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까지 끌어쓴 제주 교육재정...“미래 대책 없다” 재정절벽 경고음
제주도의회 교육위, 세입 감소-기금 고갈-인건비 구조 등 현안 추궁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내년도 살림살이를 심의하고 있는 가운데 교육재정 고갈에 따른 위기감이 강하게 표출됐다. 세입 감소에 따라 감액 편성된 예산안을 두고, 당장 1년 후가 아니라 3~4년 뒤의 재정절벽까지 내다본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다.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오승식)는 24일 제주도교육청이 제출한 '2026년도 교육비특별회계 세입세출예산안'을 심의하면서 기금 고갈, 지방채 발행, 인건비 구조 등의 재정 문제를 따져물었다. 내년도 교육예산은 1조5788억원으로, 2025년 당초 예산안 1조5973억원에 비해 1.2% 감액됐다.
첫 질의에 나선 강동우 교육의원은 기금 규모 축소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강 의원은 "2023년 말까지 통합계정을 포함한 교육청 기금이 약 5054억원이었는데, 2025년 말에는 3534억원, 2026년 말에는 2060억원 수준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며 "통합계정을 제외한 기금은 전년 대비 974억원이 줄어들어 1061억원에 그친다. 교육비특별회계로의 기금 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금은 세수 급감이나 경기침체 등 위험 시기에 쓰는 재정 완충재인데, 지금처럼 계속 끌어다 쓰다 보면 2027년 이후에는 사실상 고갈되는 것 아니냐"며 "교육청 차원의 정밀한 분석과 중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답변에 나선 심민철 부교육감은 "2021~2022년에는 국세 수입 호조로 기금 조성이 많이 됐지만, 최근 4년간 보통교부금과 지방세 수입이 크게 줄면서 당시 적립한 기금을 지금 재정 상황을 유지하기 위한 용도로 쓸 수밖에 없다"며 "향후 세입 여건과 경기 회복, 추가 교부금 등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지방채 발행과 상환 가능성을 따져 재정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또 인건비 구조와 관련 "학생 수는 계속 감소하는데 인건비는 오히려 늘고 있다. 앞으로 교육재정이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 인력 운용만으로 재배치·효율화를 통해 증원을 억제할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심 교육감은 "현재 인력을 최대한 재배치해 증원을 막고, 새로운 과제에 필요한 인력은 엄격하게 심사하겠다"고 답했다.
강충룡 의원(국민의힘, 송산·효돈·영천동)은 "중기 제주교육재정계획을 볼 때마다 지방채 발행 시기와 규모가 계속 달라지고 있다"며 "2024년 본예산 심사 때는 2025~2026년 1712억원, 2025년 본예산 때는 2026~2027년 1204억원 발행 계획이었는데, 이번에는 2026년도 발행 계획을 아예 없애버리고 2027~2028년으로 미뤘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지방채를 발행한다는 건 결국 현재의 재정 부족을 빚으로 메우겠다는 것이고, 이자까지 포함한 부담은 미래 세대 몫으로 넘기는 것"이라며 "이자 상환 계획과 재원 조달 방안이 구체적으로 있어야 하는데 '경기 좋아지길 기대한다'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질책했다.
심 부교육감은 "중기재정계획은 매년 세입 전망과 세수 추이를 반영해 수정하는 계획"이라며 "당장 내년에 지방채를 발행하면 내후년 살림이 더 어려워질 수 있어 2027~2028년으로 발행 시기를 조정하고 규모도 상환 가능성을 고려해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정이운 교육의원은 중기 지출 전망을 근거로, 학생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학교 수 통폐합 계획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정 의원은 "농어촌유학 확대 등으로 복식학급을 줄이는 임시 땜질만 하고 있을 뿐, 학생 감소에 맞춘 학교 구조조정 논의는 빠져 있다"며 "인건비와 시설 유지비가 계속 늘어나면 재정 압박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또 대안교육과 영재교육 간 예산 불균형에 대해 "학업 중단 위기 학생을 위한 대안교육 위탁기관에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수학·정보·예술 등 분야의 영재교육을 받는 학생은 1500명 안팎인데도 예산 규모는 절반 수준에 그친다"며 "미래 인재를 키우겠다고 하면서 정작 영재교육에는 인색하다"고 비판했다.
강경문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은 재정 부담을 분산하기 위한 대안으로 민간투자사업(BTL) 도입을 제안했다. 강 의원은 동부권 특수학교와 제주특수교육원 신축 사례를 예로 들며 "지방채 대신 BTL 방식을 활용하면 초기 대규모 시설비 부담을 줄이고 20년간 임대료 방식으로 비용을 나눠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타 시도 교육청과 제주대학교, 제주도청은 이미 BTL 사업을 활발히 활용하고 있는데, 정작 도교육청은 한 건도 없다는 점을 짚으며 "특수학교·특수교육원 같은 시급한 시설부터라도 시범사업으로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 중앙투자심사에서 논리를 세워 설득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동선 도교육청 안전국장은 "동부 특수학교 분원은 설립기금으로 추진 중이고, 특수교육원에 대해서는 BTL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100억원 이상 BTL 사업은 중앙투자심사를 받도록 지침이 바뀌어 통과 여부가 관건이지만, 의원님 제안을 바탕으로 재원 마련 대안으로 적극 설명해 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