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전 세계인들이 사용하는 국제 온라인 지도 ‘오픈 스트리트 맵’에는 우리나라 명칭으로 표기돼 있던 이어도를 중국 명칭인 ‘쑤옌자오(苏岩礁·소암초)’, 이어도 과학기지는 ‘쑤옌자오 과학기지’로 표기된 일이 있었다. ‘오픈 스트리트 맵’은 전 세계 누구라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편집에도 참여할 수 있는 오픈 소스 방식으로 운영되어 정보의 오류를 거르는 장치가 없다. 문제는 오픈 스트리트 맵이 의외로 많은 세계인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지도라는 사실이다.사단법인 이어도연구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단호히 대처했다. ‘이어도’를 ‘
민족의 대명절 설을 맞이하여 고향을 떠나 생활하던 제주인들의 귀향이 발을 잇고 있다. 제주는 유난히 고향을 떠나 살아가는 출향인들의 인구가 많은 섬이다. 국내·외에 거주하는 제주 출신 출향 인구는 제주도에 사는 인구수와 맞먹는다는 통계도 있다. 과거 제주인들은 고향을 포근하게 느끼는 사람들은 아직 덜 성숙하다고 생각했고 타향이라도 어디든 상관없이 고향처럼 여기며 삶의 터전을 마련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다. 최근 재미있는 책 한 권이 출판되었다. 故 송성대 교수의 해민정신을 육지문화와 비교 고찰한 최미경 작가의 『육
미국의 4대 대통령 매디슨은 미국정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파당(faction)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파당은 요새 식으로 표현하면 이익집단(interest group)이라고 할 수 있다. 이익집단에 대한 이해 없이는 미국정치의 역동성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민주자본주의 사회의 정곡을 찌른 개념으로써 오늘날 다원주의 연구의 단초가 되었다.정책이란 권한·예산을 가지고 있는 정부와 다양한 이익집단 간 난해한 협상 과정의 산물이다. 미국의 정책 결정에 있어서 이익집단은 대단한 영향력을 가진다.
가을이 깊었다. 아침저녁으로 코끝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이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젊었을 때는 가을을 무척이나 사랑했다. 허름한 바바리코트를 걸치고 밤새도록 거리를 쏘다녔다. 은행잎이 수북이 쌓인 서울의 가을은 더욱 아름다웠다. 늦가을 밤 선배나 친구들과 같이 돌아다니며 폭음했던 광화문의 선술집이 그립다. 같이했던 그들이 무척이나 보고 싶은 가을밤이다. 아, 그때는 가을이 왜 그렇게 좋았던가. 나이가 들어서 맞는 가을은 그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이다. 애잔함이랄까, 애상이 안개처럼 나의 가슴을 파고든다. 살처럼 흐른 세월에 그리움과 씁쓸
‘제주형 행정 체제 도입을 위한 공론화 추진 연구용역’이 추진되고 있다. 그 갈래는 여러 가지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요약하면 기초자치제를 부활할 것인가? 부활한다면 행정(자치)구역을 몇 개로 개편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지속적인 추진 여부와 깊이 관련된 것으로 도민의 선택이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여기서 우리는 원론적인 논의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나는 용역에 들어갈 내용은 이미 다 나왔다고 보는 사람이다. 15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이면서 용역으로 하지 않아도 답은 뻔하다. 숙의형이니 뭐니 하면서
어느 당나라 시인이 저녁 무렵 울적한 마음으로 언덕에 올라 ‘석양은 저리도 고운데 아쉽게도 황혼이 오는구나’라는 시를 남겼다고 한다. 황혼을 맞는 것이 어디 자연뿐이겠는가? 정신 차려보니 나의 인생에도 어느새 황혼의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우고 있다.셰익스피어가 탄식했던가. 인생이란 ‘이렇게 왔다 이렇게 가는 것을(thus I come and thus I go)’. 석양처럼 지는 인생의 덧없음에 서글픔이 나의 마음을 적신다. 테니슨(Alfred Tennyson)의 시 ‘가을’에 나오는 시구처럼 ‘행복스러운 가을의 들판을 바라보면서 다시
지난 6월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의 발언이 여론의 분노를 샀다. 그는 대한민국 제1야당 대표를 초빙한 만찬에서 “한국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는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자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고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의 대중 무역 적자는 탈중국화 시도 때문”이라고 말하는 등 한국을 위협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그러면 주중대사의 선을 넘는 이러한 오만무도한 발언을 개인적인 언사로 치부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중국외교부의 국장급에
