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義人 찾기 운동 벌이겠다”
김두연 4.3유족회장, 김익렬 장군·문형순 서장 碑 건립도 추진
<제주의소리>가 2005년 4.3 제57주년을 맞아 학살의 광풍이 몰아치던 당시 무고한 양민학살을 막기 위해 노력했던 제주의 쉰들러인 ‘4.3의인’을 찾기 시작한지 3년만에 제주4.3유족회 차원에서 의인찾기 운동을 벌어진다.
김두연 제주4.3유족회장은 26일 제주4.3평화기념관에서 “올해부터 유족회가 4.3 의인찾기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제주4.3의 대표적 의인인 故 김익렬 장군의 유족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자리에서 말했다.
김두연 제주4.3유족회장은 “(4.3평화기념관에) 몇 분의 의인이 계시지만 마을마다 김익렬 장군과 같은 분이 상당히 많이 있다”면서 “유족회가 올해부터 의인 찾기 운동을 시작해 이 자리를 가득 채울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의인찾기 운동을 공식적으로 전개할 방침임을 밝혔다.
김두연 회장은 또한 “김익렬 장군이나, 문형순 경찰서장에 대해서는 비(碑)나 동상을 평화공원에 건립하는 방안도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제주4.3평화기념관에는 김익렬 장군과 함께 문형순 경찰서장, 김성홍 몰라구장, 서청단원 고희준씨, 강계봉 순경, 장성순 경사와 외도지서 '방(方)'경사 등 일곱 명이 4.3당시 무고한 양민 학살을 막은 의인으로 ‘의로운 사람들(righteous people)’ 전시관에 전시돼 있다.
<제주의소리>는 2005년 제주4.3 제57주기를 맞아 ‘4.3기획 : 화해를 넘어 상생으로’란 주제로 ▲한국판 쉰들러 문형순 ▲4.3의 두 얼굴 김익렬과 박진경 ▲남원읍 선흘리의 몰라 구장과 장경사 ▲강순경 그는 진흙탕 속의 연꽃이었다 ▲신례1, 2리 “우린 4.3으로 인한 대립 없다” ▲“4.3 모진 악연 내 대에서 끊을 것” 등을 연재해 신선한 반응을 일으켰다.
◆ 김성홍 '몰라 구장'의 명예로운 별명=토벌대는 마을 구장(區長, 현재의 리장)들에게 주민 성향을 캐물어 학살의 근거로 삼기도 했다. 그런데 남원면 신흥리 김성홍 구장은 구학문을 많이 한 유식한 분이었지만, 자신의 답변이 애꿎은 희생으로 이어질 게 뻔했기 때문에 무조건 “모른다”로 일관하며 공문조차 처리하지 않았다. 그래서 붙여진 '몰라 구장'이라는 그의 명예로운 별명은 지금도 신흥리는 물론 인근 마을에까지 널리 회자되고 있다.
◆ 강계봉 순경 공덕비 세워야"=중산간마을인 표선면 가시리에 들이닥친 군인들은 무차별 발포와 방화를 한 후 생존자들에게 해변마을인 표선리로 소개할 것을 명령했다. 표선국민학교에 감금된 소개민들은 공포에 질린 채 생존에 몸부림쳤다. 이때 위미리 출신 강계봉 순경은 소개민들에게 친절히 대해주었고, 애꿎은 희생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한 가시리 주민은 "강 순경 공덕비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
◆무고한 희생 막은 서청 단원 고희준=서청 단원의 행패는 4.3을 발발하게 만든 한 요인일 정도로 제주도민에 대한 그들의 만행은 상상 이상이었다. ‘빨갱이 사냥(Red-Hunt)’을 한다며 제주에 내려온 그들은 무고한 양민들을 학살하는 데 앞장서 제주도민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자, 저주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서청단원 중에서도 의인은 있었다. 평안북도 출신으로 평양음악학교에 다니던 고희준은 해방 후 월남해 서북청년회 단원으로서 제주도 성산포에 파견됐다. 그런데 성산포는 서청 특별중대의 가혹 행위로 연일 비명이 그치지 않은 곳이었다. 고희준은 서청 단원임에도 무고한 주민들을 살리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그는 후에 청주대학교 음대 교수와 한국성가작곡가 협회장을 역임했다.
◆장성순 경사와 외도지서 '방(方)'경사'=4.3당시 경찰이라면 ‘우는 아이의 울음도 그치게’ 할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다. 특히 '자수'하러 온 청년 70여명이 ‘홀치기사건’으로 총살당한 신흥리 주민들에게 경찰은 공포 대상이었다. 남원읍 하례리 출신 장성순 경사는 ‘홀치기사건’으로 신흥리 주민들이 공포에 떨었던 1949년초 남원지서 신흥리파견소 파견대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마을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과거에 산에 갔다 온 사람이라 할지라도 불문에 부치겠다. 누가 어떻다는 식의 말을 내게 하지 말라. 나는 이제부터의 일로써 모든 걸 판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무차별 학살극에 전전긍긍하던 사람들은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북한에서 월남한 외도지서 '방 경사'는 지서주임이 주민들을 총살 할 것을 명령하자 “총이 고장 나 발사되지 않습니다.”라며 학살극을 피했다. 안타깝게도 그의 이름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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