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파전’ 제주대학교 총장 선거 본격화…후보별 비전·공약 ‘온도 차’

27일 선거 앞두고 구성원 요구 반영 '3인 3색' 전략 제시 양덕순 "지역 연계"-양창용 "기초학력"-김재훈 "학문다양성"

2025-11-21     박성우 기자
제12대 제주대학교 총장 선거에 출마한 양덕순, 양창용, 김재훈 후보.(기호 순)

1만여 학생·교수·교직원 등이 참여하는 지역거점국립대 제주대학교 제12대 총장 선거가 본격화되면서 세 후보가 제시한 비전과 공약도 구체화되고 있다. 각 후보는 각기 다른 방향성을 내세우며 제주대의 미래 청사진을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지역교육 혁신 기조와 맞물린 이번 선거는 단순한 리더십 교체를 넘어, 향후 4년간 제주대의 구조 개편과 학문 생태계 조성, 학생·교수·직원 복지, 지역 협력 전략까지 좌우할 분기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양덕순 후보 "참여형 거버넌스로 지역 연계 확대...대학 체질 개선"

경희대학교에서 행정학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양덕순 후보는 '다함께 준비하는 JNU 100년, 제주로부터 세계로'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직전 제주연구원장을 지내는 등의 외부 활동을 기반으로 '참여형 거버넌스'라는 방향성을 내세웠다.

양 후보는 "교수님의 연구가, 직원·조교 선생님의 열정이, 학생들의 도전이 더 행복한 미래를 향하도록 저부터 제대로 뛰겠다"고 밝혔다. 총장 직속의 상생협의체 설치, 대학 가족이 참여하는 교육·행정 의사결정 체계 구축, 학부·대학원·단과대 단위 권한 확대 등이 핵심 공약이다.

양 후보는 행정 혁신을 통한 대학 운영 체질 개선을 약속했다. △THE 열린 JNU 총장실 게시판 상시 운영 △대학 정책 관련 공론화 제도화 △효율성 기반 행정인력 수급 로드맵 마련 등이 대표적이다. 또 단과대 단위의 책임예산제를 도입하고, 지역 기반 산학협력 고도화 방안을 제시했다. 제주도와 연계한 글로벌 교육 플랫폼 강화 공약도 눈에 띈다.

RISE로 대표되는 지역 연계 전략과 관련해서도 제주도와의 공동 프로젝트, 지역 산업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 등 현실적인 구상을 내놓았다. 그는 "외부 기관에 몸 담으며 지역사회와 대학이 한 몸이 돼야 한다는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며 대학이 지역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철학을 분명히 했다.

학내 각 주체별 공약도 명시했다. 학생에게는 더 나은 교육환경을 위한 시설 개선과 학습 지원 강화, 교수에게는 연구 안정성과 자율권 보장을 약속했다. 직원·조교에게는 공정한 인사 관리와 승진 체계 투명화를 내세우며 구성원 전체의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제12대 제주대학교 총장 선거에 출마한 양덕순, 양창용, 김재훈 후보 선거 공보물(기호 순).

◇ 양창용 후보 "기초학력 기반 강화...연구경쟁력 높일 것"

제주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한국외대 석사, 플로리다대 박사 학위를 취득한 양창용 영어교육과 교수는 유일한 제주대 출신임을 내세웠다. 학내에서는 사범대학장, 교육대학원장을 역임하고 한국언어학연합회 공동회장을 맡는 등 활동의 폭을 넓혔다.

양창용 후보는 '더 대학다운 대학, 더 제주다운 대학, THE JNU'를 슬로건으로 제시하고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 빛나는 대학, 공존과 조화 속에서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대학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끊임없는 진화', '공정·합리·신뢰'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제주대의 중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가장 전면에 내세운 공약은 기초학력 기반 강화다. 기초학력 정밀 진단과 활용 체계 구축, CTL 독립과 IR 센터 활성화, AI 기반 맞춤형 학습지원 시스템 도입, 심리·진로상담 등 학생안전망 고도화 등의 실천 계획이 포함됐다. 또 기초학력 향상 프로그램 참여 교원의 부담 완화와 재정 지원 확대 등을 약속했다.