내 나이는 후하게 계산해도 여름날 오후 5시 정도를 가리킨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수많은 유형의 인간을 만날 수 있었다. 대학에서는 변변치 못한 수준이지만 인간과 조직에 관한 연구도 하고, 크고 작은 보직을 맡으며 인간집단의 적나라한 역동성의 이면도 경험하며 얻은 결론은 인간이란 참 알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이다.특히 나이 들어가면서 인간의 지혜론에 관심이 많았다. 어떤 사람은 지혜롭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한가? 무엇이 그 차이를 결정하는가. 이를 결정하는 변수는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나는 참 지혜롭지 못한 사람이었다.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한 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되었다. 그 공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국무조정실 제주도 지원단이 평가한 2020년 국제자유도시 성과 부문은 ‘미흡’으로 나타났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만큼 국제자유도시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도시로 발전시키는 일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제주국제자유도시라는 상징자본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획득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었다. 그러나 도민들간 첨예한 갈등과 대립이 잠복해 있는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중의 하나가 제2공항 문제다. 나는 제2공항 문제는 신설보다 기존 공항을 확장
국제자유도시 출범 이후 제주는 세계화라는 파도에 떠밀려 엄청난 소용돌이를 겪고 있다. 막대한 외부자본이 투입되었고 관광객이 밀물처럼 밀려들고 있다. 제주에 둥지를 트는 이주민들도 늘어났다. 이로 인해 개발을 둘러싼 논쟁이 가속화되면서 혼돈의 그림자가 제주인의 정신 속에 드리우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제주인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제주인의 정신구조를 탐색하고 성찰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역 정신은 집단의 운명을 결정짓는 변수이다. 시대에 따라 올바른 지역 정신을 찾아내어 발전을 꾀해야 지역의 건강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
나이가 드니 옛것이 다 그립다. 특히 사람이 그렇다. 부모님은 물론, 나를 아껴주셨던 은사님들도 한분 두분 저세상으로 가셨다. 지난해 늦가을, 코로나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난 김동길 교수님도 그런 분 중의 한 분이다. 보수 논객이라 일컫는 그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그는 교수로 재직하면서 민주화 투쟁을 하다가 옥살이도 했다. 한때, 현실정치에도 깊숙이 관여하기도 했다. 선생님처럼 글 잘 쓰고 말도 잘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체로 글을 잘 쓰면 말을 잘하지 못하고, 말을 잘하면 글을 잘 못 쓰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
변혁기에는 현재 취하고 있는 방식이 가장 위험하다. 그것은 잘못된 것을 그대로 방치해버리기 때문이다. - 플로리다 주의회 윤석열 정부에서 3대 개혁 과제를 천명했다. 연금, 노동, 교육 개혁가 그것이다. 역대 정부가 특정 이해집단의 반발을 두려워해 손도 대지 못했던 분야다. 이런 점에서, 지난 정부들은 자신들에게 부여된 역사적 사명을 저버렸다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공무원연금을 부분적으로 손대긴 했지만, 미완에 그쳤다. 윤석열 정부가 지금 추진하려고 하는 3대 개혁 과제가 성공하길 바라며 여기에 정부 개혁
한국인은 누구인가? 한국인에게 삶을 더 가열차게 견인하는 심리적 기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진화를 통해 형성되는 것으로(evolved psychological mechanism)써 한국인의 정신적 DNA에 속에 잠복해 있다가 여건이 충족되면 작동된다는 것이 진화심리학의 설명이다. 집단심리는 오래 세월을 거치면서 사회적으로 유전·전수된다는 것이다.그러면 한국인의 행동을 더 강하게 유발하는 심리적 기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흥이다. 한국인은 흥이 많은 국민이다. 흥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는 흥은 재미나 즐거움이 일어
