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제주 스페이스는 7월 15일부터 9월 30일까지 변시지 화백(1926-2013)의 작품전 ‘끝나지 않은 그리움’을 개최한다.
전시 소개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2020년 이후 제주에서 3년 만에 열리는 변시지 작품전이다. 서거 10주년을 맞아 그의 제주 활동 시기(1975~2013) 대표 작품을 1, 2부로 나눠 심도 있게 조명한다.
주최 측은 “이 시기의 작업은 작가가 자신의 색깔을 찾아 평생을 바쳤던 순례의 길이 제주에서 완전히 새로워진 화법으로 완성됐다는 점에서 매우 주요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1981년 유럽여행을 다녀온 이후에는 서양의 모방이 아닌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했다는 발견으로 자신에 찬 작업이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제주의 본질을 바람에서 찾았고 폭풍우 치는 바다에서 인간의 실존적 고독을 표현했다. 변시지는 제주시대를 통해 자연에 순응하는 동양미를 승계하고 제주의 자연미를 함축시켜 인간 본연의 풍토로 환원함으로써 보편성을 획득한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완성시켰다.
변시지는 거친 황토빛 바탕에 검은 선으로 구부정한 사내, 말, 까마귀, 초가집, 노송, 바다 등을 소재로 인간의 근원적 고독을 표현하는 고유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정체성과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했던 그는 모든 색을 버리고 황색조의 단색과 굵고 검은 선으로 회귀했다.
변시지는 생전 “황갈색이 여백으로 이해될 때 무한한 공간에 무한한 이야기와 꿈을 상상할 수 있다. 그 이야기는 제주의 역사일 수도 있고, 척박한 땅과 대풍, 거친 파도에 맞서 싸우는 인간의 역사 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사람이 존재하고 한이 있고 인간의 의지가 있다. 그 이야기를 담기 위해 화려한 색을 버리고 황갈색을 고집했다. 의식은 진리를 추구하고 진리는 단순함에 있다”고 본인의 미술관을 밝힌 바 있다.
아트제주 스페이스는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전 작품 5000여 점을 기록한 전작 도록(7권)을 함께 전시한다. 또한 백서를 포함한 다양한 서적도 온라인으로 소개한다.
변시지는 미국 워싱턴 DC 스미소니언박물관 한국관 개관 초대전을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 예술의전당, 제주도립미술관, 기당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문화예술발전 유공자 보관문화훈장, 제주도문화상 국민훈장, 일본 ‘광풍회전’ 최고상, 일본 문부성 주최 ‘일전’ 조선인 최초 입선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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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宇城) 변시지(1926-2013)는 1931년 6세에 가족과 일본으로 이주했다. 오사카 미술학교 서양학과를 졸업했고, 이후 도쿄로 이주해 당시 서양화의 대가 데라우치 만지로(寺內萬治郞)의 문하생이 되었다. 23세의 나이로 일본 최고 화단인 <광풍회전>에서 역대 최연소 최고상을 수상했고, 이듬해 심사위원까지 역임하면서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일본 화단으로부터 크나큰 주목을 받았다. 이 기록은 현재까지 깨어지지 않고 있다. 당시 화단으로부터 그의 그림은 본질적으로 일본인과 다르다는 평가를 받은 후 정체성을 찾기 위해 한국으로 귀국했다. 1957년 31세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초청되었던 그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고궁을 연구하는 비원파를 창시, 서양 철학을 버리고 새로운 리얼리즘을 추구하며 한국의 화풍을 개척했다.
1975년 50세가 되던 해 서울에 있는 가족을 뒤로하고 제주대학교 미술학과 교수직을 맡아 제주로 귀향했다. 44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제주의 원시 자연과 섬 사람들의 문화에 깊이 매료되었고, 이를 표현하기 위한 새로운 조형 언어를 연구하는데 몰두했다. 제주의 본질을 바람에서 찾았던 그는 황갈색 단색조에 검은 선으로 그린 폭풍우 치는 바다와 이를 마주한 사내의 모습을 통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2007년 81세에 미국 워싱턴 DC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아시아계 생존 작가 최초로 초청되어 100호 대작 2점을 10년간 상설 전시했다. 대자연에서 얻은 심상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예술로 순환시켜 가는 과정이 곧 그의 삶이라고 썼던 그는 ‘폭풍의 화가'로 불리며 그의 화업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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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시지, 그리움, 20.5x39.2 cm, oil on canvas, 1985. / 이하 사진=공익재단 아트시지, 아트제주 스페이스
변시지, 섬소나무, 21.7x32.2cm, oil on canvas, 1985.
변시지, 폭풍, 38x45cm, oil on canvas, 1991.
변시지, 섬, 38.5x21cm, oil-on-canvas, 1992.
변시지, 조랑말과 까마귀와 남자, 44x37cm, oil on canvas, 1995.
변시지, 집으로, 73x60cm, oil on canvas, 2003.
변시지, 마중, 73x60cm, oil on canvas, 2012.
변시지, Untitled, 115.5x89.5cm, oil-on-canv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