 강연은 '트럼프 2.0 시대 세계질서의 변화와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제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공민석 교수가 나섰다. 국제정치이론과 미국 대외전략, 동아시아 국제관계 전문가로, 제주대 영사외교센터장과 평화연구원장을 겸하고 있는 공 교수는 세계질서 변화 속에서 한반도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공 교수는 먼저 '트럼프 2.0'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변화를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이고 일방적인 스타일을 언급하면서도, 이를 단지 개인의 기질로만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에서 국제규범과 동맹, 자유·민주주의 같은 가치보다 '미국 우선'과 이익 극대화를 노골적으로 추구하는 흐름이 구조화됐다는 진단이다.

그는 트럼프가 없어져도 이 흐름이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는 미국 외교 변화의 '촉매제' 역할을 했을 뿐, 오늘날의 미국은 공공재를 공급하는 자유주의 패권국이 아닌, 자기 이익을 앞세우는 일반적인 강대국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공 교수는 "이것이 진짜 미국의 모습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알던 미국은 이제 사라졌다"며 "세계질서를 유지하던 '미국의 리더십'이 무너지면서 미중 갈등으로 대표되는 진영 구도 역시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동맹국들에 대한 안보 강화를 요구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했다. 공 교수는 "최근 세계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쪽은 오히려 기존 패권국인 미국일 수 있다"며 "미국이 현상 유지가 아닌 현상 타파 쪽으로 기조를 내세우며 중국도 이에 반응하는 양상"이라고 했다.

13일 제주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강의실에서 열린 2025 남북소통공감아카데미. ⓒ제주의소리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한반도와 일본으로 이어지는 벨트가 미중 전략경쟁의 최전선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이 처한 전략적 딜레마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공 교수는 "지금은 한국의 군사력·경제력이 성장하면서 이전처럼 '미국이 없으면 안된다'는 수준의 공포는 약해졌다"며 "반면,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면서 미국의 전쟁이나 갈등에 휘말릴 위험성이 커졌다"고 봤다.

이어 "어찌보면 돈은 줘도 되지만, 문제는 역할"이라며 "동맹이라는 이유만으로 미·중 충돌의 최전선에 자동으로 연루돼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되짚었다.

공 교수는 "한미동맹을 깨자는 것이 아니라, 1950년대에 머문 동맹 구조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자는 것"이라며 이에 따른 대안으로 △주한미군의 점진적 감축과 역할 조정 △전시작전통제권 완전 환수 이후 자주국방 역량 강화 △동맹의 탈군사화 등을 제안했다.

또 중국을 명시적으로 '적'으로 규정하는 배타적 동맹의 경우 "지리·경제적 현실을 감안할 때 한국에 지나치게 위험한 선택"이라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 교수는 "전략적 모호성은 그때그때 화를 피하기에는 좋지만, 장기적 외교 노선이 되기는 어렵다"며 "장기적으로는 기후위기, 생태위기, 인권, 평화 같은 의제를 중심에 두고 국제사회에서 원칙 있는 목소리를 낼 때, 한미동맹에서의 자율성도, 남북관계에서의 주도권도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