가을이 깊었다. 가을의 소리, 가을의 빛깔, 어느 것 하나 서글퍼 보이지 않은 것이 없는 것 같다. 어느 인생이나 가을이 깊어가면 자신의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까닭 없는 서글픔에 몸을 내맡기곤 한다. 나는 시인도 아니고, 평론가도 아니다. 단지 다른 사람들이 쓴 시를 가끔 애송하고 나 나름대로 이해하기를 좋아한다. 언제부터인가 독자가 시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시가 나오게 된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시인 박목월의 ‘이별의 노래’는 깊어가는 가을날에 가장 잘 어울리는 시라고 생각한다. ‘기러기 울어 예는
이 글을 쓰면서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첫 문장이 생각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제주도가 21세기 미래비전으로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한 지 16년을 맞고 있다. 하지만, 제주국제자유도시는 딱히 ‘이것이다’라고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저마다의 이유로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의미를 깎아내리고 이견(異見)만 분분한 실정이다.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에 이견이 많다는 건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옛날 뱃사람들의 항해를 인도했던 것은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는 시대적 가치를 창조하는 고상한 작업이다. 그러나 그 수단인 권력을 잡고 그 권력을 유지.확장시키는 일은 비루한 짓일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정치는 거짓말의 수렁, 정치자금의 수렁, 이전투구의 수렁 등을 건너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대부분 정치인이 이 수렁을 건너다 익사체가 되거나 중상을 입기도 한다. 그래서 정치인이 이 수렁을 잘 건너기 위해서는 남다른 자질이 요구된다. 그러면 어떤 자질이 요구되는가. 그중에서도 후흑의 자질을 강조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국민 동의에 의한 지배체제가 확립되
지난 1일 민선 8기 오영훈 도정이 출범했다. 그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향후 원활한 도정 운영에 대한 기대를 걸어 본다. 그간 민선 자치시대가 열리면서 제주도지사는 화려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의 등용문이었다. 중앙정부에서 고위 공직에 있다가 지사로 금의환향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신구범, 우근민 지사가 그렇고 현 정부에서 국토부 장관으로 발탁된 원희룡 지사가 그렇다. 이에 반해 김태환 지사는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도백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오영훈 지사 또한 신화를 썼다고 할 수 있는 경력을 갖고 있다. 지방자치 의원
지난 지방선거에서 제주사회에 가장 많이 회자 된 말은 ‘제주가 전라도화되었다.’는 말이었다. 제주시 을 지역구 국회의원보궐선거 후보로 출마한 부상일 후보가 선거 토론회에서 기울어진 운동장론을 펴며 내놓은 발언이다.일단 이 발언이 우발적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보였지만, 계산된 선거전략이었다는 주장이 나올만치 선거판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선거전략이었다는 사람들은 이 발언이 제주도민들의 지역감정과 자존심을 긁고 민주당 아성인 호남(전라도)과 제주를 분리하는 갈라치기 수법이었다고 분석하는 것 같다.국민의힘 측과 민주당 측이 이 발언의
제주특별자치도를 시행한 지도 오랜 세월이 지났다. 그 시작은 2006년, 김태환 지사가 주도했다. 그러나 실은 중앙정부가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암암리에 계획한 측면이 많다. 중앙정부는 늘 제주도에 독자적인 자치권을 부여했다고 공치사를 한다. 기초자치단체를 없앤 것도, 영리병원을 도입하려고 한 것도 다 그러한 시도의 하나라고 항변한다. 심지어는 해군기지도, 제2공항도 제주도의 자기 결정권의 산물이라고 중앙정부는 주장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제주특별자치도 아젠더 중에는 중앙정부가 지향하는 정책적 의도를 제주를 통해 실험해보려는 의도
오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다. 아직 손주를 보지 못한 나에게 어린이날은 남의 집 잔치처럼 부러운 날이고 그나마 어버이날은 자식들에게 소박한 선물을 받고 있으니 뜻깊은 날이다. 딸이 없는 내가 어버이라고 축하의 꽃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어버이날 덕분이다. 꽃을 받으면 기쁘지만, 가슴이 울컥할 때도 가끔 있다. 아버지가 생각나서 그렇다. 우리 아버지는 살아생전 어버이날에 그 어느 자식이 꽃을 달아드린 적이 있었나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아버지는 교육열이 대단한 분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아버지가 형제들에게 직접 글을