연구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행정업무 간소화, 산학·지역·산업 협력 클러스터 구축, 생애주기별 맞춤형 연구지원, 연구 인센티브 내실화, 신규·중견·시니어 연구자 지원 확대 등이 핵심이다. 대학원생을 위한 TA·RA 장학금 제도 확대, 인문사회계열 연구생활장려금 신설 등 학문후속세대 육성 공약도 포함됐다.

학생복지 공약으로는 학생 1인당 교육비 확대, 학습권 인프라 구축, 카페테리아·휴게공간 개선, 단과대별 학습편의시설 조성 등 실질적 생활환경 개선을 내세웠다. 행정 분야에서는 참여형 거버넌스 구축을 강조했다. 양 후보는 "신뢰·조화·탁월의 가치 위에서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며 "제주대 구성원과 함께 더 대학다운 대학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 김재훈 후보 "학문 다양성 실현...캠퍼스 환경 대폭 개선"

서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석사, 도쿄대 생화학 박사를 취득한 김재훈 분자생명공학전공 교수는 유일한 이과 계열 후보로서 '학문 다양성 실현'과 '기초학문 진흥'의 적임자임을 자신했다. '다양성과 공존을 바탕으로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대학'이라는 비전에도 그의 철학이 잘 드러나있다.

김 후보의 공약은 소통과 참여 중심의 대학 운영을 중심에 두고 있다. 김 후보는 "가능성·자부심·성취감이 넘치는 지속가능한 제주대학교의 미래를 열겠다"고 강조하며 학생·교수·직원·조교의 요구 수용을 공약 중심에 배치했다. 보다 현실적으로 와닿는 약속을 내세웠다는 특징을 지녔다.

그는 학문 다양성과 지속가능한 육성체계를 강조했다. 특히 학문 생태계 전반을 지원하는 구조적 접근이 두드러졌다. 학과별 정액지원, 기초학문 진흥 체계 강화, 연구·교육 연계 프로그램 확대 등 학문 기반을 튼튼히 하겠다는 메시지가 뚜렷하다.

캠퍼스 환경 개선 공약과 관련해서는 정문 광장을 조성해 캠퍼스 접근성을 높이고, 학생 중심 제2학생회관 설치, 복합체육관 및 스포츠시설 확충, 기숙사 1인실 확대, 순환버스 도입 등을 약속했다. 아라캠퍼스와 첨단캠퍼스를 연결하는 다리를 설치하고, AI 기반 스마트 도서관 24시간 개방과 캠퍼스 교통 편의 향상 등은 학생들의 실질적 요구를 반영했다.

교수 공약에서는 승진 평가 공정성 확보, 우수 교수 포상 확대, 연구 공간·장비·인건비 지원 강화, 논문 성과급제 도입, 교원연구보조비 500만원 인상 등을 제시했다. 또한 단과대 내 연구·용역 행정 인력 배치, 공공연구시설 개선, 어린이집 이전·안전시설 보강 등 교수·직원 생활환경 전반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대강당에서 열린 제주대 제12대 총장 임용후보자 선거 공개토론회. 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제주의소리

◇  27일 온라인투표...마지막 공개토론회-합동연설회 일정 소화

이번 제주대 총장 선거는 각기 다른 비전이 충돌하는 만큼, 구성원들의 선택이 앞으로 4년간 제주대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지를 결정하게 될 전망이다.

세 후보는 공통적으로 △캠퍼스 인프라 개선 △학생 지원 강화 △교수 연구환경 조성 △행정 효율성 제고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접근 방식이나 우선순위에 있어서는 온도차를 보였다.

선거는 오는 27일 온라인 투표로 진행된다. 제주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수신되는 URL을 통해 본인인증을 거쳐 후보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투표는 오전 8시~11시 1차, 오후 1시~3시 2차, 오후 4시~6시 결선으로 진행된다.

1차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득표 순위 상위 3명을 대상으로 2차 투표를 실시하고, 2차에서도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으로 결선투표에 들어간다.

각 후보별 선거운동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일, 17일 두 차례의 공개토론회에 이어 24일 마지막 토론회가 열린다. 26일에는 합동연설회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